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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칼럼

[조우선 변호사]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안의 제정에 관하여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5.12.07 16:32 조회수 : 453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안의 제정에 관하여

 

법무법인 세승

조우선 변호사

3일자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전공의 수련환경의 개선의 필요성이 주장되어 오던 중 드디어 입법을 통하여 전공의의 권리가 보호되게 된 것이다.

 

이 법의 주요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수련병원의 장은 전공의에게 평균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를 할 수 없도록 된다. 다만 교육적 목적을 위해서는 1주에 8시간의 연장은 가능하다. 또한 36시간 이상 연속 근무는 금지되나, 응급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40시간까지 연속 근무가 가능하다. 그리고 연속수련 후에는 최소 10시간 이상의 휴식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수련병원의 장은 전공의와 수련계약 체결시 계약서를 작성하여 교부하여야 한다. 최대근무시간을 위반하는 경우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전공의는 수련기관의 교과과정을 이수하는 피교육자적인 지위와 더불어 수련기관의 지휘를 받아서 진료행위를 하는 임상서비스 제공자라는 이중적인 지위를 가진다. 지금까지 이와 같은 이중적인 지위를 악용하여 수련기관은 부족한 의료 인력의 수급 및 비상식적 수준으로 유지되는 의료 수가를 만회하는 수단으로 전공의에게 착취에 가까운 근무를 요구하여 왔다. 2014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전공의 2,2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공의 수련 및 근로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4%가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하며,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하는 응답자도 28%로 조사되었다. 2014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공의 11,5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공의들은 전일제 일반 근로자 집단과 비교할 때 유의하게 높은 근골격계 증상과 우울증상, 자살생각을 보고하였다. 인턴 13.8%, 레지던트 8.7%가 의료과실을 경험하였고, 인턴 89.3%와 레지던트 68.6%가 주의집중 실패를 경험하였다고 응답하였다.

 

적절한 수면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업무환경은 사고로 이어진다. 2010년 경북의 한 대학병원에서 과도한 업무와 수면 부족에 시달린 전공의가 백혈병 치료를 받던 환자에게 척수강과 정맥으로 투여되어야 하는 항암제를 서로 바꿔서 투여하여 환자가 사망에 이른 사건이 있었다. 미국 뉴욕주에서도 18시간 이상 연속근무를 하던 전공의가 병용 처방이 금지되어 있는 항우울제와 진통제를 동시에 처방하여 환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주 정부는 전공의가 36시간 이상 연속으로 당직근무를 할 수 없으며 1주일에 8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령을 제정하였다. 이번 특별법 역시 전공의의 지위 및 수련환경 개선을 통하여 궁극적으로는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목적이 크다.

 

전공의의 입장에서는 이번 특별법 역시 전공의들의 고충이 완벽히 반영된 법률안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원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수정안으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상당 조항이 삭제 혹은 수정되었기 때문이다.

 

원안은 수련기관의 장이 본법을 위반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력한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벌칙 규정을 두고 있었으나 수정안은 이를 과태료 규정으로 처벌의 정도를 완화하였다. 또한 원안은 전공의가 자신의 지위개선을 위하여 전공의단체를 설립하고 제도개선을 위한 의견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제시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이 역시 삭제되었다. 수련병원의 장이나 지도전문의가 전공의에게 폭행, 폭언 등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규정도 수정안에서는 삭제되었다. 전공의가 위법사실에 대하여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신고할 수 있고 이와 같은 경우 신고자의 신분을 보호하도록 하는 규정도 수정안에서 삭제되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예산지원 의무규정의 삭제와 약한 처벌규정이다. 법원이 전공의의 근로자성을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현장에서 전공의의 근로자성이 보호받지 못하는 주원인은 전공의의 수련비용의 대부분을 수련병원이 부담하는 상황에서 근로시간의 단축이나 휴가의 연장은 대체인력의 확보를 위한 비용부담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공의의 지위가 확보되기 위해서는 단축되는 전공의의 근로시간에 대한 대체인력의 채용 등을 위한 비용의 지원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원안은 국가의 전공의 육성에 대한 예산지원의무를 의무규정으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보건복지위원회는 예산지원의무 규정을 삭제하였다.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수련기관의 입장에서는 과태료를 부담하더라도 기존의 수련환경을 그대로 유지할 확률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주 80시간 이상의 초과 근무를 금지한 전공의 수련규정 개선책이 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각 병원의 전공의들이 가짜 당직표를 만들어 제출하고 실제로는 기존과 동일한 근무를 유지한 바 있다. 이번 특별법이 제정된다고 하더라도 가짜 당직표를 내세운 초과근로는 계속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인 부분은 이번 특별법으로 전공의들의 88시간 근로 및 40시간 연장근로까지는 합법화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주 100시간 이상 근로하는 현장의 근무시간을 법률로 제한해주겠다는 것이지만 이 역시 근로기준법의 일반 근로자의 근로시간인 주 40시간, 연장근무 12시간의 2배를 훌쩍 넘는 것이라는 점에서 전공의의 근로환경의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다만 전공의의 지위개선을 위한 목소리가 국회에서 받아들여져 법률로 제정되었다는 점에서 의료 인력의 15%를 구성하는 전공의들의 지위개선을 위한 첫 걸음으로서의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본 법률은 1년 후 시행되며, 이 중 수련시간 관련 규정은 인력 공백에 따른 준비를 위하여 2년 후부터 시행된다. 그 사이 하위법령의 제정을 통해서 법률의 미비점이 보완되기를 바란다.

 

(출처: 의료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