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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승 변호사] 빅데이터를 활용한 현지조사, 결국 요양기관에 대한 악마의 증명 요구?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4.10.08 09:12 조회수 : 3971

 

빅데이터를 활용한 현지조사, 결국 요양기관에 대한 악마의 증명 요구?

 

법무법인 세승

정혜승 변호사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마이닝 기법을 활용, 청구유형을 분석하여 부당청구 혹은 사무장병원 여부가 의심되는 경우 현지조사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있다. 데이터마이닝(Data Mining)이란 대규모로 저장된 데이터 안에서 체계적이고 자동적으로 통계적 규칙이나 패턴을 찾아가는 기법이다. 데이터마이닝은 매우 많은 데이터를 기초로 규칙을 찾아내는 것이어서 부당청구 혹은 사무장병원의 청구유형을 어느 정도 유형화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지조사 대상 선정의 기초자료일 뿐, 현지조사를 거쳐 실제 요양기관이 어떠한 부당, 불법을 저질렀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즉, 데이터마이닝 결과만 가지고 구체적으로 요양기관의 불법, 부당행위를 구분할 수는 없다. 그리고 수많은 데이터 중 어느 부분이 부당청구인지 특정하는 것은 행정청 입장에서도 매우 곤란한 일이다. 최근, 데이터마이닝을 통하여 의심스러운 요양기관을 골라내어 현지조사를 하고, 자신들의 데이터와 요양기관의 데이터가 불일치하는 경우 그 사유를 소명하라고 요구하며, 소명하지 못하는 경우 부당청구를 시인하도록 하는 확인서를 쓰게 한 사안에서 수사기관의 불기소처분이 내려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약국에 대한 의약품 공급내역에 따라 추정되는 재고 내역과 약국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의약품 조제내역 사이에 불일치가 있는 경우를 데이터마이닝 기법으로 추려냈는데, 전남의 한 약국이 현지조사의 대상이 되었다. 현지조사팀은 약국에 대하여 양 데이터가 차이나는 이유에 대하여 소명을 요구하였으나, 약국 측은 최장 3년 전부터의 증빙자료를 단시간 내에 확보할 수 없었다. 결국 현지조사팀은 약국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는 부분은 모두 부당청구로 간주, 환수처분 등을 요청하는 동시에 약국 개설 약사를 약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요청 하였다.

 

그러나 검찰은 약사법 위반 혐의에 대하여 데이터마이닝 기법에 따른 추정적 근거만 존재할 뿐, 부당청구 외에도 의약품 공급량과 청구량이 상이한 원인은 다양함에도 고발기관 측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조제행위가 문제되는지에 대하여 전혀 특정되지 아니한 점을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낭비를 막기 위하여 부당청구 및 사무장병원이 척결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리고 법위반사실을 구체적으로 적발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밝히려는 노력 없이 사실상 요양기관에게 증명책임을 넘기고, 법 위반사실이 없음을 요양기관이 증명하지 못하면 행정처분 및 형사고발로 이어지는 상황은 마치 없는 사실이 없다고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소위 악마의 증명(probatio diabolica)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출처 : 의료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