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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승 변호사] 2012년에 선고된 주목할 만한 판결 ① - 약품설명서의 주의사항과 다르게 처방하였을 경우 의사의 과실이 추정된 사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3.03.07 11:57 조회수 : 4187

 

2012년에 선고된 주목할 만한 판결 ① - 약품설명서의 주의사항과 다르게 처방하였을 경우 의사의 과실이 추정된 사례 (서울고등법원 2012. 3. 22. 선고 2010나24017 판결)

 

법무법인 세승

정혜승 변호사

 

  한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알코올 전문병원에 입원 퇴원을 반복하며 그 때마다 아티반 4mg과 할로페리돌 5mg의 혼합 정맥주사를 맞아왔다. 어느 날 술에 취한 상태에서 다시 입원한 환자에게 의료진은 금단증상 완화를 위하여 위와 같이 아티반 4mg과 할로페리돌 5mg을 혼합하여 정맥주사 하였고 환자는 잠이 들었다. 4시간 정도 경과 후 환자의 혈압은 80/50㎜Hg, 맥박수는 56회/분, 호흡수는 12회/분으로 떨어졌고 의료진은 심폐소생술을 시행함과 아울러 혈압상승을 위하여 에피네프린 앰플을 거듭 투여하였으나 결국 환자는 사망하였다.

 

  한편, 할로페리돌의 첨부문서(약품설명서)에 따르면 정맥 투여용으로는 허가되지 않았으므로(미국 식약청에서 부정맥 발생 위험성 때문에 정맥주사가 승인되지 않았고,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도 시판 허가 시 정맥주사를 승인하지 않았다) 분할 근육주사 하여야 하고, 만일 정맥에 투여할 경우 심장 상태를 감시하여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또한 과량투여하면 저혈압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이 경우 도파민 또는 노르에피네프린과 같은 승압제를 투여하여야 하며, 이 때 에피네프린을 병용할 경우 저혈압을 악화시키므로 사용하면 아니 되며, 정상 투여한 경우에도 순환기계와 관련하여 이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관찰을 충분히 하여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의료행위상 과실은 환자 측이 밝혀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로서는 도무지 밝혀낼 수 없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법원은 환자 측의 입증책임을 다소 완화시켜 주고 있다. 즉, 환자 측이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다른 원인이 개입될 수 없다는 점을 밝히면 의료행위를 한 측에서 그 행위가 과실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환자 측이 과실을 밝혀야 하는 원칙은 지켜지며, 의료인 측의 과실이 추정될 정도에 이르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의약품의 첨부문서 기재와 다른 의료행위를 한 경우 그러한 행위를 한 의료진의 과실을 추정하고 의료진 측에 과실이 아니라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담시켰다. 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의약품의 첨부문서는 당해 의약품의 위험성에 관하여 가장 고도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제조업자 또는 수입판매업자가 환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이를 사용하는 의사 등에 대하여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기재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가 의약품을 사용할 때 첨부문서에 기재된 사용상의 주의의무사항에 따르지 않고 그로 말미암아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주의사항에 따르지 아니한 점에 관하여 특단의 합리적 이유가 없는 한 의사의 과실은 추정되며, 그 특단의 이유는 의사가 입증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약품설명서의 기재에도 불구하고 의료행위가 행하여지는 데에는 그에 따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약품설명서는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지는 기준이고, 그 기준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다는 사실은 전문가인 의료진이 입증하여야 할 사항이라는 점을 주의하여야할 것이다.

 

(출처 : 헬로닥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