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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 변호사] 의료법상 원격의료의 문제점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3.05.02 15:13 조회수 : 4159

 

의료법상 원격의료의 문제점

 

법무법인 세승

박재홍 변호사

 

‘원격의료(Tele-medicine)’는 의료인이 컴퓨터, 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먼 곳에 위치한 환자 또는 의료인을 대상으로 수행하는 의료행위를 의미한다.

 

이러한 원격의료의 개념에는 환자가 원격지의사로부터 진료하는 ‘원격진료(遠隔診療)’는 물론, 원격지의사가 현지의사에게 임상적 지식, 기술, 경험 등을 제공하는 ‘원격자문(遠隔諮問)’ 등이 모두 포함될 수 있다.

 

그런데, 의료인은 의료법 제33조 제1항에 따라 자신이 개설한 의료기관 외부에서 의료업을 수행할 수 없으므로, 원격지의사가 수행하는 의료업무로서 ‘원격의료’는 원칙적으로 위법한 의료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의료법(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개정된 이후의 것) 제34조 제1항은 의료인이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 즉 원격자문(遠隔諮問)만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또한, 의료인이 적법하게 원격자문(遠隔諮問)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① 원격진료실, ② 데이터와 화상을 전송․수신할 수 있는 단말기, ③ 서버, ④ 정보통신망 등의 시설 및 장비도 요구된다(의료법 제34조 제2항, 동법 시행규칙 제29조).

 

따라서 현행법상 원격의료는 사실상 원격진료실을 갖춘 의료기관 간의 원격자문(遠隔諮問)만이 가능할 뿐이고, 원격지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진료(遠隔診療)는 물론, 의료기관 이외의 장소에서 원격지의사가 스마트폰 등을 이용하여 현지의사에게 수행하는 원격자문(遠隔諮問)은 ‘원격진료실’이란 장소적 요건에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볼 소지가 높다.

 

이처럼 의료법상 원격의료의 범위를 좁게 규정된 이유는 원격의료의 의미, 기준, 시설․장비의 기술적 표준 등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원격의료가 폭넓게 인정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진료비 급증 및 보험재정의 악화, 의료분쟁의 발생 및 그 책임소재, 환자의 진료정보 유출 등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원격자문(遠隔諮問)은 의료인 상호 간에 수행되는 것인 바, 의료법 제34조 제3항, 제4항에 따라 원격지의사와 현지의사의 책임소재도 명확히 규정되어 있고, 진료정보는 의료법 제19조, 제21조에 의하여 환자의 비밀로서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의하여 보호되고 있는 만큼, 원격자문(遠隔諮問)으로 인하여 국민에게 보건위생상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응급상황, 상급 의료기관이 없는 지역 등에서 원격지의사가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의 진료기록, 영상검사결과 등을 조회하여, 현지의사에게 원격자문(遠隔諮問)이 이루어져야 할 임상적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격진료실’이란 장소적 요건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원격자문(遠隔諮問)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을 방해할 우려가 크다.

 

이에 우리나라와 유사한 의료법 체계를 지닌 일본에서는 의사 상호 간에 이루어지는 ‘원격자문(遠隔諮問)’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음은 물론, 영상검사의 판독, 병리진단 등과 같이, 원격지의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더라도 환자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우라면, ‘원격진료(遠隔診療)’도 가능하다고 본다.

 

최근 대법원은 의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더라도, 전화 등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환자의 용태를 스스로 듣고 판단하여 처방전 등을 발급하였다면 의료법 위반이라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이는 일본의 원격진료(遠隔診療)에 관한 입장과도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주목할 만하다. 다만, 대법원 판례에서는 원격자문(遠隔諮問)을 포함한 의료법상 원격의료의 의미나 한계까지 검토되지 못했다.

 

즉, 의료법상 원격의료의 범위와 한계에 관한 논의는 여전히 숙제로 남겨져 있다. 의료업도 정보화사회의 예외가 될 수 없으므로, 원격의료는 앞으로 선택이 아닌 필수의 문제가 될 것이다. 이에 국민건강의 증진을 위한 원격의료의 조기 정착을 희망하는 일인으로서, 원격의료의 현실적 필요성과 유용성을 고려하여, 이를 허용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이고 개방적인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다려 본다.

 

(출처 : 헬로닥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