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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 변호사] 진료권(Clinical Privilege)이란 무엇인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3.08.09 14:46 조회수 : 5248

 

진료권(Clinical Privilege)이란 무엇인가?

 

법무법인 세승

박재홍 변호사

 

최근 서울성모병원이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재인증을 받았다는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각 의료기관들의 JCI 인증에 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JCI 인증을 위한 1,200여개 평가기준은 어디까지나 미국의 병원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인 만큼, 한국 병원에서는 낯선 내용도 적지 않다. ‘진료권(Clinical Privilege)’ 역시 그러한 제도 중 하나이다.

 

‘진료권’은 특정 의사가 병원 내에서 일정한 의료행위를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한다. 미국 병원에서는 대체로 해당 진료과 의료진, 자격심의위원회(Credentials Committee), 의사조직(Medical Staff Organization) 등의 심사를 거쳐, 병원 이사회(Executive Committee)에서 진료권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는 바, 이에 따라 JCI도 병원 측이 해당 의사의 진료권 범위를 인사기록에 남기도록 권고하고 있다.

 

다만, 현행 의료법 제12조 제1항은 법령에 의하지 않는 이상 ‘누구든지’ 의사의 의료행위에 ‘간섭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병원이 의사에게 진료권을 부여하거나 이를 제한하는 것은 사실상 해당 의사의 진료업무를 위력으로 방해하는 불법행위에 오인될 소지가 있다.

 

이에 관하여, 최근 대법원은 병원이 의료전문가로 구성된 적정진료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서, 해당 의사의 진료 업무를 잠정적으로 중지한 것에 불과하다면, 이러한 진료권 정지처분은 병원의 정당한 인사권 범위 내에 속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우리나라 각 병원에서 진료권을 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해당 과목의 전문의가 아니라도 의사면허만 취득하면 어떠한 의료행위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바, 이에 의료사고가 많은 의사라도 그 의사의 의료행위를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으며, 환자가 이러한 의사의 경력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의사가 권하는 의료행위에 대부분 따르게 되는 우리 의료현실을 고려할 때, 환자의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진료권’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에 있어서는 수긍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병원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의료전문가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사실상 병원의 업무영역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각 병원들의 진료권 도입은 자칫 의료행위에 있어서 의사의 재량권을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방어적 진료, 진료거부 등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따라서 마냥 국제기준을 쫓아 서둘러 진료권을 도입하기보다는, 먼저 우리 의료현실 속에서 의사의 역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의사의 진료영역을 규정할 수 있는, 진료권 심사의 방법, 절차, 제도 등에 관하여 의료계 전체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출처 : 헬로닥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