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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 변호사] 퍼블리시티권 침해 청구의 문제점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3.02.18 09:33 조회수 : 3943

 

퍼블리시티권 침해 청구의 문제점

 

법무법인 세승

박재홍 변호사

 

  의료기관은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연예인의 이름이나 사진을 올렸다가, 해당 연예인이나 그 소속사로부터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이유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례가 많다.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은 개인이 자신의 성명, 초상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재산권인데,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1950년대 타인이 개인의 성명, 초상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여, 연예인이 정당한 사용계약을 체결하였다면 얻을 수 있었던 경제적 이익을 박탈당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인격권인 프라이버시권(Right of Privacy)과 구별되는 퍼블리시티권을 최초로 인정한 바 있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법률에는 퍼블리시티권에 관하여 명확히 규정한 내용이 없다. 물론, 국내에서도 헌법상 인격권(성명권, 초상권)이나 상관습에 근거하여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유력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러한 견해는 ① 헌법상 인격권과 재산권인 퍼블리시티권은 그 성질이 다른 권리임을 간과하였음은 물론, ② 퍼블리시티권이 법률 또는 관습법상 근거 없이 재산권을 창설할 수 없다는 민법 제185조에 반한다고 볼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그 타당성에 의문이 남는다.

 

  한편, 퍼블리시티권 침해 사건에 있어서 원고들은 의료기관의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자신의 성명, 초상 등이 사용됨으로써 헌법상 인격권 침해로 인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연예인은 대중과의 접촉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통상 자기의 성명이나 초상이 널리 일반대중에 공개되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의료기관의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연예인의 성명, 초상 등이 게재되더라도, ① 연예인의 사회적 평가, 명성, 인상 등을 훼손하거나 ② 연예인 자신이 성명이나 초상을 사용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의료기관에게 공지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기관이 연예인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퍼블리시티권 침해 사건들은 ① 의료기관 홈페이지나 블로그가 연예인으로서의 명예나 신용을 훼손하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구체적인 검토도 하지 않고 ②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거금을 요구하는 내용의 우편물을 일괄적으로 송부하며, ③ 해당 게시물이 삭제되는 등 침해상태가 해소되었음에도, ④ 충분한 합의과정 없이 소송부터 제기하는, 기형적인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물론, 개인의 성명, 초상, 명예 등을 보호할 사회적 필요성을 고려할 때, 법원이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이유로 한 연예인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퍼블리시티권 사건들을 의료기관의 관점에서 지켜보는 한 사람으로서, 연예인이나 그 소속사들이 법적 근거가 모호한 권리를 근거로, 보통의 의료기관이 도저히 감당할 수도 없는 과도한 요구를 해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법원이 퍼블리시티권 침해 사건에 있어서는 보다 더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내리기를 기다려 본다.

 

(출처 : 의료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