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소개

기고문/칼럼

[조우선 변호사] 원격의료, 득일까 독일까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3.12.04 09:36 조회수 : 4015

원격의료, 득일까 독일까

 

법무법인 세승

조우선 변호사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의료 체계 전반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의료정보 의 전산화는 정보의 효율적인 관리를 보다 쉽게 하였고, 촬영 및 전송 기술의 발달은 의료행위의 시간적, 장소적인 제약을 해소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가 반영된 대법원 판결과 의료법 개정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대법원은 2013년 전화 진찰을 통한 처방이 법률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판단을 하였다. 이른바 비만환자에 대한 전화처방 사건이다. 병원에 방문하여 초진을 받은 환자에게, 이후 의사가 전화를 통하여 문진하고 처방을 하여 준 것이 문제가 되었다. 이 사건에서 자신이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을 교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판단의 대상이 되었다.

 

대법원은 위 규정은 스스로 진찰을 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으로 주체에 관한 제한을 두고 있을 뿐 대면진찰을 하지 않았거나 충분한 진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 일반을 금지하는 조항이 아니라고 보았다. 따라서 전화로 진찰을 하고 처방을 한 행위가 ‘직접 진찰’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진단의 여러 방법인 문진, 시진, 청진, 타진, 촉진 기타 방법 중에 전화로는 문진만이 가능할 것이다. 전화를 통한 문진만으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통화 상대방이 환자 본인인지를 확인할 수 없는 문제점도 있다. 무분별한 전화 진찰이 허용된다면 약물의 오남용의 위험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국회는 2013. 10. 28.자로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현재 의사-의사간에 허용되고 있는 원격의료의 범위를 의사-환자에까지 확대시키되 원격의료가 허용되는 환자의 범위를 한정하고 원격의료기관을 동네 의원을 중심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 배경은 의료기관 접근에 대한 국민 편의성을 제고하여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 수준을 향상시키고자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위 입법예고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과연 의료의 접근성이 장기적으로 제고될 것인가이다. 향후 원격 의료의 허용 범위가 대형병원까지로 확대된다면 환자들은 대형병원에서의 원격 의료가 가능한 상황에서 동네 의원을 찾지 않을 것이고 이는 동네 의원들의 경영 위기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동네 의원들이 폐업하게 되는 경우 의료법 개정으로 얻고자 한 의료의 접근성은 오히려 떨어지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국민의 건강에 도움이 되겠는가이다. 원격 의료는 대면 진료에 비하여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진단 및 처방의 정확성이 담보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뿐만 아니라 개정법은 의학적으로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하는 재진환자 중 일부에 한하여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의학적 위험성이 낮은지의 판단기준 역시 모호한 상황이다. 그리고 원격 의료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의사의 책임에 대해서도 뚜렷한 기준이 제시되고 있지 않다. 원격 의료를 통해 진단·처방한 것으로 의사가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의사는 진료를 함에 있어 최선의 노력을 다 하여 환자를 치료하여야 할 것인데 이를 위한 진단과 처방은 환자에 대한 수집하는 정보가 많을수록 정확해질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변화한다고 해서 의료행위가 가지는 본질적인 특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의료의 안전성은 편의성에 희생될 수 없는 가치이다.

 

따라서 의사는 원격 의료를 통하여 환자를 진료를 하되, 원격 의료 과정에서 거동이 가능함이 확인되거나 정밀한 진단이 필요한 환자에 대해서는 직접 병원에 내원하여 진료를 받도록 독려하여야 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의료인이 직접 방문하여 진료를 하는 방법 등을 통하여 의료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모두 확보하도록 하는 세부적 규정도 보완되어야 한다. 의료의 편의성뿐만 아니라 의료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세부 방안이 좀 더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출처 : 청년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