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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청희 변호사] 의약분업, 의사의 올가미?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3.12.04 10:13 조회수 : 3914

의약분업, 의사의 올가미?

 

법무법인 세승

최청희 변호사

 

우리나라 정부는 2000년 8월부터 많은 진통 끝에 의약분업을 전면적으로 시행하였다. ‘의약분업’이란 의사가 환자로 하여금 약을 사용할 때, 의사는 환자에게 원외처방전만 교부하고, 약사는 위 처방전에 근거하여 약을 조제·투약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의사는 원칙적으로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고, 약사가 조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는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또한 의료행위에는 의사가 환자의 질병에 적합한 약품을 처방, 조제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즉, 의약품의 조제도 의료행위라는 것이다. 따라서 의사는 원칙적으로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다. 그런데 의약분업의 시행으로 의사의 조제행위가 원칙적으로 금지된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경우 약사만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다면 이는 국민에게 있어 엄청난 부담과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약사법 제23조 제4항에서는 입원환자 등 일정한 경우에는 의사 ‘자신이 직접’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게 하였다. 이는 약사의 입장에서 보면 의약분업의 예외라 할 수 있지만,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의사가 의료행위로서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게 회복시키는 것, 즉 원칙으로의 복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의사가 직접 조제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간호사에게 조제를 보조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의약품의 조제에 있어 의사의 진료재량이 넓게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행 약사법은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약사법 제23조 제4항은 의사가 의약품을 조제하는 경우에는 의사 ‘자신이 직접’ 조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다른 의료행위와 달리 의약품의 조제에 있어서는 의사의 진료재량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이는 앞서 살펴 본 의료행위의 개념에 상충된다.

 

둘째, 합리적인 이유 없이 약사와 차별하고 있다. 약사법 제23조 제1항은 약사 및 한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약사가 의약품을 조제하는 경우에는 약사 이외의 자에게 조제행위의 일부를 보조시킬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 상당수의 약국에서는 약사 이외에 약무 보조원이 약사의 조제행위를 보조하기도 한다(물론 약무 보조원이 무한정 보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셋째, 의사 ‘자신이 직접’ 조제하여야 하는 범위가 불명확하다. 일반적으로 조제의 과정을 살펴보면, ① 의사가 의약품을 처방하면 ② 해당 의약품을 분류하여 ③ 의약품 포장지에 의약품을 투입하고 ④ 포장지를 밀봉하고 ⑤ 포장하여 ⑥ 환자에게 교부하는 일련의 전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과정 중 의사 ‘자신이 직접 조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려면 의사가 직접 ② 내지 ⑤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여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중 일부만 직접 하면 되는 것인지 불명확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의약분업은 의약품의 오남용을 방지하고자 함에 그 취지가 있다. 그런데 현행 약사법은 의사의 의료행위의 일종인 조제행위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으며, 직접 조제의 불명확성으로 인하여 의사로 하여금 불완전한 지위에 놓이게 하고 있다. 이는 의약분업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 오히려 의약분업이라는 명분으로 의사에게 올가미를 죄는 것은 아닐까?

 

(출처 : 의료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