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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칼럼

[김선욱 변호사] 권역응급의료센터 전원(轉院) 제한의 문제점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7.02.13 10:16 조회수 : 287


권역응급의료센터 전원(轉院) 제한의 문제점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김선욱(대한병원협회 고문)

 

아픈 것만큼 서러운 일도 없다. 우리나라는 환자진료거부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서러움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반면 법원은 의학적으로 적절한 시기에 환자전원을 하지 아니한 병원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묻고 있다. 이처럼 법과 판례로 환자의 건강권은 생명권과 연결되어 최대한으로 보장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애민(愛民)사상이 의료의 제도로 된 셈이다. 그런데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은 그렇지 못하다. 환자를 떠돌게 하다가 사망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의 법안이 최근 발의되었다. 그런데 의문이다. 이런 법이 필요할까?, 생각지 못한 부작용은 없을까? 그리고 이게 최선인가? 하는 물음이다. 환자 안전을 도모한다는 취지는 알겠다. 하지만 생사가 오가는 피비린내 나는 열악한 환경에서 소신 진료하는 다수의 응급실 의사들이 이 개정안이 내포한 의미 때문에 자괴감이 들것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행정부가 그러는 것은 이해가 가나 국민의 대표인 국회까지 나서서 굳이 그럴 이유는 없다.

 

2016. 9.경 교통사고를 당한 소아 환자가 안타깝게 사망하였다. 일부 권역응급의료센터들이 사고와 관련이 되어있어 여론이 떠들썩했다. 보건복지부는 관련된 응급의료센터들에 지정 취소 등 행정처분을 하여 벌을 주었다. 복지부는 2016. 12. 27.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일부 예외적인 사항을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권역 내 중증응급환자의 최종 치료를 책임지고 수행하도록 하는 '응급환자 전원 기준'을 만들었다. 그런데 2017. 1. 몇몇 국회의원이 위 기준 내용을 그대로 법에 넣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이하 개정안이라 한다)'을 발의하였다. 의료계를 또 다시 흥분하게 하고 있다.

 

개정안은 대동맥 박리 및 사지절단 등 해당 센터의 인력과 장비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 재난상황으로 센터의 의료자원이 고갈된 경우 환자의 상태가 안정된 후 환자 및 보호자의 전원 요구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다른 의료기관으로 중증응급환자를 전원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입법사상 초유의 전원금지(강제치료) 법안의 내용이다. 개정안이 왜 의문투성이인지 살펴보자.

 

우선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다. 개정안은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중증응급환자 치료강제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치료강제 규정이 현행법상 없지 않다. 의료법 제15조는 진료거부를 엄격히 처벌하고 있다. 진료 전 또는 진료 중에 진료를 하지 않고 강제로 전원을 시키는 것은 진료거부죄에 해당된다. 개정안이 없어도 이미 처벌법이 있다. 개정안을 만들면서 굳이 형사 처벌 규정을 두지 않은 이면(裏面)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규제 중복이나 과잉입법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한편, 명확하지 아니한 법은 불필요한 자의(恣意)만 야기한다. 개정안은 권역응급센터에 입원하려는 환자나 이미 입원한 환자들의 생사와 관련된 규정이다. 그 만큼 자구가 분명하고 명확하여야 한다. 그러나 개정 문구는 너무 애매모호하다.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라는 표현도 불분명하고, ‘재난상황으로 의료자원이 고갈된 경우는 또 무슨 뜻이며 중증응급환자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명할 것인지 모든 구성요건이 다의적이다. 이러한 법은 혼란만 야기하며 굳이 필요하지도 않다. 입법치적에만 도움이 된다는 비판이 있는 이유이다.

 

법이 야기할 부작용 문제는 더 심각하다. 입법자가 예상하지 못한 이상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흔히 국회의원들이 법을 만들 때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변명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그러한 부작용이다. 법리적 문제가 있다. 법원이 판례로 꾸준히 인정한 의료사고 민사손해배상에 있어 적절한 전원조치의무 위반과 충돌될 수 있다. 병원이 개정안을 준수하느라 전원을 못하였다고 주장한다 해서 법원이 전원의무 위반에 면책을 해줄리 만무하다. 발의한 국회의원이 책임을 지는 것은 더 더욱 아니다. 현실적 문제도 있다. 권역응급의료센터로만 응급환자 쏠림현상이 예견된다. 중증응급환자의 법적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2015년 응급의료에관한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에는 제13조의2를 두어 중증응급환자를 분류할 기준을 마련하려 했으나 안 되었다. 따라서 현재 중증응급환자에 관한 법적 기준이 없다. 정리된 의학적 판단이 아니라 환자 측의 급박한 결정에 의하여 중증응급환자성이 정해지는 것이다. 쉽게 말해 다급한 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타를 찾게 되었을 때 의사가 외관만 보고 중증이 아니니 돌아가라 할 수는 없다. 의료법 진료거부위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입원하고 검사해보니 의사가 중증응급환자가 아니라고 판단하더라도 법적 기준이 없어 환자가 우기면 퇴원(전원) 못시킨다. 다른 진짜 중증응급환자를 보기 위해 퇴원시키면 개정안에 위배될 수 있다.

 

또 다른 부작용이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대부분의 환자는 일반 중소응급의료기관이 아닌 권역응급의료센터로만 몰리게 될 것이 염려된다. 법적으로 강제된 치료권리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환자가 원하지 않으면 퇴원이나 전원당하지도 않는다. 제한된 의료자원이 환자 측만의 결정으로 남용될 수 있다. 진정한 중증응급환자의 이용이 제한 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쏠림은 중소규모 응급의료기관 기피현상과 이에 따른 도산 그리고 경증 응급환자가 치료받을 곳이 없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환자 떠돌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료강제규정이 최선인가라는 부분이다. 제도적 판단 이전에 의학적 판단을 우선하여야 한다. 치료를 법적으로 강제한다고 해서 헌법상 보장된 의사의 의학적인 양심의 자유까지 침해할 수는 없다. 위헌소지가 분명히 있는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의 입법취지는 환자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안전에는 돈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개정안이 발생하게 된 사실관계를 좀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당시 중증소아외상환자를 적극적으로 치료할 인력과 공간이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당해 응급센터는 13곳의 응급센터에 일일이 전화를 하며 전원을 요청하였는데 안타깝게도 신속한 전원처가 확보가 되지 않았다. 응급헬기도 고장이 나있었다. 만일 중앙에서 이러한 상황이 파악되어 신속히 유휴 의료자원을 찾아 배치하였다면 막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IT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다. 보건복지부가 시행하려고 하는 수동식 전원조정센터제도나 응급환자 전원지원 정보시스템 만 가지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실시간으로 각 권역응급의료센터나 외상센터, 닥터헬기가 연결되어 원격모니터링과 의료자원 배치를 담당할 수 있는 전자식 중앙관리시스템이 개발되거나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국회는 환자안전 업무를 행정부에 주문하고 필요한 입법을 하거나 정책에 예산을 배정하는 등의 거시적 업무를 해야 한다. 이미 정책으로 나온 내용을 법 규정화하는 쉬운 길이 아니라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국민화합적인 일이 국회가 해야 하는 일이다. 보건복지부의 일과 국회가 할 일은 구분이 있어야 한다. 환자의 편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 미비이거나 재정적 여건으로 누명을 쓰는 또 다른 사회 구성원이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출처 : 병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