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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 변호사] 감염병예방법 개정과 메르스 사태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5.07.08 10:23 조회수 : 4040

 

감염병예방법 개정과 메르스 사태

 

법무법인 세승

박재홍 변호사

 

2015. 6. 25. 국회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감염병예방법’)을 통과시켰다. 개정된 감염병예방법은 201576일 공포된 후 201617일부터 시행될 예정인데, 일부 규정은 예외적으로 공포된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감염병예방법의 주된 개정 내용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정보공유(4), 의료인에 대한 감염병환자의 정보 제공, 의료인의 감염병환자의 진료로 인한 손실보상(5), 국민의 감염병 발생 상황, 예방방법 등에 관한 알권리 보장, 국민의 감염병으로 인한 격리 및 치료 등으로 인한 손실 보상(6), 감염병환자의 이동경로, 이동수단, 진료의료기관 등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공개의무(34조의2), 의료기관의 일시폐쇄, 업무정지 등 방역조치의 강화(47), 방역관의 임시조치권한 및 지역경찰소방의 협조(60), 역학조사관의 설치 및 임시조치권한(60조의2) 등이다.

 

정부의 초기 방역조치가 적절하게 실행되지 못 했음은 물론, 정부가 불필요한 공포 확산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병원공개를 미뤘던 바, 그 사이에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입원해 있다는 사실도 몰랐던 의사가 메르스에 감염되는 등 의료진과 환자가 메르스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됨으로써, 사실상 정부가 메르스의 대규모 확산을 방치하였다는 비판적 여론이 제기되었고 이러한 여론이야말로 금번 감염병예방법 개정의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그렇다면 감염병예방법 개정의 가장 큰 수확은 무엇일까.

 

과거 헌법재판소는 과소보호금지원칙에 근거하여 국가가 취한 조치가 환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에 전적으로 부적합하거나 매우 불충분한 것이 명백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국가의 보호의무 위반을 인정해왔고, 법원도 에이즈, 신종플루 등의 사례에 있어서 국가배상의 근거가 되는 공무원의 법령위반을 인정함에 있어서는 매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따라서 이번 메르스 사태의 경우에도, 국가가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하여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실시하였고, 공무원의 법령위반이 명백하지 않은 이상, 현실적으로 환자 또는 의료인의 메르스 감염으로 인한 국가의 배상책임을 묻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데 개정된 감염병예방법은 이러한 상황에서, 뒤늦게나마 환자와 의료인이 국가로부터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 확산으로 인한 피해를 보전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개정된 감염병관리법에도 한계는 있다. 그것은 의료기관의 손실에 대한 보상규정은 여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볼 때 어떠한 의료기관도 메르스 환자를 원해서 진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의료기관은 지난 2개월 간 최선을 다하여 메르스 환자를 진료하였고, 다른 환자로의 메르스 전염을 방지하기 위하여 스스로 의료기관의 전부 또는 일부를 폐쇄하였다.

 

이러한 헌신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환자를 진료하였던 의료기관의 미래는 매우 어둡다. 왜냐하면 메르스 사태 이후에 의료시장 전반이 침체되었음은 물론, 일단 지역사회에서 메르스병원이라 인식된 의료기관이 이러한 인식을 극복하고 의료기관의 운영이 정상화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비교적 그 규모가 큰 3차병원보다 그 규모가 영세한 1, 2차 의료기관에서 더욱 심각하다.

 

따라서 의료기관이 메르스 환자를 직접 진료하거나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하여 폐쇄한 경우에 있어서는 의료기관에 발생하는 직간접적 손실을 국가가 보전해주어야 된다고 생각된다.

 

만약 정부가 당장의 돈 한푼이 아쉬워서,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 환자를 진료함으로써 의료기관에게 발생하는 손실이 보전해주지 않는다면, 향후 의료기관이 전염병 환자의 진료를 거부하지 않는다거나, 스스로 의료기관을 폐쇄함으로써 전염병 확산을 방지할 것이라 기대하기란 어렵게 될 것이다.

 

지난 5월말 최초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후 2개월 간, 국가의 초기 방역조치가 실패한 상태에서 메르스 확산이 진정될 수 있었던 것은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헌신이 기여한 부분이 크다. 오늘도 의료현장 일선에서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헌신에 감사드리고 응원을 아끼지 않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가 이러한 의료기관에게 적절하고 신속한 보상을 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하루속히 강구하기를 기대해본다. .

 

(출처 : 의료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