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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 변호사] 간호사의 설명, 유효할까.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5.06.19 15:23 조회수 : 5013

 

간호사의 설명, 유효할까.

 

법무법인 세승

박재홍 변호사

 

의사의 수술(operation)은 필연적으로 환자의 신체를 침습(invasion)한다. 그리고 환자의 신체에 대한 침습이 법적으로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환자의 동의(permission)가 필요하다. 이 때 환자의 동의는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self-determination right)의 행사이고,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진지하고 적절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설명(explanation)이 요구된다.

 

즉 의사는 법리적으로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liability for explanation)을 부담하고, 이러한 의사의 설명에 의하여 환자로부터 정보에 근거한 동의(informed consent)’를 얻은 경우에만 의사의 수술을 포함한 침습적 의료행위는 정당행위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의사가 설명의무를 다 하지 않고 환자에게 수술을 한 경우 그 수술은 정당화되지 않기 때문에, 의사는 설명의무 위반 또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한 위자료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임상현장에서 수술을 하는 의사(집도의)가 환자에게 일일이 모든 설명을 다 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법원은 집도의가 아닌 다른 의사가 환자에게 설명을 하더라도 무방하다고 본다.

 

다만 현실적으로 간호사가 집도의로부터 지시를 받아, 환자에게 설명을 하고, 환자로부터 수술동의서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과연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 본문에서는 의사의 위임을 받아 간호사가 환자에게 설명하는 행위가 유효한지 여부가 다투어진 사건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사실관계는 이렇다. 환자는 40대 남성으로 1992년경 신장이식수술을 받은 후 면역억제제와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다가, 위 약물의 부작용으로 20077월경 양안에 백내장이 발병하였다. 의사는 20078월경 환자에게 백내장 수술을 하였는데, 환자는 수술 후 1년이 경과한 200812월경 병원을 다시 방문하여 우안이 뿌옇게 변하는 증상을 호소하였다.

 

당시 의사는 환자의 우안에 염증(홍채염)이 있어서 스테로이드 점안액과 산동제를 이용한 염증치료를 하였는데, 그 후로도 염증이 지속되어 200910월경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 본 결과 우안의 인공수정체가 전방으로 탈구되어 있음이 확인되었다. 환자는 201010월경 위 병원에서 인공수정체 위치를 재교정하는 수술을 받았으나, 수술 후 환자의 우안시력은 안전수동 상태에서 개선되지 않았다.

 

그러자 환자는 의사를 상대로 하여, 의사가 백내장 수술 과정에서 우안 인공수정체를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게 하였고, 이로 인하여 지속적인 염증을 발생하여 통증을 호소하였음에도 우안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고, 상급병원으로 전원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진료상 과실이 있으며, 수술 당시 백내장 수술의 후유증, 수술방법 등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 못했으며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도 위반했다면서 32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위 사건에서 법원은 환자의 백내장 수술 전후 전안부 사진상 인공수정체 탈구가 관찰되지 않고, 인공수정체 전방탈구는 수술 자체의 기술적 문제라기보다는 동공이 매우 잘 산동되는 환자의 체질적 특성과 부드러운 지지대의 인공수정체로 인하여 발생하였으며, 환자가 의사의 지시에 따라 외래를 방문하여 초기에 염증치료를 받았다면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 의사의 진료상 과실을 부정하였다.

 

다만 법원은 설명의무 위반에 있어서 의료행위의 전문성에 비추어 부작용 등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의사가 설명하는 것이 타당하고, 의사가 아닌 간호사 등 의료보조자에게 설명을 위임해서는 아니된다.”고 판시하면서, 이 사건에서 환자가 백내장수술의 수술방법, 예상되는 부작용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된 수술동의서에 서명한 사실이 인정되지만, 환자에게 수술동의서의 내용을 설명하고 서명을 받은 자는 간호사이기 때문에, 의사는 백내장 수술을 시행함에 있어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 하지 않았으므로, 환자에게 위자료 7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하였다.

 

이처럼 법원은 간호사가 환자에게 안과수술의 수술방법, 후유증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았을지라도, 의사가 직접 환자에게 부작용 등을 설명하지 않았을 경우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시 법원에서 인정되는 위자료 액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잘 알려진 대형병원에서도 설명간호사 서비스를 도입하여 환자의 이해를 돕고 있는 것이 임상현실이다. 이러한 임상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채, 단지 간호사가 환자에게 설명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한 법원의 판단에는 분명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

 

다만 의사의 지시, 감독이 있다고 하더라도, 간호사가 환자에게 설명하는 것이 의사가 직접 환자에게 설명한 것과 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향후에도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는 반드시 의사가 직접 이행하여야 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변경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의료기관으로서도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직접 환자에게 설명하고, 설명 후 동의서를 받을 때 반드시 설명한 의사의 이름과 서명을 기재하도록 함이 적절할 것이다. .

 

(출처 : 월간안과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