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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 변호사] 지방흡입술과 의료과실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4.11.05 09:52 조회수 : 3867

 

지방흡입술과 의료과실

 

법무법인 세승

박재홍 변호사

 

지방흡입술은 몸매가 뚱뚱한 경우, 노화나 임신으로 인하여 몸매의 균형이 흐트러졌을 경우 등에 있어서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수술이다. 지방흡입술은 특정 부위의 지방세포 수를 줄여줌으로써 좋은 몸매를 쉽게 만들 수 있는 반면, 비교적 안전한 시술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현재 미용 목적으로 널리 행해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수술에 부작용이 있듯이, 지방흡입술에도 폐색전증, 출혈, 내부 장기의 천공, 세균 감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관한 실제 하급심 판례 한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실관계는 이렇다. 환자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미용 목적으로 복부지방흡입술을 받았다. 그런데 환자는 수술 다음날부터 복부 통증, 복부 팽창 등의 증상을 보였다. 당시 의사는 병원을 방문한 환자에게 수술 부위를 소독하고 항생제, 소염진통제 등을 처방하면서, 좀 더 경과를 지켜보고자 하였을 뿐, 천공, 복막염의 발생가능성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환자는 수술 5일 후 새벽에 호흡곤란, 복부팽창 등을 나타내면서 대학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었고, CT검사 등을 실시한 결과 소장천공과 복막염이 관찰되었다. 이후 대학병원 의료진은 환자에 대한 응급수술을 시행하였으나, 환자는 결국 회복하지 못하고 패혈증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하였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의사에 대하여 2가지 의료과실을 인정하였다.

 

첫째, 법원은 환자가 지방흡입술 이전까지 소장천공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기왕증이 없었던 점, 수술 다음 날부터 복통을 계속 호소한 점, 지방흡입술을 시행한 부위에서 천공이 발생한 점, 대학병원 응급후송 당시 소장천공에 의한 복막염이 심하게 진행되어 환자의 전신상태가 위중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환자의 장기나 복부지방 형태를 파악하여 수술기구를 주의깊게 조작했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환자에게 소장천공을 발생시킨 수술상 과실을 인정하였다.

 

둘째, 의사는 치료 목적의 다른 의료행위보다 긴급성이나 불가피성이 매우 약한 미용성형술의 특성을 고려하여, 발생가능한 부작용 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환자에게 구체적이고 상세히 설명함으로써 그 필요성과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하여 수술을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하도록 할 의무가 있음에도, 지방흡입술 후 발생가능한 부작용으로서 천공, 복막염 등에 관하여 설명하지 않은 과실을 있다는 것이다.

 

반면 법원은 환자가 수술 직후 복통을 계속 호소한 사실이 있으나, 비특이적인 증상인 복통을 호소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소장천공에 의한 복막염을 의심할 수 있었다거나, 정밀검사를 실시할 주의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경과관찰상 과실을 부정하였다.

 

또한 의사의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어서는 기타 환자가 미용 목적으로 시술을 받은 점, 의사의 지시에 따르지 않은 점(복대착용 등) 등을 고려하여 그 액수를 환자 측의 손해배상 청구액의 70%로 제한하였다.

 

이 사건에서 하급심 법원은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따라 ① 수술과 천공 발생 사이의 시간적 접착성, ② 천공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원인의 부존재, ③ 수술 부위와 천공 발생 부위의 장소적 근접성이 인정될 경우, 의사의 수술상 과실을 추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복통의 경우 소장천공이 없더라도 지방흡입술 후 나타날 수 있는 통상의 합병증이기 때문에, 수술 직후부터 복통이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 의사의 경과관찰상 과실이 인정되지 않은 것처럼, 실제 민사소송에서는 의사의 과실로 인하여 천공이 발생했다고 인정되는 정황을 충분히 입증되지 않는 한, 결과적으로 소장천공이 발생했다거나 환자의 치료가 늦어져 사망했다는 것만으로 의사의 의료과실을 인정받기란 상당히 어렵다.

 

또한, 설령 의사의 의료과실이 인정되더라도, 환자 측의 과실, 현대 의학의 수준에 있어서 불가항력적 요소 등을 고려하여 의사가 환자에게 실제로 지급하는 손해배상액의 규모는 상당히 작을 수 있다.

 

반면 설명의무, 특히 지방흡입술처럼 수술의 결과가 중시되는 미용 목적의 시술에 있어서 설명의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나날이 엄격해지고, 실제 위반할 경우에 인용되는 위자료 액수도 점차 증가되는 추세로 보인다.

 

이처럼 의료소송에 있어서는 의료행위에 대한 환자의 권리가 과거보다 더 중요시되고 있으나, 또한 그 만큼 의료과실의 입증책임 나아가 환자 스스로가 선택한 의료행위에 대한 자기책임도 엄격해지는 양면적 경향이 있음을 명심해두자.

 

(출처 : 의료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