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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석 변호사] 의약품 임상시험과 피해자 보상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5.02.17 10:58 조회수 : 4400

 

의약품 임상시험과 피해자 보상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의사 조진석

 

임상현장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의약품은 그 효능과 부작용의 발생에 관하여 유전적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의약품에 관한 유전적 차이를 파악하기 위하여 제약회사나 연구자들은 단일 국가에서만 의약품 임상시험을 수행하던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서 최근에는 최대한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유전적 배경과 환경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국가 의약품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의약품개발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도 2000년대 초반부터 대형종합병원을 중심으로 개별 의료기관별로 다국적 제약회사의 의약품 임상시험에 참여하였으며, 2000년대 중반부터는 다국적 제약회사 뿐만 아니라 국내 제약회사의 의약품 연구·개발도 활발해지면서 우리나라 정부도 임상시험에 관심을 가지고 임상시험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의약품임상시험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0년대에는 연간 500건 이상의 의약품임상시험이 수행되고 있다.

 

의약품임상시험 수행건수가 증가하게 되면서 임상시험용 의약품에 의한 부작용 발생 사례도 증가하고 있으며, 부작용 발생에 따른 피해 보상에 관한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손해배상의 일반적인 법리에 의하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이나 제약회사측의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되고, 이들의 고의 또는 과실 있는 행위와 피험자의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는데, 의약품 임상시험단계에서는 의약품의 부작용에 관하여 자료가 축적되거나 연구가 되지 아니하여 이를 입증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의약품 임상시험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와 관련하여 손해배상의 일반적인 법리를 적용한다면 피해를 입은 피험자는 피해를 구제받을 수 없게 되어 사회 일반의 법감정에 어긋나게 되므로 입증책임을 완화하거나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

 

한편 임상시험과 관련한 피해보상절차의 미비 및 보상지연 등의 문제점을 인식한 주무관청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311임상시험 피해자 보상에 대한 규약 및 절차 마련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였지만, 임상시험과 피험자가 입은 손상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보상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인과관계 입증에 관하여 특별히 규정하지 아니하여 피험자가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면 사실상 피험자가 보상받을 수 없도록 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정상적인 의약품 사용에도 부작용으로 피해를 입은 환자를 구제하기 위하여 2014. 12.부터 시행된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에도 임상시험용 의약품은 제외할 수 있어 의약품임상시험 시 발생한 피해에 대한 대책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피험자가 의약품임상시험에 참여하여, 신체적·재산적·정신적 손해를 입게 되고, 이에 관하여 합리적인 구제방법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의약품임상시험에 참여하려는 피험자의 수가 감소될 수 있고, 이는 의약품임상시험의 질 저하 내지 비용증가로 이어져서 결국 의약품임상시험의 퇴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의약품임상시험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인과관계의 입증책임 전환 내지 입증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의 피험자 피해구제를 위한 입법이 필요하고, 의료분쟁에 관한 분쟁해결업무를 수행하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나 의약품 피해구제업무를 수행하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등과 같이 임상시험과 관련한 피험자의 피해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전문기관이 필요할 것이다.

 

(출처 : MD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