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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승 변호사] 의사와 한의사의 업무범위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4.06.18 10:07 조회수 : 4119

 

의사와 한의사의 업무범위, 필러, IPL, 물리치료사 지도에 대한 계속되는 사법부의 판단

 

법무법인 세승

정혜승 변호사

 

우리나라는 의사와 한의사의 교육과정 및 면허가 분리되어 있음에도, 의료법령에는 의사, 한의사의 면허된 의료행위의 내용을 정의하거나 구분 기준을 제시한 규정이 없다. 경계가 모호한 경우, 결국 사법부가 사안마다 판결을 하고 면허범위에 관한 정책은 판결을 따라가는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사법부가 의료라는 전문적 영역에 대하여 면허 범위를 결정할 만큼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작년 연말, 헌법재판소는 안압측정기 사용이 한의사의 업무범위 내라는 취지의 판단을 하였다. 헌법재판소의 주요 결정 이유는 첫째, 한의학도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안질환에 대하여 가르치고 있고, 둘째, 문제가 된 기기가 비교적 간단하게 작동할 수 있는 것이어서 한의사가 위 안질환의 치료에 활용하더라도 국민 보건에 위해를 가져올 우려가 없다는 점이다. 즉, 기기는 서양식 기술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문제가 된 질환에 대한 치료방법을 한의학에서 가르치고 있으며, 그 기기가 한의학적 치료방법을 따르기 적합한 것이라면 한의사라 하더라도 기기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올해도 사법부는 위 이유를 들어 개별 의료행위가 한의사의 업무범위에 포함되는지 판시하고 있다. 지난 1월, 한의사가 필러시술을 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위 원칙을 설명하며 필러시술의 경우 경혈을 자극하여 이와 연결된 인체의 각종 기관들의 기능을 촉진하거나 개선하는 것이 아니고, 이는 한의학에서 가르치는 치료방법이 아니므로 한의사가 필러를 사용한 경우 의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2월에는 한의사가 IPL 시술을 한 것에 대하여 대법원은 IPL의 원리가 경락에 자극을 주어서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IPL을 사용한 피부질환 치료가 빛을 이용하여 경락의 울체를 해소하고 온통경락을 하는 등, 한의학적 원리를 이용한 치료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헌법재판소도 지난 5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하에서만 의료기사가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한의사의 지도하에서는 의료기사인 물리치료사가 물리치료는 물론 한방물리치료를 할 수 없도록 한 것은 한의사인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헌법재판소는 결정에서 물리치료사의 업무는 서양의학에 기초한 의학지식과 진단 방법을 기초로 근골격계, 신경계, 심폐혈관계, 피부계 질환을 각종 의료기기 및 물리적 요법을 이용하여 치료하는 행위로, 한의학에 기초를 두고 경락과 경혈에 자극의 대상을 두고 있는 한방물리요법과 차이가 있고, 의료기사제도의 입법취지 및 물리치료사 양성을 위한 교육 과정 및 그 업무 영역 등을 고려할 때, 물리치료사의 업무가 우리 옛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에 기초를 두고 있는 한방의료행위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사법부가 두 면허의 범위를 분리할 수 있는 기준으로 의료행위의 원리 및 그 원리에 따른 기기사용인지, 부수적으로 교과과정에서 그러한 원리 및 기기사용행위를 가르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일견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별 행위가 문제될 때마다 사법부가 판단하는 과정이 계속된다면 각 직역 간 면허 범위에 따른 분쟁이 그치지 않을 것이다. 면허범위에 대하여 사회적 합의를 통한 기준을 설정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출처 : 의료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