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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 변호사] 의료기관과 방실침입죄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4.08.11 09:57 조회수 : 4312

 

의료기관과 방실침입죄

 

법무법인 세승

박재홍 변호사

 

최근 모 병원에서 직원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였는데, 해당 직원이 감사에 필요한 자료가 담긴 공용 노트북 컴퓨터를 자신의 의료기관 내 근무공간에 두고 제출하지 않는 경우, 감사팀 직원이 해당 공간으로 몰래 들어가서 공용 노트북 컴퓨터를 가져와도 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문의를 받은 적이 있다.

 

형법 제319조 제1항은 사람이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병원 직원이 근무하는 공간이 의료기관 내부인 경우에도 형법상 방실침입죄가 성립될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법원은 병원 내 공간에 직원이 임의로 들어간 경우에도 방실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와 관련된 실제 사례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A병원은 의료법과 병원 내규에 의거하여 진료기록부를 의무기록실에서 보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의사인 B는 이러한 병원 내규를 위반하여, 특정 환자의 진료기록을 자신의 연구실에서 보관하고 있었다.

 

당시 C는 A병원의 진료과장이었는데, B가 특정 환자의 진료기록을 자신의 연구실에서 보관하고 있으며, 그 이유가 임상시험 자료의 변경 및 삭제를 위한 것이라는 의심이 들자, B에게 해당 진료기록부를 의무기록실로 즉시 반환하는 등 그 시정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B는 C의 요청에 따르지 않았던 바, C는 B가 해당 진료기록부를 제3의 장소로 옮겨 이를 숨길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하에, A병원의 직원인 D에게 B의 연구실로 들어가 해당 진료기록부를 가져오도록 지시하였다.

 

그리고 D는 C의 지시에 따라 B의 연구실에 몰래 들어가, 해당 진료기록부를 가져와서 이를 의무기록실에 보관토록 하였는데, B는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후 C를 방실침입교사죄로 고소한 사건이었다.

 

이에 대하여 C는 ① B의 연구실이 A병원 소유로서, B와 A병원이 공동으로 점유하는 공간인 점, ② D가 진료기록부를 의무기록실로 반환하기 위하여 B의 연구실로 들어감에 있어서 B의 추정적 승낙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점, ③ C가 미반납 진료기록부의 회수를 위하여 B의 연구실로 들어가는 행위는 진료과장으로서 정당한 업무집행의 일환이라는 점 등을 주장하면서, 무죄를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① B의 연구실이 B의 단독점유라 볼 수 있는 점, ② 설사 진료기록부를 반환하기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B가 자신이 없을 때에, 타인이 연구실로 들어가는 행위까지 승낙할 것이라 보기 어려운 점, ③ C가 B의 연구실로 들어가서 진료기록부를 반드시 회수하여야 할 긴급한 사정이 없고, 다른 적법한 수단에 의해서도 B의 행위를 시정할 수 있었던 바, C의 행위는 진료부장으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한 행위에 볼 수 없다면서, C의 방실침입교사죄를 인정하였다.

 

이처럼 법원은 병원 내 공간이라 할지라도, 특정 직원이 법률상 사실상 점유하면서 사용하고 있을 경우, 해당 공간에 대한 직원의 점유 평온을 보호되어야 하며, 해당 직원이 비위행위를 하였다거나, 이를 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위와 같은 점유의 평온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즉, 병원은 감사 등을 위하여 불시에 직원이 점유하는 공간에 들어가거나 관련 자료를 제출받을 필요가 있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해당 직원의 반발에 의해 방실침입죄, 폭행죄, 업무방해죄 등의 각종 형사상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① 직원이 사용하는 공간에 대한 점유권한, ② 감사 등을 위한 병원 담당자의 입․출입권한 및 자료제출 의무, ③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 있어 징계, 손해배상 등 법적 불이익 등에 관하여, 사전에 병원과 직원 사이의 계약을 통하여 명확히 규정해 둘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출처 : 대한치과교정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