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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승 변호사] 의료기관 광고 및 환자유인의 범위, 그 애매함에 대하여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4.12.23 15:44 조회수 : 4062

 

의료기관 광고 및 환자유인의 범위, 그 애매함에 대하여

 

법무법인 세승

정혜승 변호사

 

이제는 의료기관도 진료에만 전념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홍보해야만 하는 시대이다. 그러나 의료행위는 사람의 신체를 치료하고 생명을 다루는 것이므로 일반 상행위와는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의술에 대한 상업적 광고는 일반 상품이나 용역에 대한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의료법은 의료광고를 허용하고는 있으나 의료인이 아닌자의 광고를 금지하고 기타 제한을 가하고 있다. 또한, 의료법은 의료인 사이의 과당경쟁에 의한 각종의 폐해를 방지하고 환자 유치를 둘러싼 금품수수 등 비리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일정한 범위의 환자유인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결국 의료법은 제한적 범위의 광고는 허용하되, 환자유인에 해당하여 시장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은 엄격히 금하고 있고, 의료인들은 그 틈바구니에서 스스로를 홍보하여야 하는 것이다.

 

반면, 여러 규제 속에서 나날이 새로운 홍보 수단이 등장하고 있다. SNS 및 각종 매체의 발달로 홍보수단은 더욱 다양해지고, 새로운 홍보기법이 등장할 때마다 의료인들로서는 과연 이것이 의료법이 허용하는 범위의 홍보수단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의료법과 관련 판결은 빠른 변화에 곧바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지침을 설정하여야 할 보건복지부도 새로운 수단이 등장하여 여기저기에서 합법성에 의문을 제시하면 그제야 유권해석 등을 통하여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권해석들로도 범위를 명확히 정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2011년, 당시 소셜커머스를 통한 의료기관의 홍보가 가속화되자 보건복지부는 소셜커머스 사이트를 통한 의료할인쿠폰 등의 공동판매행위는 환자유인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일이 있다. 그러자 ‘쿠폰’, ‘할인권’이라는 명목으로 홍보가 행해지는 의료기관에 대한 고발이 여러 차례 이루어졌다. 실제, 지방 한 피부과 의원에서 백화점 VIP 회원을 대상으로 우편송부하는 쿠폰집(백화점에 입점한 업체들에서 일정기간 할인을 해주는 내용)에 의료기관의 이벤트 내용을 실었다가 환자유인행위로 고발당한 사례가 있다. 이 피부과 의원은 단지 ‘할인권, 쿠폰’이라는 단어를 쿠폰집에 사용하였을 뿐, 급여행위를 할인하여 준 것도 아니고 그 쿠폰집을 수령하는 회원도 지방 도시의 한정된 범위의 사람들이었으며, 행사 기간도 비교적 단기간이었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에 ‘할인, 쿠폰’이라는 명목을 금지한다는 것에 기초하여 보건소는 이 의료기관을 고발한 것이다.

 

위 피부과 의원의 개설자는 의료법 위반혐의로 약식기소 되었으나 정식재판을 청구하였고, 1심과 2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하였다. 무죄판결의 취지는 의료기관의 행위가 환자 등에게 금품을 제공하여 환자를 유인함으로써 의료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이 의료기관의 개설자는 새로운 기법의 홍보수단이 환자유인 또는 금지된 의료광고인지 여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다소 무분별하게 기소되어 뜻하지 않게 고초를 겪은 셈이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인터넷 블로그 및 카페를 이용한 의료기관 홍보에 대한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의료기관에 배포하였다. 이 문건은 인터넷의 카페, 블로그에서 의료광고는 의료기관 및 의료인이 주체가 되어 법령을 위반하지 않는 내용을 하는 것에 한하여 가능하다는 점, 환자의 치료경험담 광고는 의료법에서 금지하고 있으므로 블로그 및 카페를 이용하여 환자 스스로가 올리는 경험담이라도 금지된다는 점, 실제 치료를 받지 않은 광고대행사 직원 등이 치료경험담을 게재하는 경우에는 의료법상 허위, 과장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블로그와 카페를 이용한 홍보는 이미 널리 행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지침 마련이 너무 늦은 것이다.

 

의료법 위반에 따른 형벌은 가볍다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의료인이 얻는 행정적 불이익은 절대 가볍지 않다. 시대가 빨리 변화하는 만큼 한계 설정도 더욱 신속하고 명확하게 이루어져야 할 뿐만 아니라 법 적용에 있어서도 유연성이 필요한 때이다.

 

(출처 : 월간안과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