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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승 변호사] 감염병 전파 차단 조치로 인한 손실, 보상함이 원칙이다.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5.06.19 15:04 조회수 : 3883

 

감염병 전파 차단 조치로 인한 손실, 보상함이 원칙이다.

 

법무법인 세승

정혜승 변호사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이하 메르스라 함)가 확산됨에 따라 진료를 중단하는 의료기관이 늘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메르스를 퇴치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방역을 위하여 손실을 감수하는 의료기관에게도 보상은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신종플루가 유행하던 2009, 보건지소에서 근무하던 공중보건의사가 신종플루 의심증상으로 뇌손상을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하였다. 일각에서는 이 판결을 들어 감염병에 노출된 의료진에게 국가가 배상해주지 않았다고 해석하며 이번 메르스 사태로 인한 의료기관의 손실이 보상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위 판결은 감염병 관리 도중 손해를 입은 의료진, 의료기관에 대하여 국가가 배상 또는 보상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사건은 아니다. 위 판결에서 공중보건의사는 신종플루 확진을 받은바 없고, 치과의사로서 신종플루 환자들을 치료한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공중보건의사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원인은 원고가 고열 등 증상을 호소하였음에도 보건지소장이 경과관찰을 제대로 하지 아니하였고, 원고가 고열에 시달려 출근을 하지 못했음에도 보건지소장이 원고의 근무지무단이탈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원고의 숙소에 대한 예비열쇠를 구비하지 않아 119 구급대원의 구조 활동이 지연되게 한 과실이 있다는 것이었다. , 위 판결에 비추어 메르스로 인한 의료기관의 손실 보상 여부를 가늠할 수는 없는 것이다.

 

메르스로 인한 의료기관 폐쇄 외에도 공공 필요에 응하기 위하여 적법하게 공권력을 행사한 결과 사인(私人)에게 특별한 희생이 가해지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군사상 필요에 의한 시설의 사용, 댐 건립을 위한 토지의 수용 등이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헌법은 제23조 제3항에서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메르스의 발병이 그 누구의 잘못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확산 과정의 잘잘못은 논외로 한다). 어떤 이의 잘못된 행동(불법행위)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와 같이 누구의 잘못이 아님에도 공공의 필요에 의하여 사인에게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바로 위 헌법에 근거하여 국가에 대하여 손실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보상의 대상 및 방법을 개별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경우 실제 보상이 가능한지 여러 학설의 대립이 있을 뿐만 아니라 결국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메르스와 같이 감염병이 발생한 경우,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감염병 관리시설을 설치 및 운영하는 기관에 비용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감염병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의료기관을 폐쇄하는 경우의 손실을 보전하는 조항은 두고 있지 않다. 다행히 이러한 손실을 보전하여 주는 법률안을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이 정치권에 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사인이 희생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것이 아니라 헌법의 이념과 같이 희생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지급되어야 할 것이다.

 

(출처 : 의료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