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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 변호사] 다제내성 결핵과 진단상 과실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5.04.15 10:12 조회수 : 3999

 

다제내성 결핵과 진단상 과실

 

법무법인 세승

박재홍 변호사

 

다제내성 결핵은 일반 결핵의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약제인 아이나(isoniazid)와 리팜핀(rifampicin)에 모두 내성이 있는 결핵을 의미한다. 다제내성 결핵은 최소 18개월 이상의 치료기간이 필요한 반면, 일반 결핵보다 치료의 성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다제내성 결핵의 증상은 기침, 가래, 호흡곤란, 발열, 체중감소, 각혈, 야간발한 등으로 일반 결핵의 증상과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의사가 다제내성 결핵과 일반 결핵을 감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약제감수성검사가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약제감수성검사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약제감수성검사는 배양된 결핵균을 검체로 실시할 수 있는데,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고체배지에서 결핵균이 동정되기 위해서는 1~2개월, 약제감수성검사의 결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1개월이 추가로 소요되므로, 약제내수성검사에 의한 다제내성 결핵의 감별에는 최소한 2~3개월이 걸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다제내성 결핵 환자의 경우, 통상적인 결핵의 치료방법에 따라, 결핵으로 진단된 후 1차 결핵약을 투여받았지만, 약제감수성검사의 결과가 나와서 다제내성 결핵으로 진단되기 이전에, 다제내성 결핵이 상당히 진행되어 환자의 치료가 어려워지거나 급기야 환자가 사망 또는 심각한 합병증을 겪게 될 위험이 있다.

 

이에 최근에는 다제내성 결핵의 진단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검사방법으로서, 액체배지 배양검사, PCR을 이용한 신속내성검사 등이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만일 의사가 다제내성 결핵을 신속하게 진단하기 위한 위 검사방법을 실시하지 않고, 방사선검사, CT검사, 세균도말검사, 고체배지 배양검사 및 약제감수성검사 등 통상적인 검사방법만을 실시함으로써, 환자에 대한 다제내성 결핵의 진단이 지연된 경우, 과연 의사의 과실이 인정될까. 이와 관련된 사례를 한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사실관계는 이렇다. 환자는 2008. 7. 30. 기침, 발열, 오한 등이 있어서 인근의 A의원을 방문하였다. 당시 A의원에서는 환자에게 흉부방사선검사와 객담도말검사를 실시하였는데, 객담도말검사 결과상 결핵균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흉부방사선검사 결과상 활동성 결핵이 의심되는 소견이 있어서 2008. 8. 6. 환자에게 1차 결핵약을 처방하였다. 환자는 2008. 9. 19. 흉부방사선검사 결과상 결핵 의심 병변이 악화된 소견이 관찰되어, 2008. 9. 22. B병원으로 전원하였다.

 

당시 B병원은 환자에게 방사선검사, CT검사, 혈액검사, 객담도말검사, 고체배지 배양검사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를 종합하여 2008. 10. 1. 환자를 폐결핵으로 확진하였으며, 한 달간 1차 결핵약을 투여한 후 다시 외래에서 경과를 관찰받기로 했다.

 

그런데 환자는 2008. 10. 29. 갑자기 호흡곤란 증상을 나타내었고, 2008. 11. 1. 다른 병원을 거쳐 B병원으로 전원되었다. 당시 B병원은 방사선검사, CT검사 등을 실시하였고, 그 검사결과상 환자의 폐결핵이 악화되어 괴사성 폐렴으로 진행된 소견을 확인하였다. 이에 B병원은 1차 결핵약을 유지하면서 2차적 폐렴을 치료하기 위한 항생제를 투여하는 등 조치를 취하였으나, 2008. 11. 9. 환자는 결국 사망하였다.

 

한편 B병원은 2008. 11. 3. 고체배지에서 동정된 결핵균의 약제감수성검사를 실시하였는데, 환자가 사망한 후인 2008. 11. 15.에 보고된 검사결과상 환자는 1차 결핵약 중 아이나, 리팜핀, 에탐뷰톨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 결핵이었음이 확인되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환자가 초기치료로써, A의원에서 44일간 1차 결핵약 투여를 받았음에도, 흉부방사선검사 결과상 결핵이 악화되어 B병원으로 전원된 점, A의원은 진료기록상 다제내성 결핵을 의심한 점, B병원은 위와 같은 환자의 초기치료 경과를 알고 있었음에도, 환자에게 통상적인 검사만을 실시한 점, B병원이 환자에게 액체배지 배양검사, PCR을 이용한 신속내성검사 등을 실시했을 경우, 환자가 사망하기 이전에 다제내성 결핵을 진단할 수 있었다는 점, 환자가 약물치료에 잘 반응할 경우, 16개월에서 2년 정도의 약물 복용으로 다제내성 결핵이 완치될 가능성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B병원은 다제내성 결핵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신속한 검사방법을 강구하는 조치를 취하여 그 원인을 규명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망인을 다제내성 결핵으로 사망케 한 과실이 있다고 보았다.

 

B병원은 2008. 9. 22.부터 고체배지에서 결핵균을 배양하였고, 2008. 11. 3. 배양된 결핵균에 대한 약제감수성검사를 실시하여, 환자가 최초 내원한 날로부터 54일이 지난 2008. 11. 15. 환자의 다제내성 결핵임을 진단하였는데, 이러한 B병원의 다제내성 결핵 진단은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보아도 빠르면 빨랐지, 결코 현저히 지연되었다고 보기 어려웠다(더구나 2008년 당시 액체배지 배양검사나 PCR을 이용한 신속내성검사는 통상적으로 고려되는 검사방법도 아니었다).

 

또한 1차 결핵약을 복용 중인 환자의 흉부방사선검사 결과상 폐의 병변이 악화되었다할지라도, 이러한 악화는 결핵치료 중에 나타나는 역설적 반응, 약제에 대한 낮은 순응도, 기타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더 높고, 사실 환자와 같이 다제내성 결핵인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A의원에서 1차 결핵약을 투여받았음에도 결핵 의심 증상이 악화되어 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하여 B병원으로 전원된 환자의 경우, B병원에게 보다 적극적인 검사방법을 강구해야 할 주의의무를 부과하였다.

 

이처럼 법원은 다제내성 결핵과 같이, 중대한 악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질병과의 감별이 필요한 경우, 일반적인 치료방법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경우, 증상의 원인 파악을 위하여 상급병원으로 전원된 경우 등에 있어서, 통상의 의료수준보다 상급병원 의사의 진단상 주의의무를 더 엄격히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임상현장에서도 환자가 위와 같은 유형에 해당할 경우, 그 증상의 원인 파악을 위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검사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잊지 말자. .

 

(출처 : 의료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