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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 변호사] 설명의무법의 등장과 의료기관의 대응방안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6.12.16 15:49 조회수 : 4392


설명의무법의 등장과 의료기관의 대응방안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박재홍

 

소위 설명의무법이라고 불리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3999)2016. 12. 1. 국회에서 가결되어 공표를 앞두게 되었다.

 

앞으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이하 의사’)가 환자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이하 수술등’)를 하는 경우, 의사는 환자에 대하여 환자에게 발생하거나 발생가능한 증상의 진단명, 수술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 환자에게 설명하는 의사(이하 설명의사’)의 성명, 수술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이하 집도의사’)의 성명, 수술등에 따라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수술등 전후 환자가 준수하여야 할 사항을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법 제24조의2 1, 2).

 

또한 수술등의 방법 및 내용, 집도의사 등이 부득이 변경된 경우, 설명의사 또는 집도의사는 환자에 대하여 그 변경사유와 내용을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법 제24조의2 4).

 

만약 의사가 의료법 제24조의2 1항을 위반하여 설명을 하지 않았거나 서면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 또는 의료법 제24조의2 4항을 위반하여 수술등의 방법 및 내용, 집도의사 등의 변경사유와 내용을 서면으로 알리지 않은 경우, 설명의사 또는 집도의사에게 금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법 제92조 제1항 제12, 13).

 

의료계는 설명의무법을 악용하는 환자의 악성 민원 및 의료 분쟁의 증가, 그로 인한 중환자 기피 현상, 방어적 진료, 의사의 업무 부담 가중 등을 우려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우려는 앞으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의료기관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먼저, 어떠한 의료행위가 의료법상 설명의무의 대상에 해당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수혈이나 전신마취는 판단하기 어렵지 않다. 문제는 환자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에 해당하는 경우이다. 왜냐하면 중대한 위해가 무엇인지, ‘발생하게 할 우려가 어느 정도의 발생가능성을 의미하는지 모호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설명의무법에 따른 시행령의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어떠한 의료행위가 의료법상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지 단정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후유증 또는 부작용이 당해 수술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 그 발생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대상이 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의할 경우, 대개 수술은 중대한 후유증 또는 부작용의 가능성이 작게나마 있으므로, 침습적 수술행위에 있어서는 일반적으로 의료법상 설명의무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의료기관은 새롭게 공표되는 의료법령이 요구하는 기재사항에 맞추어,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모든 수술시술, 수혈, 전신마취의 동의서를 검토해 보아야 한다. 만약 동의서에 의료법이 명시하고 있는 항목이 기재되어 있지 않거나, 추후 의료법 시행령으로 정해질 설명 및 동의의 방법, 절차 등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환자 본인에게 아무런 악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설명의사나 집도의사에게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한편, 동의서는 반드시 환자 본인으로부터 받아야 한다. 물론, 환자가 미성년자, 제한능력자, 의식불명상태 등에 해당하여 법적으로 의사결정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환자의 부모, 후견인 등 법정대리인으로부터 서면 동의를 받을 수 있다. 이 때, 성년환자의 부모, 자녀, 형제자매 등 친족은 원칙적으로 환자의 법정대리인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성년환자 본인이 아닌 친족의 서면 동의를 받고 수술등을 한 경우에도, 과태료가 부과될 위험이 있다.

 

우리나라 민법은 독일 민법(BGB)을 계수(繼受)하여 제정되었는데, 2013. 2. 26. 개정된 독일민법 제630조의 c 내지 e는 의사가 환자에 대하여 진단 및 예상되는 건강상의 결과, 진료과정 및 진료 후 취할 수 있는 의료행위, 의료행위의 종류, 범위, 시행, 기대효과와 위험, 그 필요성, 긴급성, 적절성, 성공가능성, 통상적인 의료행위의 부담, 위험, 치료가능성 등을 고려한 대안적 의료행위 등을 설명할 의무를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2016. 6. 23.부터 시행되고 있는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 제2, 31조 제1항 제1호는 외국인환자 유치의료기관이 외국인 환자에 대하여 진단명, 치료방법, 발생가능한 부작용, 예상진료비,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분쟁해결절차 등을 설명하도록 하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처럼 국내외의 법률 체계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중시하는 자연법적 근거 하에, 의사의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명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의사에게 엄격한 법적 책임을 추궁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어차피 의료행위를 할 때 설명과 동의 문제는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의료계가 힘을 합쳐서 수술, 수혈, 전신마취의 전형적인 후유증합병증 등을 정리하여 표준화된 동의서를 작성하여 보급하고, 이를 통하여 환자에게 적정한 설명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이 아닐까? 설명의무법이 의료계의 현실과 맞지 않다거나, 과잉규제라 해서, 이를 근본적으로 거부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출처 : 의료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