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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승 변호사] 의료기관 다중운영 금지조항도 사인간 합의로 적용배제 불가능한 강행법규?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5.02.17 18:20 조회수 : 4142

 

의료기관 다중운영 금지조항도 사인간 합의로 적용배제 불가능한 강행법규?

 

법무법인 세승

정혜승 변호사

 

2015. 2. 2.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1,350개의 법률이 있으며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기타 규칙을 합치면 4,451개의 법령이 있다. 이 많은 법령에서 여러 가지 사항을 규율하고 있지만, 법률이 금지하고 있다 하여도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사인간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규정이 있는 반면,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 없이 강제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이 있다. 후자를 강행법규라고 하며, 당사자가 아무리 전적으로 승낙하여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이러한 강행법규에 위배되는 경우 그 계약은 무효이다.

 

그런데 어떠한 규정이 강행법규인지 여부는 그 법규가 공공의 질서와 선량한 풍속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지에 기초하여 최종적으로 법원이 판단하게 된다. 의료관계법규 중 법원이 강행법규로 판단한 대표적인 조항이 바로 의료법 제33조 제2,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금지조항이다. ,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금지조항을 위반하여 사인간에 체결한 계약은 무효가 되는 것이며, 그 이행을 구할 수 없는 것이다.

 

소위 사무장병원의 운영 과정에서 의료인이 비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위와 같은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법원은 의료법에서 의료인 아닌자의 의료기관 개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5년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의료법이 의료의 적정을 기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 증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위 금지규정의 입법 취지는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의료전문성을 가진 의료인이나 공적인 성격을 가진 자로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건전한 의료질서를 확립하고 영리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국민 건강상의 위험을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고 보이는 점,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등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범죄행위에 해당할 뿐 아니라 거기에 따를 수 있는 국민보건상의 위험성에 비추어 사회통념상으로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성을 띠고 있다는 점, 위와 같은 위반행위에 대하여 단순히 형사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의료법의 실효를 거둘 수 없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규정은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등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경우에 초래될 국민 보건위생상의 중대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제정된 이른바 강행법규에 속하는 것으로서 이에 위반하여 이루어진 약정은 무효라는 취지로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

 

위 논리에 근거하여 법원은 소위 사무장과 의료인간 맺은 경업금지약정도 무효로 보았고, 의료인과 사무장이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하되 의료기관의 운영 및 손익은 사무장에게 귀속되도록 하는 약정을 체결하고 사무장이 의료기관 운영과 관련된 각종 채무 상당의 금원을 지급하겠다는 각서를 작성하여 준 사례에서 각서 작성으로 인한 약정도 무효라고 판단한바 있다. 또한,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사무장이 의료인에게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환수처분액을 모두 책임지겠다고 약정하여 준 것에 기초하여 의료인이 사무장을 상대로 약정금을 이행하라고 소를 제기한 사건에서, 비록 새로운 형태의 약정계약을 새로 체결하였더라도 무효인 계약에 따른 급부 내용을 정리 또는 정산하거나 명확히 확인하는 식의 계약으로 해석되는 경우 이 역시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위와 같은 법리는 대법원 및 각급 법원의 판결로 확립되어 있다. 그런데 2012년 의료법개정으로 도입된 의료법 제33조 제8(의료인의 의료기관 다중운영 금지조항)에 대한 해석례는 아직 나와 있지 않다. 만약 법원이 이 조항 역시 강행법규로 해석한다면 의료기관을 다중하여 운영중인 의료인간의 계약 역시 무효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하여 의료행위를 하는 것과, 의료인들이 단순히 의료기관을 다중운영하며 타 의료기관에서 진료행위는 하지 않는 경우를 동일한 잣대로 판단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에 대하여 법원에 언제 어떻게 해석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출처 : 데일리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