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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선 변호사] 전공의 초과근로수당 지급 판결의 의미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4.12.16 10:28 조회수 : 4123

 

전공의 초과근로수당 지급 판결의 의미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조우선

 

2014년 11월 26일 대전고등법원은 한 대학병원의 전공의(인턴)가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초과근로수당 지급청구 소송에서 병원의 항소를 기각하고 전공의에게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라고 한 원심판결을 유지하였다. 포괄임금제는 기후나 기상 때문에 근로시간의 측정이 어려운 경우, 감시, 단속적 성격의 근로의 경우 근로계약과 근로자의 승낙 등의 절차적 요건을 구비하여 예외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데, 전공의인 원고가 아무런 이의제기 없이 급여를 수령하였다고 하여 포괄임금제에 대하여 수용하거나 합의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가 초과 근로한 부분에 대한 급여를 지급하라는 것이다.

 

전공의는 피교육자로서의 지위 뿐 아니라 근로자로서의 이중적 신분 역시 가지고 있다. 대법원은 수련기관 소속 전공의는 그 수련교과과정을 이수하는 피교육자적인 지위와 함께 병원의 지휘ㆍ감독 아래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에서 의학연구, 교육지도, 역학조사 등의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는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보아 이들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병원은 이와 같은 전공의의 이중적 신분 중 피교육자로서의 지위만을 강조하여 근로기준법 등을 무시하고 전공의에게 과중한 업무를 부담시켜 왔다는 비판이 높다. 피교육자의 지위만을 강조하여 주 100시간이 넘는 근무시간을 강요하고 포괄임금제를 적용, 근무시간이 반영되지 않는 저가의 임금만 지급하고 전공의들의 노동력을 값싸게 이용하여 왔다는 것이다. 2010년 대한전공의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수련병원 전공의의 43%가 주당 100시간 이상의 근로를 하고 있으며 37%가 하루에 3∼5시간 수면시간을 보장받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와 같은 전공의에 대하여 초과근로수당 지급을 명하는 판결이 나온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판결에 힘입어 전공의들의 법적 지위가 더욱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인지는 다소 의문이다.

 

이미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책의 일환으로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 연속 수련시간 36시간 금지, 당직일수 최대 3일, 수련휴식시간 최소 10시간, 휴일 주당 최소 1일 등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안을 마련, 이행 상황을 조사하여 발표하고 이를 위반한 수련병원에 대하여 불이익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병원은 대외적으로 제출하는 당직표에는 주 80시간 근무조건을 맞추어 놓고 실제로는 주 80시간의 근무시간을 전혀 준수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법원의 판결이 현실에 제대로 반영되기 위해서는 전공의의 지위에 대한 인식 전환 뿐 아니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의 줄어드는 근로시간을 메울 대체 인력을 마련하지 않고 근로시간을 20시간 이상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상황 하에서는 이중 당직표를 내세운 탈법적 운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호스피탈리스트 등의 대체인력제도 등의 제도적 보완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공의의 과중한 업무는 의료의 질의 저하로 이어져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전공의 처우 개선은 단순한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질에 관련된 문제라는 점 역시 깊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출처 : 청년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