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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칼럼

[김주성 변호사] 의료법 위반행위와 사기죄의 성립 여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6.02.16 14:40 조회수 : 482

의료법 위반행위와 사기죄의 성립 여부

 

법무법인 세승

김주성 변호사

 

국민건강보험법(이하 건보법이라 한다) 42조 제1항은 보험급여가 제공되는 요양기관과 관련하여 의료법에 의하여 개설된 의료기관이면 무조건 건보법상 요양기관으로 지정하고 있다. 또한 건보법 제42조 제5항 및 제117조는 요양기관으로 하여금 정당한 이유 없이 요양급여를 거부하지 못하고 이를 위반한 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로써 건보법은 형벌의 위협으로 모든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의 제도 안에서만 의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요양기관당연지정제).

 

위와 같이 국민건강보험 제도에 의하여 우리 국민은 모든 의료기관에 대하여 요양급여를 요구할 수 있게 되었고, 의료기관은 환자를 유치하여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후 공단에 그 요양급여비를 청구하기만 하면, 굳이 환자로부터 치료비를 받지 않더라도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이 경우 위 제도로 파생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하, 의료법은 환자의 부당유인행위를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고(의료법 제88, 27조 제3), 수사기관과 법원은 과잉진료 및 허위진료에 기하여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는 의료기관의 행위에 대하여 사기죄로 처벌하고 있다. 이는 필요 없거나 존재하지 않는 의료행위에 대한 대가를 청구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보편적 인식에 따른 것으로, 그에 대한 형사적 제재는 지극히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위와 같은 형사적 제재에 더 나아가 종래와는 다른 형태의 요양급여비 청구에 대하여도 검찰은 사기죄로 의율하여 공소를 제기하기 시작하였고, 법원은 이에 대해서 유죄판결을 선고하고 있다. 이는 개개의 의료행위의 위법성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요양기관의 외관 형성 자체의 위법성을 문제 삼는 것이다. 예컨대 사무장병원 등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개설되지 아니한 의료기관(개설기준위반 의료기관)이 의료행위 대가로 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를 받는 것은 공단에 대한 기망행위로써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는 해당 의료기관에서 아무리 적법한 의료행위가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개설되지 아니한 의료기관에 계속 요양급여가 지급되는 것은 공단의 재정누수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를 축내는 여러 행위를 찾아내고 그 원인을 발본색원 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복지와 직결되는 것이라는 점에 있어서, 국가기관이 위와 같은 형태의 기소 및 처벌을 통해 법을 악용하려드는 자들을 척결하겠다는 취지는 충분히 공감되는 바이다.

 

하지만 의료기관의 개설과정에서 의료법위반이 있다고 하여, 그 속에서 의료인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정상적인 의료행위에 대한 대가를 청구하는 것까지 법리적으로 사기죄의 기망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의료기관은 원래 수익자인 환자를 상대로 진료비를 청구해야함이 마땅하지만, 건보법이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하여 요양기관당연지정제를 취하였기 때문에 부득이 공단에 급여청구를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살펴보면 더욱 문제된다. 가령 요양기관당연지정제가 없다면 의료기관은 굳이 공단에 요양급여비를 청구할 것이 아니라 환자를 상대로 직접 진료비를 청구하면 될 것인데, 위의 논리를 일관하면 이 경우에도 의료기관 개설기준 위반이 환자를 상대로 한 기망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다면 치료 후 환자가 누린 건강상태의 호전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게다가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은 이미 오래전부터 처벌되어 왔었기 때문에, 개설기준위반 의료기관의 요양급여비청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기죄로 기소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아예 기소조차 되지 아니하였다가 최근에 공단이 사무장병원 등 개설기준위반 의료기관에 대하여 환수처분을 하자 이에 발맞추어 수사기관이 사기죄로 의율하여 기소를 하고, 법원이 이에 대해서 유죄의 선고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갑작스런 처벌에 관하여 과연 사회적 합의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오랫동안 국민건강보험 제도 저변에는 개설기준을 위반한 의료기관이 요양급여를 청구하는 행위에 대하여 유죄의 의심, 즉 사회유해성에 대한 의심이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사기죄의 성부와 관련한 행위불법의 측면에서 보면 건보법 제57조 제1항 후단이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로써 요양급여비를 청구하는 행위 자체에 항상 불법행위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건보법 자체가 말해준다. 나아가 결과불법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동일한 적법한 진료행위가 개설기준을 위반한 의료기관과 그렇지 아니한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지는 경우, 전자가 후자 이상의 이득을 취하였다거나 전자의 환자가 후자의 환자보다 특별히 손해를 입었음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그 의료행위 및 그에 대한 요양급여비 수령 자체에는 사기죄의 결과불법 조차 있다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두 의료기관에서 동일한 진료를 받은 환자가 이로써 얻는 건강상태 호전의 이익은 동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개설기준 위반 의료기관의 요양급여청구가 기망행위로서 처벌되는 것에는, 사기죄의 행위반가치와 결과반가치를 모두 탈락시키고, 단지 형사처벌을 통한 공단의 재정누수 방지 목적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건 이미 공단이 건보법 제57조 제1항에 따른 부당이득금환수로 시행하고 있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개의 의료행위의 적법성은 살피지도 않고, 개설기준을 위반한 의료기관이 청구한 요양급여비 전부에 대하여 개설 명의자가 사기죄의 기망행위로 이익을 취득한 것이라고 보는 것은, 형사처벌의 보충성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출처 : 의료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