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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두륜 변호사] 변화의 기로에 선 의료광고 심의제도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6.07.14 13:10 조회수 : 3935


변화의 기로에 선 의료광고 심의제도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

 

헌법재판소는 20151223일 사전심의를 받지 아니한 의료광고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는 의료법 규정에 대해서 위헌 8, 합헌 1의 의견으로 위헌을 선고하였다. 이 사건의 청구인들은 의료광고에 대한 사전심의를 받지 아니한 채 최신 요실금 수술법, IOT, 간편시술, 비용 저렴, 부작용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설치하여 의료광고를 하였다는 이유로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형사재판 진행 중에 해당 의료법의 위헌 여부를 심판해달라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가 헌법상 금지된 사전검열에 해당되는지 여부였다.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1) 일반적으로 허가를 받기 위한 표현물의 제출의무가 존재할 것, 2)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가 존재할 것, 3) 허가를 받지 아니한 의사표현을 금지할 것, 4) 심사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수단이 존재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위 1), 3), 4)의 요건은 모두 인정되었지만, 2)요건 즉,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논란이 되었다. 의료법상 의료광고 심의업무의 주무관청인 보건복지부장관이 직접 심의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인단체에 심의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하였고, 실제로도 의료광고 심의업무는 각 의료인단체가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헌법재판소 다수의견(8)의료광고의 사전심의는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위탁을 받은 각 의사협회가 행하고 있으나 사전심의의 주체인 보건복지부장관은 언제든지 위탁을 철회하고 직접 의료광고 심의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점, 의료법 시행령이 심의위원회의 구성에 관하여 직접 규율하고 있는 점, 심의기관의 장은 심의 및 재심의 결과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하여야 하는 점,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 단체에 대해 재정지원을 할 수 있는 점, 심의기준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각 의사협회는 행정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사전심의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그리고, 사전심의를 받지 아니한 의료광고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 처벌하는 의료법 제56조 제2항 제9호 중 57조에 따른 심의를 받지 아니한 광고에 관한 부분 및 이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에 대해서 위헌이라고 선고하였다(헌법재판소 2015. 12. 23. 선고 2015헌바75 결정).

 

위 결정으로 해당 의료법 규정은 즉시 효력을 상실하게 되었고, 위 결정 이후에 의료기관은 사전심의를 받지 않고도 의료광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헌법재판소가 사전심의제도 자체가 위헌이라고 판시한 것은 아니므로, 사전심의제도는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사전심의를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제도는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그에 따라 앞으로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이번 위헌결정을 계기로 의료광고에 대한 사전심의제도 자체를 없애자는 견해가 있는 반면, 사전심의제도 자체가 위헌은 아니므로 헌법재판소에서 지적한 위헌적인 요소만 제거하면 된다는 견해도 있다. 이번 기회에 그동안 제기되었던 사전심의제도의 문제점을 포함하여 광범위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광고 제도개선 전문가 TF’를 구성하여 의료광고 제도 개선에 나섰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도 뚜렷한 입장을 내세우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가 도입된 것은 2007년 개정 의료법에서이다. 그 이전의 의료법은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일정한 범위의 광고(주로 의료업무에 관한 광고)만 허용하였고, 그 외 나머지 의료광고는 금지시켰다. 그러다가, 2005년 헌법재판소가 특정의료기관이나 특정의료인의 기능진료방법에 관한 광고를 금지하는 의료법 규정에 대해서 위헌 선고를 하면서(헌법재판소 2005. 10. 27. 2003헌가3 결정), 2007년에 의료법이 개정되었다. 2007년 개정 의료법은 그 이전과 달리 금지되는 의료광고의 내용만 규정하고, 그 외의 나머지 광고는 전부 허용하였다. 그리고, 이로 인한 의료광고의 범람을 막기 위하여, 57조에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를 도입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전심의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문제점이 발생하였고, 일선 의료기관으로부터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심의대상과 심의기준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심의대상과 관련하여, 의료법 제57조는 모든 의료광고가 아니라, 신문(인터넷신문 포함), 정기간행물, 현수막, 벽보, 전단 등을 이용한 의료광고로 한정하고 있다. 비록 의료법이 일정한 매체를 통한 의료광고로 심의대상을 제한하고는 있지만, ‘의료광고자체가 너무 넓고 포괄적이어서 불필요한 규제를 양산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이 하는 모든 광고는 의료광고에 해당하다 보니, 의료기관의 명칭, 의료인의 성명이나 면허 종류, 전문과목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진료일자와 진료시간, 시설이나 장비 등에 관한 안내도 심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전심의제도의 도입 취지가 잘못된 의료정보를 사전적으로 통제하는데 있으므로,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의 인력, 시설, 진료시간 등에 관한 객관적인 사실은 심의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는 것이 의료기관의 요구이다.

 

두 번째는 사전심의의 기준에 관련하여, 의료법 제56조는 금지되는 의료광고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외의 광고는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그런데, 광고심의위원회는 의료법에서 금지하고 있지 않은 내용까지도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불승인하거나 수정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의 의료광고 심의 현황자료에 따르면, 심의원안이 승인되는 비율은 10% 정도에 불과하고, 해가 갈수록 승인비율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심의위원회가 의료광고 심의기준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적용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의료법에 따른 의료광고 이외에도, 의료기기(의료기기법), 의약품(약사법), 건강기능식품(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식품(식품위생법)에 대한 광고에도 사전심의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특히, 의료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요하고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잘못된 의료정보가 전파되는 것을 막고 의료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의료광고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 또한, 잘못된 의료광고에 대한 사후적인 규제만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전규제를 위해서 사전심의제도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사전심의대상인 의료광고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심의기준을 엄격하고 자의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의료인의 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의료소비자의 알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향후 제도 개편의 핵심은 심의업무가 행정권으로부터 독립된 민간규제기구를 통하여 자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전심의업무를 보건복지부 장관이 관장하도록 한 의료법 규정을 개정하여야 한다. 또한, 사업자단체를 중심으로 자율적인 심의업무가 추진되기 위해서는 사업자의 자발적 참여와 사업자단체의 전문성과 독립성 확보가 중요하다. 그와 관련하여 대한병원협회에 회원병원들에 대한 심의업무를 담당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행 의료법 제57조 제3항은 의료광고 심의업무를 보건복지부장관이 제28조에 따라 설립된 의료인단체에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에 따라 의사·의원·병원·요양병원·종합병원은 의사협회가, 치과의사·치과의원·치과병원·종합병원(치과만 해당)은 치과의사협회가, 한의사·한의원·한방병원·요양병원(한의사가 설립한 경우)은 한의사협회가 각각 심의업무를 맡고 있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회원으로 하는 대한병원협회는 의료법이 정한 법정단체임에도 불구하고, 회원병원들에 대한 광고심의업무에서는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법이 의료인단체(28)와 의료기관단체(52)를 구분하면서 각각 법정단체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고, 의료광고는 의료인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또는 의료법인이 할 수 있는 것이므로(56조 제1),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의료광고는 해당 단체(대한병원협회)가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한편, 2015년 사전심의제에 대한 위헌 결정이 있은 이후, 불법 의료광고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와 각 의료인단체에서는 무분별한 의료광고를 막기 위하여 허위과장광고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2016. 5. 29. 개정된 의료법에서는 소비자를 현혹할 수 있는 비급여진료비용 감면에 관한 광고를 금지광고에 추가하였다(56조 제2항 제11). 또한, 보건복지부장관이나 시군구에서 의료광고와 관련한 행정처분을 하려는 경우 지체없이 그 내용을 공정거래위원회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56조 제6). 이는 위법한 의료광고에 대해서 보건복지부 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적극적으로 단속할 것임으로 예고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 대한병원협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