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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선 변호사]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논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4.01.06 16:13 조회수 : 3950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논란

 

법무법인 세승

조우선 변호사

 

한의사와 의사간의 업무 영역에 관한 다툼이 치열하다. 2013년 12월 26일 헌법재판소는 안압측정기 등을 사용하여 안질환 등을 진료하였다가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한의사들이 청구한 헌법소원심판청구 사건에서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은 한의사들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므로 이를 취소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하였다.

 

이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검사는 한의사들이 안압측정기 등의 의료기기를 사용하여 안질환 등을 진료한 행위에 대하여, 이와 같은 행위가 한의사의 면허의 범위 외의 진료행위이므로 의료법을 위반한 점은 인정되지만 법률 위반의 강도가 낮고 전과가 없는 등의 사정을 참작하여 기소를 유예하는 처분을 하였다. 기소유예처분은 범죄혐의의 점은 인정되지만 정상에 참작할 점이 있는 경우 검사가 기소를 하지 않는 처분의 일종이다.

 

해당 한의사들은 검사가 기소유예처분을 하였기 때문에 자신들의 의료기기사용 행위가 의료법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형사재판에서 다투어보지 못하였고 이로 인하여 자신의 재판청구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받았다는 이유로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헌법재판소는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은 한의사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므로 이 처분을 취소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선고하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한의사들이 진료에 사용한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청력검사기 등은 측정결과가 자동으로 추출되므로 신체에 아무런 위해를 발생시키지 않고, 측정결과를 한의사가 판독할 수 없을 정도의 전문적인 식견을 요하지 않는다. 또한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에서 안질환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이 이루어지므로 한의사들이 위 의료기기들을 사용하여 한 진료행위는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검사가 의료법 위반을 인정하는 취지의 기소유예처분을 한 결과 한의사들이 의료법 위반에 대해서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다툴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였으므로 이 처분은 한의사들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서 검사는 의료법 위반 여부에 대하여 다시 수사를 하여 기소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의료기기를 한방의료행위에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검토하라는 이유에서 기소유예처분의 취소 결정을 한 이상 검사는 위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폭넓게 참조할 것이다. 따라서 검사는 해당 한의사들에 대해서 의료법 위반 여부에 관하여 혐의 없음 취지의 불기소처분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로서 처벌하고,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은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업으로 하는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와 한의사의 면허범위에 대해서는 하위법규 등을 통하여 이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헌법재판소는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의 구별에 있어서 ‘의료행위’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와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로 보고, ‘한방의료행위’는 우리의 옛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리고 어떠한 행위가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의료행위의 태양과 목적, 학문적 기초, 전문지식에 대한 교육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사안으로 돌아와, 이 사건 문제가 제기된 안질환 검사장비와 관련 안질환에 대해 일반적인 수준에서의 검토를 해보고자 한다.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치 등은 녹내장 등의 안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하여 사용된다. 녹내장은 조기에 발견하면 적절히 치료할 수 있지만 적절한 시기에 진단을 놓치면 영구적인 실명을 초래할 수 있다. 개방각 녹내장 환자의 약 77%가 안압 검사시 안압은 정상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말기가 되어야 증상이 발현된다. 따라서 이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안압측정, 시야측정 뿐 아니라 안저 검사, OCT 검사(빛간섭단층촬영) 등의 전문적인 검사가 추가로 필요하다. 이와 같은 검사를 위한 의료기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의학적 지식이나 방법 뿐만 아니라 인체에 대한 해부학적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이 의사들의 입장으로 보인다.

 

한의과대학의 대부분의 교과과목은 한의학이론에 기초한 것이고 서양 의료기기과 관련된 의학 과목이 차지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전문적인 실습이 이루어지는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다.

 

의료 정보의 수집은 진단을 전제로 하고, 의료행위와 무관한 정보의 수집은 있을 수 없다. 환자의 신체 상태에 관한 정보수집 자체가 이미 진단행위의 일부인 것이다. 안압측정기 등의 의료기기의 사용이 위험한지는 단순히 데이터가 자동 산출되는지 여부로 판단되어서는 안 되고 이와 같은 진단기기를 통하여 정확한 진단이 가능한지, 즉 오진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없는지에 의하여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녹내장 등의 안질환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해부학적인 지식 뿐 아니라 다른 영상의학적 검사들이 필요한데, 안압측정기 등의 단순한 의료기기를 사용한 안압의 측정만으로 녹내장 여부를 확진하는 경우 그 진단은 오진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번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의료법의 해석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전제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한의사들이 단순히 의료기기의 결과만을 신뢰하여 안질환을 잘못 진단하고 잘못된 의료행위로 나아갈 경우 오히려 국민의 건강에 위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부분은 안과 전문의나 의사에게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문제이다.

 

이 결정은 불과 10개월 전에 헌법재판소가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를 이용한 성장판 검사에 대하여 내린 결정과도 완전히 배치된다. 2012년 2월 23일 헌법재판소는 한의사들이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여 한 진료행위에 대하여 검사가 내린 기소유예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 사건에서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여 진단을 하는 행위는 영상의학과 전문의 또는 의과대학에서 영상의학과 관련 이론 및 실습을 거친 의사의 업무영역이므로 한의사에게 면허된 의료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후 2013년 2월 28일 한의사가 골밀도 측정용 초음파 진단기기를 이용하여 성장판 검사를 하였다고 이유로 기소되어 선고유예를 받은 사건에서도 동일하게 초음파 검사는 한의사에게 면허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안압측정기를 사용한 녹내장 등의 안질환 진단 및 처방행위는 초음파 측정기를 이용한 성장판 검사보다 오진에 의하여 조기에 진단 시기를 놓칠 경우 실명에도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의학적 위험성은 더욱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한의사의 안압측정기를 사용한 진료행위는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위에서 살핀 2012년 한의사의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 사용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사단법인 대한의사협회의 제3자 소송참가신청에 대해서 참가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이해관계인의 의견으로서 대한의사협회의 의견을 적극 참작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을 함에 있어서 헌법재판소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안과학회, 대한안과의사회, 대학의학회 등의 전문가단체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는 비판론이 있다. 안압측정기를 통한 안질환 진단에 있어서는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구하지도 않고 특별한 근거 없이 의학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불과 1년 동안 한의사의 초음파 측정기 사용은 허용되지 않고, 안압측정기 사용은 허용된다는 상반된 취지의 두 개의 결정이 나와 한의사의 행위가 어디까지 허용되는 것인지에 대해서 환자나 의료인, 수사기관 모두 예측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여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제한이 일정 부분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현행 법규정에 의사와 한의사간의 협진 의무가 규정되어 있지는 않다하더라도 한의사는 안질환에 대해서 진단하고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 전문 영역에 있는 안과전문의에게 협조를 구하는 등 최대한의 주의의무를 다 하여 환자의 상태에 대해서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재판부는 전문의 자격 인정이 규정되어 있는 전문 영역에 대해서 법정 수련기간을 거치지 않은 비전문적 의료인이 해당 과목 전문의와의 협의 없이 단독으로 시행한 의료행위로 인하여 환자에게 악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는 보다 가중된 결과책임을 부담하도록 하여 의료인 스스로의 주의를 촉구하여야 할 것이다.

 

향후 의료법 개정 과정에서 한의사가 양방의 전문영역에 대해서 진단 및 처방을 하는 경우 양방의 전문의에게 협진이나 조언을 구할 의무 등을 명시하는 방안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출처 : 청년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