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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섭 변호사] 진료기록부에 가필하여도 되나요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3.12.23 18:01 조회수 : 4331

진료기록부에 가필하여도 되나요

 

법무법인 세승

신태섭 변호사

 

의료법 제23조 제3항은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된 개인정보를 탐지하거나 누출·변조 또는 훼손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의료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 대하여 전자의무기록에 변조 등의 행위를 하지 말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의사 등 의료인은 자신이 작성한 진료기록부에 가필을 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한 최근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어 그 사건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사건 의사는 2008년 8월 23일 22:00경 계단에서 떨어져 두부열상을 입고 내원한 환자에 대하여 두부CT촬영 검사를 거친 후 열상부위 봉합 치료를 하였고, 그 다음날인 8월 24일 01:00경 해당 환자를 퇴원시켰으며, 이 사건 간호사는 이 사건 당시에 의사를 보조하였다.

 

그러나 해당 환자는 퇴원당일인 8월 24일 17:00경 입에 거품을 물고 눈이 돌아가는 등 ‘뇌출혈’ 증상을 보였고, 타 병원으로 후송되어 응급 뇌수술을 받았으나 9월 27일경 사망하였다.

 

이 사건 의사는 8월 29일경 전자진료기록부에 ‘지연성뇌출혈에 대한 가능성 설명하고 의식상태 변화나 오심, 구토 증상 있을시 대학병원에 가보시라 함’이란 내용을 가필한 후 전자서명을 하였고, 이 사건 간호사 역시 8월 24일 이후에 전자간호기록부에 기존의 전자서명을 삭제한 후 ‘두통 계속되고 오심 심해지면 신경외과 있는 병원으로 가라고 설명함’이란 내용을 가필한 후 전자서명을 하였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원심은, 의료법 제23조 제3항에 규정된 ‘개인정보’라 함은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에 의하여 당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부호, 문자, 음성, 음향, 영상 및 생체특성 등에 관한 정보’라고 해석하였고, 이 사건의 경우 진료기록과 간호일지의 내용을 고친 것에 불과할 뿐 개인정보를 고친 것이 아니라는 논리로 이 사건 의사와 간호사에 대하여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의료법 제23조 제3항에 규정된 ‘개인정보’에 대하여 환자의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과 같은 ‘개인식별정보’뿐만 아니라 환자에 대한 진단, 치료, 처방 등과 같이 공개로 인하여 개인의 건강과 관련된 내밀한 사항 등이 알려지게 되고 그 결과 인격적, 정신적 내면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자유로운 사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될 위험성이 있는 ‘의료내용에 관한 정보’도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작성권자’와 관련하여 ‘환자를 진료한 당해 의료인’은 의무기록 작성권자로서 보다 정확하고 상세한 기재를 위하여 사후에 자신이 작성한 의무기록을 가필, 정정할 권한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해석에 따라 이 사건 전자의무기록에는 인적사항과 의료내용만이 저장되었을 뿐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이 없었으므로, 이 사건 전자의무기록을 의료법상 ‘전자의무기록’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이 사건 의사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아울러 ‘전자의무기록을 작성한 당해 의료인’이 그 전자의무기록에 기재된 의료내용 중 일부를 추가, 수정하여도 변조 행위의 주체가 될 수 없으므로, 간호사는 전자간호기록부에 대한 ‘작성권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 사건 간호사에 대하여도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의료법 제23조 제3항에 규정된 ‘전자의무기록 변조죄’의 각 ‘구성요건’에 대하여 그 내용을 명확히 판결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다만 이 사건 의사에 대하여는 의료법상 ‘전자의무기록 변조죄’가 성립할 수 없지만, 의료법상 ‘진료기록부 작성·서명 의무 위반죄’ 성립은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적으로 2012년 4월 7일부터는 의료법 제22조 제3항(의료인은 진료기록부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수정하여서는 아니 된다)에 따른 ‘허위작성금지’가 적용되므로, 각 의료인들은 진료기록부를 가필할 경우에 이 점을 각별히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끝.

 

(출처 : 라포르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