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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승 변호사] 2012년에 선고된 주목할 만한 판결 ② - 진료기록의 부실기재에 따른 과실책임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3.04.25 10:26 조회수 : 4267

2012년에 선고된 주목할 만한 판결 ② - 진료기록의 부실기재에 따른 과실책임

 

 법무법인 세승

정혜승 변호사

 

의료과실과 관계된 소송은 주로 민법상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의 소로 진행된다. 불법행위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소를 제기한 원고가 피고의 과실을 입증하여야 한다. 그러나 의료사건의 경우 비전문가인 환자가 의료에 관한 과실을 주장, 입증하기는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진료 및 시술 과정에서 작성된 의무기록 일체가 소송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의무기록은 늘 변조 및 가필의 위험이 있고 어떤 경우에는 기록을 소송에서 제출하지 아니하는 방법으로 환자의 입증을 방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의무기록이 부실하게 기재되어 있거나 변조, 가필된 것이 밝혀진 경우에 그 자체로 의사에게 과실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판례는 의사가 진료기록의 불기재 내지 부실기재를 한 행위는 그 이유에 관한 상당하고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당사자 간의 공평의 원칙 또는 신의칙에 어긋나는 증명방해 행위에 해당하고, 법원은 이를 자료로 하여 자유로운 심증에 따라 의사에게 불리한 평가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왔다.

 

다음에 소개하는 사건에서 법원은 위와 같은 원칙적 입장을 토대로 진료기록이 매우 부실하게 기재되어 있고 그 행위가 아니고서는 악결과가 발생할 다른 원인이 없는 경우 의사의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한 성형외과에서 쌍커풀 재수술과 안검하수 교정수술을 받은 환자가 수술 후 안검하수가 교정되기는커녕 양측 상안검이 비대칭 상태를 이루고 좌안에 1mm가량의 토안(눈이 감기지 아니하는 증상)까지 발생하였다. 시술을 한 의사는 환자의 상태에도 불구하고 좋아질 것이라고만 설명하여 환자는 재수술을 받을 기회도 상실하였다.

 

환자는 결국 시술을 한 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의 소를 제기하였다. 그런데 소송 진행 과정에서 의사의 과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료인 수술기록지, 수술 전후 촬영사진, 동영상 등은 전혀 제출되지 아니하였고 다만 수술 당일의 진료기록부만이 제출되었을 뿐인데 그 진료기록부에는 환자의 상태에 대한 내용이 전혀 적혀 있지 않았고 ‘수술’ 이라는 한 단어만 기재되어 있었다. 법원은 ‘수술’이라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 다른 기록은 전혀 제출하지 않아 의사가 어떠한 부분에서 의료행위의 일반적 준칙에 어긋나는 과실을 저질렀는지 환자가 증명할 방법이 없고, 환자가 특별히 안과적 치료나 수술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였다.

 

최근 진료기록부 작성 의무 규정이 구체화되어 환자의 주된 증상, 진단 및 치료 내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재하도록 법령이 개정되었다. 의무기록의 정확한 기재는 향후 분쟁을 막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환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나아가 의료를 발전시키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다. 병, 의원의 규모에 상관없이 작은 부분에서부터 정확한 기재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출처 : 헬로닥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