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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석 변호사] 개인정보보호법의 개정과 임상의학연구의 위기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4.08.14 14:59 조회수 : 3908

 

개인정보보호법의 개정과 임상의학연구의 위기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의사 조진석

 

2014년 7월 “유럽종양학연구회”(the European Society for Medical Oncology ,ESMO)라는 의학연구단체는 “유럽연합의 정보보호 일반규정안”(The new European Union proposal for a European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이 의사와 연구자들에게 심각한 부담을 부과하고, 이러한 부담으로 인해 의학연구가 전면적으로 중단되거나 사실상 불가능하게 될 수 있어 궁극적으로는 의학연구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게 하여 환자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위 규정의 시행을 재고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2014년 8월 7일부터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되었다. 과거에는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으면 주민등록번호의 처리가 가능하였지만,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 내용에 따르면 ①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주민등록번호의 처리를 요구하거나 허용한 경우, ②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급박한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하여 명백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③ 앞의 사유에 준하여 주민등록번호 처리가 불가피한 경우로서 안전행정부령으로 정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할 수 없게 되었다.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하면 의학연구 또는 진료예약을 위하여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의학계나 대부분의 의료기관 등은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의 시행이 임박해서야 문제상황을 인식하고 정부에 의료분야에 한정하여 규정적용을 면제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정부는 의료계의 준비부족과 환자들에게 돌아갈 불이익을 고려하여 진료예약분야에 한하여 한시적으로 적용유예기간을 부여하였다. 만약 정부가 유예기간을 주지 않았다면 의료계는 대혼란에 빠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그렇지만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됨에 따라 임상의학연구분야에는 더 이상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의사나 연구자가 임상의학연구를 수행할 때 연구대상자를 식별하거나 생존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연구대상자인 환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여 처리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있는데 더 이상 임상의학연구를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할 수 없고, 기존에 연구대상자의 동의를 받아 수집한 주민등록번호도 모두 폐기하여야 한다.

 

이러한 문제상황이 지속된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임상의학연구의 수행이 지체되거나 임상의학연구수행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은 임상의학연구 발전을 저해하는 악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산업의 경쟁력강화정책에 반하여 의료산업의 경쟁력 저하요인이 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의료기술이 발달하지 못하여서 국민건강이 위협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의학 관련 학회, 임상연구자모임, 임상연구수행기관 등의 연구관련 단체들도 임상의학연구목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이나 안전행정부령 제정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이를 위한 여론조성을 하여야 할 것인데, 아직은 우리나라의 연구 관련 단체들의 움직임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 연구 관련 단체들도 유럽종양학연구회의 사례를 본받아서, 더 늦기 전에 문제상황을 인식하고, 임상의학연구과정에서의 주민등록번호 사용뿐만 아니라 임상의학연구시의 전반적인 개인정보보호에 관하여 검토하여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임상의학연구가 효율적이고 적절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고, 정부도 이러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출처 : 의료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