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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승 변호사] 진정한 생활협동조합과 소위 ‘사무장’병원 생활협동조합의 차이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4.09.12 16:51 조회수 : 3892

 

진정한 생활협동조합과 소위 ‘사무장’병원 생활협동조합의 차이

 

법무법인 세승

정혜승 변호사

 

‘협동조합’이 전 세계적 트렌드이다. 협동조합은 조합 구성원 전체가 골고루 기여하고 기여한 만큼의 이익을 얻는 방식으로 자본주의의 단점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도 1999년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을 제정하며 상부상조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소비자들의 자립·자치적인 생활협동조합활동을 촉진함으로써 조합원의 소비생활 향상과 국민의 복지 및 생활문화 향상에 이바지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우리나라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따르면 특별한 규정이 있다. 바로 조합원의 건강 개선을 위한 보건의료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게다가 조합의 보건의료사업에 관하여는 관계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한다고까지 규정, 의료법보다 앞선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위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의하여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이 개설하는 의료기관이 늘어났다. 그러나 일부 생협 의료기관은 조합원의 건강 개선을 위하여야 한다는 법률의 취지와 달리,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편법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최근 대법원은 이러한 소위 ‘사무장’생협에 대하여 의료법에 위반한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A는 의료인이 아님에도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의료기관을 통한 수익을 모두 취득하며 의료인에게는 월급 형태로 매월 일정액을 지급하는 등, 소위 사무장병원을 운영해왔다. A는 생협 제도를 이용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하기로 마음먹고 의료기관의 직원들이나 지인들을 조합원으로 한 생협을 만들어 스스로 이사장이 되었다. 그리고 조합원들이 조합비를 납부하지 않거나 총회에 출석하지 않았음에도 모두 납부하거나 출석한 것처럼 허위기재하여 생협을 운영하였다. 게다가 생협의 출자금도 조합원이 각출해야 하는 원칙과 달리, A의 개인자금으로 지급하였다. 이렇게 생협을 설립한 후, 설립 전에 사무장병원 형식으로 운영하던 의료기관을 그대로 생협이 승계, 운영하도록 하였고 이 과정에서 의료기관의 양도대금도 지급한바 없었다.

법원은 이 사건 의료기관이 비록 생협이 개설한 외관을 띠고는 있으나, 위와 같은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생협법에 의하여 보호받을 수 없고 의료법이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위 A 및 고용된 의사는 서로 공모하의 의사 아닌 자로서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의료법을 위반하였다는 취지로 각 2년 및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위 판결은 진정한 의미의 생협의 의료기관 개설과 생협을 악용한 사무장병원의 개설의 경계를 나누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즉, 위 사안은 이미 소위 사무장병원을 운영 중이던 차에 그 병원의 조직, 시설을 그대로 생협으로 옮겼고, 생협법에서 정한 취지와 달리 생협의 실체가 없었기 때문에 의료법에 위반하여 개설된 의료기관으로 분류된 것이다. 생협법은 소비자들의 권익을 위하여 만들어진 법률이다. 선한 의도까지 왜곡되지 않도록 이러한 법률을 악용한 사례는 반드시 적발되어야 할 것이다.

 

(출처 : MD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