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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 변호사] 약품설명서에 따르지 않은 투약행위의 의료과실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3.06.26 14:23 조회수 : 3867

 

약품설명서에 따르지 않은 투약행위의 의료과실

 

법무법인 세승

박재홍 변호사

 

약사법 제58조는 의약품의 첨부문서인 약품설명서에 ① 용법, ② 용량, ③ 사용 및 취급상 주의사항 등을 명시적으로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인이 이러한 약품설명서에 따르지 않고 환자에게 투약행위를 한 경우, 이러한 투약행위에 관하여 법원은 어떠한 판단을 하게 될까. 이와 같이 약품설명서에 따르지 않은 투약행위의 과실 여부에 관하여 판단한 최근의 판결이 있어 소개한다.

 

사실 관계는 이렇다. 알코올 의존증과 간경화가 있던 환자는 전문병원에서 외래 치료를 받던 중, 집을 나가 2주간 폭음을 하다가, 술에 취한 상태로 위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환자는 입원 후 알코올 금단 증상인 섬망(delirium)이 나타나, 심한 과다행동을 보이며 자신과 주변인에게 위협을 가하였다.

 

그래서 병원 측은 환자를 안정시키기 위하여 진정제인 아티반과 정신신경용제인 할로페리돌을 혼합하여 정맥으로 주사하였는데, 환자는 병원에서 정맥주사를 맞은 후 약 4시간이 지난 시점에 청색증을 일으켰고, 병원 측이 환자에게 승압제인 에피네프린을 투여하였음에도 결국 심정지로 사망하게 되었다.

 

당시 할로페리돌의 약품설명서에는 ① 부정맥의 위험이 있어 정맥 투여용으로 승인되지 않은 바, 근육주사해야 하고, ② 정맥주사할 경우에는 심전도 상태를 감시해야 하며, ③ 과량투여 또는 정상투여시에도 저혈압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에프네프린은 저혈압을 악화시키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약품설명서는 의약품의 부작용에 관하여 가장 고도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제약회사 측이 환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이를 사용하는 의사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 바, 의사가 의약품을 사용함에 있어서 그 약품설명서 기재사항을 따르지 않아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의사의 과실이 추정된다고 판시하여, 병원 측의 의료과실을 인정하였다.

 

즉, 법원은 약품설명서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사의 투약행위에 있어서의 과실을 인정한 것이다. 물론, 본건에서 법원이 약품설명서에 따르지 않았다는 것만을 근거로 병원 측에게 과실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약품설명서 기재사항은 의사의 과실 판단에 아주 유력한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명백한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우리나라의 임상현장에서는 약품설명서에 의해서만 투약행위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의료인이 환자의 개개인 증상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약품설명서만을 따라 처방하는 것이 의학적으로 타당하다고도 볼 수 없다.

 

그러나 실제 법원에서 약품설명서 기재사항은 의료과실을 판단함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자료로 작용하는 바, 의료인이 약품설명서의 용법, 용량, 주의사항 등에 반하여 환자에게 약물을 처방함에 있어서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투약에 있어서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지혜가 필요함을 명심하자.

 

(출처 : 헬로닥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