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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승 변호사] 누구에게 설명할 것인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6.12.06 09:47 조회수 : 4590


누구에게 설명할 것인가?

 

법무법인 세승

정혜승 변호사

 

진료 현장에서 분쟁을 막는 첫 번째 방법은 환자에게 상세히 설명을 하는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구체적으로 설명하기에 시간도 부족하고, 의료인 입장에서 아무리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을 해도 환자마다 이를 이해하는 정도도 다르다. 그러나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할수록 설사 실수가 있다 하더라도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설명을 잘 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과연 누구에게 설명을 할 것인가이다. 흔히 우리는 환자나 보호자에게 설명을 하면 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과연 법적으로 면책을 받기 위해서는 누구에게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일까. 법원은 설명의무의 상대방으로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을 지목하고 있는데 법정대리인이 우리가 말하는 보호자와 같은 의미는 아니다.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법원이 판례로 발전시킨 의무이기 때문에 당연히 환자에게 설명하여야 이 의무를 다한 셈이 된다. 법원은 수술 전날, 환자 본인이 아닌 시숙에게 수술에 대한 설명을 하고 승낙을 얻은 사건에서 환자 본인에 대한 설명 및 승낙이 없었으므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환자가 미성년자이거나 의식이 불명한 경우, 나아가 의식은 있으나 의료인이 보기에 상황판단을 하기에 적절한 상태가 아니라는 의심이 드는 경우에는 누구에게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일까. 각 상황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환자가 미성년자라면 법정대리인인 부모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법정대리인은 단순히 가족 또는 친지의 의미가 아니며 법률상 대리권을 부여받은 자를 의미한다. 미성년자의 경우 친권자인 부모이며, 성년자 중 행위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경우 법원이 지정한 후견인이 법정대리인에 해당한다. 따라서 환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본인이 의료행위를 이해할 수 있다면 본인에게도 설명하여야겠으나, 법정대리인인 부모의 동의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황이라면 위 법원의 태도에 따른다면 해당 환자에게 법정대리인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게 설명을 하고 동의를 받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성년자들 대부분은 법정대리인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의식이 없더라도 법정대리인을 찾아 설명을 하고 동의를 구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경우 판례는 가족 등 보호자에 대한 설명 및 동의만으로도 설명의무를 다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수두증으로 환자가 의식이 없어 수술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환자의 아들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한 사례에서 법원은 병원이 설명의무를 다하였다고 인정한바 있다. 여기서 아들은 환자의 법률상 법정대리인은 아니다. 그럼에도 판례는 환자와 아들의 긴밀한 관계를 인정, 의식 없는 환자에 대한 수술의 설명 및 동의의 상대방으로 본 것이다.

 

한편, 환자에게 의사능력은 있으나 과연 환자가 의사의 설명을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경우도 있다.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중국인 A씨가 급성 복통으로 응급실에 내원하였고, 병원은 긴급하게 수술을 하여야 할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A씨는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하였고 남편과는 전화통화를 하려 하여도 연결되지 않았다. 결국 병원 의료진은 A씨에게 영어로 상황을 설명하고 수술에 대한 동의를 구하였다. 법원은 이러한 설명 및 동의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어디까지나 환자에 대한 설명이 원칙임을 전제로 병원도 나름 최선을 다한 설명을 하였고 환자도 이를 이해하였다고 인정한 것이다.

 

설명의무는 법률로 정해진 의무가 아니고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근거하여 발전되어 온 의무이기 때문에 실무상 누구에게 설명해야 하는지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판례가 제시하는 설명의무의 상대방인 환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중 법정대리인의 범위가 상당히 좁기 때문에 더욱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이 때에는 설명의무의 기원인 환자의 자기결정권으로 돌아가서 판단하면 된다. 어디까지나 설명의 상대방은 환자여야 함이 원칙이다. 비록 환자의 이해도가 낮은 것으로 보여도 환자에게 설명을 하고 동의를 얻어야 하고, 가족이 함께 있다면 이들에게도 보충적으로 하여야 하는 것이다. 예외적으로 환자가 의식이 없는 등 도무지 설명 및 동의를 받을 수 없을 때, 환자가 미성년자인 때에만 보호자들에게 설명 및 동의를 받을 수 있고, 이 때에도 만약 환자에게 법정대리인이 있다면 그에게 우선하여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설명의무는 환자와 의사 간 의사소통의 핵심 부분을 의무화한 것이다. 위 원칙에서 출발하되, 환자가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설명을 하도록 하자.

 

(출처 : 대한치과교정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