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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선 변호사] 한의사와 의사의 면허,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4.02.24 11:36 조회수 : 4008

 

한의사와 의사의 면허,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법무법인 세승

조우선 변호사

 

의료법은 의료인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로서 형사 처벌하도록 하고 있지만 의사와 한의사의 면허의 범위,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의 구별기준에 대해서 명확한 정의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결국 한의사와 의사의 면허의 범위가 문제될 때마다 행정기관의 유권해석 혹은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2013년 각급 법원 및 헌법재판소에서 한의사의 면허의 범위와 관련하여 서로 상반된 취지의 판결이나 결정이 나왔고, 이에 대해서 한의사와 의사 단체의 의견이 매번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법원의 판단기준은 다음과 같다. 의사가 행하는 의료행위와 한의사가 행하는 한방의료행위는 그 행위의 학문적 기초가 되는 전문지식이 서양에서 도입되었는지, 아니면 우리의 옛 선조로부터 내려오는 것인지에 따라서 구분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기준에 따라서 2013년 2월 헌법재판소는 한의사의 골밀도 측정용 초음파진단기기를 사용한 성장판 검사행위는 이론적 기초와 의료기술이 다른 한의사에게 허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헌법재판소는 한의사들이 안압측정기 등의 의료기기를 사용하여 안질환 등을 진료한 행위는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014년 1월 서울행정법원은 한의사협회가 제기한 천연물신약 고시무효 청구에 관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천연물신약의 범위를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본 천연물제제로 정의한 것은 한의사들의 한방 의료행위의 범위를 한정하는 것으로, 한의사의 면허 범위와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2014년 2월 대법원은 한의사가 피부 주름관리나 잡티 제거를 위하여 최신 레이저 기술인 ‘IPL(Intense Pulse Light)’을 사용하는 것은 한의사의 면허를 벗어나는 의료법 위반행위라고 판시하였다.

면허의 범위에 대한 정의 규정이 부존재하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법원은 매번 의료법 위반이 문제되는 사안에서 해당 행위의 학문적 기초를 검토하여 무면허의료행위 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이는 의료인들이 자신의 면허의 범위에 대해서 판단받기 위해서 매번 유권해석을 신청하거나 소송을 제기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또한 최근 직역간의 영역 싸움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민들로 하여금 전문직의 이기심에서 비롯한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다.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법원은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를 ‘학문적 원리’에 따라서 구분하고 있는데, 이는 법적인 판단이라기보다는 사실적 판단에 가깝다는 것이다. 판사의 개인적 경험이나 신념에 따라 사실적 판단은 다양해질 수 있다. 즉 자의적 판단이 가능해진다는 의미이다.

 

그러한 이유로 의료법 관계 규정에서 면허의 범위를 보다 명확히 규정하여 애초에 분쟁의 소지를 방지하는 것이 현재의 양한방 이원체계에서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물론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의료기술도 발전하고, 이에 따라서 한의사와 의사의 면허의 경계도 유동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를 세세하게 법규에서 규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약제급여기준 의약품 허가사항 역시 제약 기술의 발전에 따라서 그 효능과 허가 범위를 보완, 변경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의료인의 면허의 범위 역시 대략적인 기준을 근거 법령에서 마련해 두고 이를 수시로 보완하고, 변경을 할 때마다 공고를 통해서 이해관계인 및 국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서 이를 정립해나간다면 의료인들이 매번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 자신의 업무범위를 확인받는 번거로움은 줄어들 것이다.

 

(출처 : 청년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