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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승 변호사] 여의도성모병원 사건으로 본 임의비급여의 예외적 허용가능성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5.07.21 13:36 조회수 : 4035

 

여의도성모병원 사건으로 본 임의비급여의 예외적 허용가능성

 

법무법인 세승

정혜승 변호사

 

위급한 환자가 있다. 그 환자는 더 이상 건강보험기준에 맞는 치료로는 호전가능성이 없다. 그런데 마침 그 환자에게 적용해볼 만한 행위가 있다. 그러나 그 행위는 고가일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제도를 통하여 비용을 받을 방도가 없어 환자로부터 대가를 징수해야 한다. 과연 이러한 임의비급여 진료행위 및 비용 징수가 우리나라 법제도 하에서 허용되는 것일까?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20126, 요양급여기준과 절차를 초과하거나 임의로 비급여 진료행위를 하여 가입자 등으로부터 비용을 지급받은 것은 원칙적으로 국민건강보험법에 위배되는 것이지만,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장은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고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노력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고, 가입자 등 환자 역시 질병 및 부상에 대하여 유효 적절한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으므로 예외적인 경우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도 허용된다는 판결을 내린바 있다. 대법원이 제시한 허용요건은 다음과 같다. 진료행위 당시 그 행위를 국민건강보험 틀 내로 편입시킬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거나 절차가 있다 하더라도 진료행위의 시급성과 그 절차의 내용, 소요되는 기간 등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볼 때 이를 회피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사전절차의 부존재 또는 절차 비회피), 그 행위가 의학적으로 안전하고 유효하며 환자에게 필요한 행위인 경우, 환자에게 그 내용과 비용을 충분히 설명하여 본인 부담으로 진료받는 데 대하여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위 기준을 제시한 이후, 법원이 구체적인 사례에서 위 기준을 어떻게 적용할지 관심이 모아졌다. 서울고등법원은 여의도성모병원이 요양급여기준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한 허가사항에 의하여 해당 의약품 사용의 범위와 기준이 정하여져 있음에도 이에 위반하여 백혈병 환자들에게 처방 및 투여한 후 그 비용을 전부 환자들로부터 징수한 것이 과다한 본인부담금이므로 이를 환자에게 환불하라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결정을 취소하여 달라는 사건에서 위 대법원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적용하여 판단하였는바, 특히 눈여겨 볼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요건인 사전절차의 부존재 또는 절차 비회피에 대한 판단에서는 사전절차란 그 행위에 대하여 실효적으로 건강보험제도의 틀 안으로 편입시킬 수 있는 실효적 사전절차를 의미하며, 만약 사전절차가 있다 하더라도 환자의 상태에 비추어 볼 때 그 절차를 거치는 것이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 그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이는 회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두 번째 요건인 의학적 안전성, 유효성 및 필요성에 대해서는 각 환자의 상태에 대한 전문가의 판단을 존중하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그리고 세 번째 요건인 충분한 설명 및 환자의 동의 여부 판단에 있어서는 환자에게 설명하여야 할 대상은 건강보험기준에서 벗어나 진료할 필요성 및 그 비용을 전액 환자가 부담하여야 한다는 점이며 설명의 정도는 환자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면 되는 것이고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고 급박한 처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다소 포괄적인 설명도 용인된다고 판시하였다.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가 무분별하게 행하여질 경우 우리가 오랜 시간 쌓아 온 건강보험제도가 와해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의 발전을 제도가 곧바로 따라잡을 수 없고,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각 환자의 상태를 무시한 채 진료를 할 수도 없다. 위 고등법원의 판단은 대법원이 제시한 세 가지 요건을 비교적 합리적으로 적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건강보험제도의 유지와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출처 : 데일리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