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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 변호사] 의사의 전직 및 퇴직과 영업비밀 침해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3.02.27 10:45 조회수 : 4473

 

의사의 전직 및 퇴직과 영업비밀 침해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김주성

 

  병원에 고용된 의사는 소속 병원에 근무하는 동안 체득한 지식이나 경험을 미래에 자신의 가치를 높여줄 고유한 개인재산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전직 및 퇴직 후 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반면에, 의사를 고용한 병원장은 소속 의사가 진료과정에서 취득한 지식이나 정보가 당연히 병원에 귀속되어야할 영업비밀이라고 보고 이에 대하여 법적인 보호를 받기 원한다. 때문에 이러한 양 당사자 간의 이해충돌은 복잡한 민·형사상의 문제를 야기한다.

 

  의료인이라는 전문직 특성을 감안하여 볼 때, 고용 의사가 병원에서 체득한 지식이나 경험이 무조건 사용자인 병원장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 이유는 의료인이 업무상 취득하게 되는 영업비밀이란 일반적으로 병원 내에서 환자에 대한 진료를 통해 얻게 되는 지식과 경험뿐인데, 이는 모두 인격적 성질의 지식이라 할 것이므로 취득자인 의사 본인과 분리해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법원은 S회계법인이 회사 내 포렌직서비스(부정적발심사) 팀장으로 일하다 경쟁업체로 옮겨간 J씨를 상대로 낸 전직등금지가처분신청에서 "전문직으로 일하면서 얻게 된 노하우를 경쟁업체에서 활용하더라도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침해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한바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2007카합1160)은 "J씨가 자연스럽게 지득하고 있는 정보는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스스로 체득하게 된 것이므로 이런 지식을 사용해 동종업무에 근무하는 것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회계법인의 신청을 기가하였다. 그리고 이 같은 원심의 판단은 대법원(2008마701)이 S회계법인 측의 재항고를 기각함으로써 최종 확정되었다.

 

  또한 같은 사건에서 법원은 "퇴직 후 6개월 이내에 사전 동의 없이 경쟁업체 등으로 전직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전직금지약정을 체결한 사실은 소명되나 J씨가 영업비밀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전직을 금지할 수 없다"라면서 영업비밀이 있다고 인정되지 않으면 경쟁업체로의 전직금지약정 또한 무효라는 취지의 판시를 하였다.

 

  이 같은 법원의 결정은 고용 의사의 입장에서는 전문직의 특수성을 십분 이해한 결정이지만, 사용자인 병원장의 입장에서 보면 불합리한 측면이 크다. 게다가 현재 대부분 병원 내 의사의 고용계약서에는 퇴직 시에 기간과 장소를 정하여 경쟁병원에 근무하거나 경쟁병원을 개설하는 것을 금지하는 약정(경업피지의무약정)하고 있다. 위 대법원 결정을 문언 그대로 해석하면 그와 같은 조항들이 모두 무효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대법원의 결정 취지에도 불구하고, 고용 의사의 퇴직 후 경업피지의무 약정을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볼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병원 내 고용 의사의 지위가 기업에서처럼 엄격한 피용자의 지위가 아니고, 고용계약 체결 과정에서 당사자 간에 경업피지의무약정을 이휴로 한 대가관계 등이 존재하는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그 유효성이 인정될 여지가 크다.

 

  이와 같은 견지에서 창원지방법원(2010카합452)은 고용 의사가 퇴직 무렵 창원시 내에서 퇴직일로부터 5년간 치과를 개원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퇴직 후 약 1.5km 떨어진 곳에서 의료기관을 개설한 사건에서, "서약서 작성 경위와 내용, 채무자의 교육 정도, 직업, 나이, 사회적 지위 등을 고려해 볼 때 동 서약서의 약정을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병원장이 고용 의사를 상대로 제기한 의료기관개설금지가처분신청을 인용하였다. 다만, 1년을 초과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않기로 한 부분은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복잡한 논의는 뒤로하고, 의사가 병원에 소속되어 근무하다 전직 및 퇴직할 때 주의할 사항은 무엇일까?

 

  대부분 문제가 되는 경우는 고용 의사가 병원을 퇴직하면서 환자의 수술 전후 사진, 수술 동의서, 연락처를 포함하는 환자의 개인정보 등 병원에서 작성 및 보관하던 자료들을 가지고 나오는 때이다. 이러한 자료들은 병원입장에서는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작성하고, 경쟁병원에 건네지게 되면 엽업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것들이다. 때문에 퇴직 시 이의 무단반출은 불법행위로서 민·형사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의사는 퇴직하면서 병원장의 허락을 받는 등 특별한 사정 없이는 병원 내 보관된 자료들을 가져가서는 아니 된다. 이는 머릿속의 지식과 경험을 사용하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출처 : 헬로닥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