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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 변호사] 의료인에 대한 행정처분과 무죄추정의 원칙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5.10.30 17:15 조회수 : 4237


의료인에 대한 행정처분과 무죄추정의 원칙

 

법무법인 세승

김주성 변호사

 

우리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아직 공소제기가 없는 피의자는 물론 공소가 제기된 피고인이라도 유죄의 확정판결이 있기까지는 원칙적으로 죄가 없는 자에 준하여 취급하여야 하고 불이익을 입혀서는 안 되며 가사 그 불이익을 입힌다 하여도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여기서 불이익이란 비단 형사절차 내에서의 불이익뿐만 아니라 기타 일반 법생활 영역에서의 기본권 제한과 같은 경우에도 적용된다. 때문에 의료인에 대한 행정처분시 위와 같은 무죄추정의 원칙은 당연히 지켜져야 하고, 어떠한 처분이 형사 소송을 전제하고 있는 경우에는 판결 확정 전에 선제적 행정처분은 자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의료인에 대한 감독기관의 행정처분에 있어 위와 같은 무죄추청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사례가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대학병원 교수 은 허위진단서작성, 허위작성진단서행사, 배임수재죄로 기소되어 법원에서 징역 8월의 일부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는데,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항소하여 항소심 계속 중이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장관은 위 1심 유죄판결을 이유로 위 교수 의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처분을 하였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의사면허 취소처분은 확정적 불이익을 가하는 처분이고, 항소심에서 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판결을 선고하는 경우에도 이미 발생한 의사면허 취소처분의 효력은 그대로 유지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의 처분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는 견지에서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다음으로, 서울 소재에서 병원을 개설·운영하던 은 비의료인과 사무장병원을 운영하였다는 의료법위반죄로 기소되었다. 그러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의 병원에 대하여 요양급여를 정지하고 수십억 원에 이르는 부당이득 환수처분을 하였고, 위 병원의 의료기관 개설허가는 취소되었다. 결국 은 병원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었고, 부득이 병원을 염가에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의 위 의료법위반죄는 제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고, 검사가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되었다. 그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요양급여 지급거부처분 및 환수처분을 모두 취소하였으나, 은 위 처분 취소에도 불구하고 이미 매각한 병원을 되돌려 받지는 못하였다. 결국 은 행정청의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르지 않는 잘못된 처분으로 인해 자신의 병원을 잃고만 것이다.

 

위 두 사례는 의료인에 대한 행정처분에 있어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지지 아니할 때 예상되는 피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의 사례는 법원이 적절하게 처분을 취소함으로써 당사자가 피해를 회복할 수 있겠지만, 의 사례는 잘못된 행정처분으로 병원이 도산하였기 때문에 사후에 피해를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출처 : MD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