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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 변호사] 서체 저작권 문제, 어떻게 대응하면 될까?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3.12.06 16:16 조회수 : 4856

 

서체 저작권 문제, 어떻게 대응하면 될까?

 

법무법인 세승

박재홍 변호사

 

어느날 갑자기 “당신은 우리 회사의 서체를 무단으로 사용했다. 따라서 합의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저작권 침해로 형사고소․고발하여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증명을 우편으로 받는다면, 누구라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병원의 담당자는 고민이 될 것이다. 병원의 홈페이지, 동영상 등의 글자 한두개에 서체가 사용되었다는 이유로,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의 합의금을 지급해야 된다는 사실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서체(font)는 쉽게 말하면 글자의 모양이다. 이러한 서체에는 조선시대 김정희(金正喜)의 추사체(秋史體)처럼 그 자체로 미적 가치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의사전달의 도구로서 문자의 기능과 별도로, 서체 자체가 감상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저작권법상 보호의 대상인 미술저작물이 된다고 볼 수 없다.

 

다만, 판례는 서체 자체(font)가 아니라, 이를 디지털화하여 화면에 표시하거나 출력할 수 있도록 만든 전자적 데이터 프로그램인 서체 파일(font file)의 경우, 다른 응용프로그램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사용되는 일련의 지시․명령으로 표현된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이라 해석하고 있는 바, 이를 통하여 서체 파일을 제작하는 업체들의 권리를 보호해 주고자 하고 있다.

 

따라서 병원이 저작권자인 서체 업체의 동의없이 인터넷에서 임의로 서체 파일을 내려받아, 홈페이지 제작, 광고, 학술활동 등을 위하여 사용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서체 파일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라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병원이 대개 홈페이지 등을 직접 제작하지 않고, 이를 외주업체에게 맡기게 되는데, 외주업체가 무단으로 서체 파일을 사용하여 홈페이지 등을 제작하는 경우에도, 병원이 저작권 침해의 책임을 져야 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문화체육관광부는 저작물 외주 제작의 경우 위탁․도급계약에 따라 수급인이 독립적 지위에서 자신의 재량에 의하여 저작물을 만들기 때문에, 외주 제작의 결과물에서 저작권 침해의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를 제작한 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외주업체가 특정 서체를 홈페이지에 표현하기 위하여 무단으로 서체 파일을 이용하였다면, 그에 따른 저작권 침해의 책임은 어디까지나 외주업체에게 있고, 병원은 서체 파일을 이용한 결과물인 홈페이지만을 이용한 것이므로, 서체 파일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아, 해당 서체로 만든 병원 홈페이지가 있더라도, 이를 삭제하거나 서체 업체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실제 재판에서는 병원 홈페이지의 내용만으로는 이를 병원이 아니라 외주업체에서 제작하였다고 볼만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개 영세한 외주업체가 이미 폐업을 하여 연락조차 어려운 상태라서, 병원 측에서 홈페이지 제작에 있어서 서체 파일을 직접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설사 병원이 직접 서체파일을 복제하거나 이용에 제공하지 않더라도, 외주업체에게 홈페이지 제작에 있어서 서체 채택과 관련하여 일정한 지시․감독을 하였다는 이유로, 민법상 사용자에 준하여 서체 파일에 대한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병원이 이러한 서체 저작권 문제를 겪지 않으려면, 사전적으로는 외주업체와의 계약서를 잘 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외주업체가 병원 홈페이지를 작성함에 있어서, ① 서체 파일 등 저작물을 포함한 타인의 지적재산권 일체를 침해해서는 안 되고, ② 이를 위반하여 병원과 권리자 간의 법적 분쟁이 발생한 경우, 이로 인한 일체의 비용은 외주업체가 부담한다는 조항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서체 업체 측으로부터 내용증명을 받은 경우라도, 형사고소․고발하겠다는 문구에 지레 겁을 먹고 무조건 합의금을 지급하기보다는 ① 현재 병원 홈페이지 등에서 해당 서체가 사용되고 있는지 여부와 사용되고 있다면 그 내역을 명확히 정리하고, ② 이와 관련된 외주업체와의 계약서 내용등을 꼼꼼히 확인한 후, ③ 법률전문가와의 상담을 거쳐 합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겠다.

서체 저작권 침해의 사건은 실제 형사고소․고발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은 편이고, 설사 서체업체 측의 형사고소․고발이 이루어지더라도, 현재 검찰에서는 지적재산권 관련 국민적 인식 수준이 낮은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저작권 침해사범이 양성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검사의 판단에 따라 일정기간 저작권 교육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서체 저작권 사건은 결국 민사상 손해배상의 문제일 뿐인데, 그 법적 타당성 여부를 별론으로 하더라도, 홈페이지 상 몇 가지 단어에 서체 파일이 사용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저작권자가 병원에게 형사고소․고발하겠다는 고압적인 언사와 함께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것까지 사회윤리적으로 허용된다고 보아서는 아니될 것이다. 따라서 병원에서도 이러한 서체 업체 측의 부당한 요구에 쉽사리 응하기보다는, 정상적인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하는 방안 역시 신중하게 고려해 보시기를 권하는 바이다.

 

(출처 : 대한치과교정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