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소개

기고문/칼럼

[김선욱 변호사] 4차 산업혁명과 의료관련 법제도 개선 방안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7.04.21 14:40 조회수 : 718

4차 산업혁명과 의료관련 법제도 개선 방안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김선욱



‘4차 산업혁명’은 다소 이론이 있기는 하나 일반적으로 인공지능(AI), 로봇기술, 3D프린터, 빅데이터 및 생명과학 등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이 사회경제 생활영역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뜻한다. 증기기관과 기계화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을 가져온 2차 산업혁명 그리고 인터넷이 이끈 컴퓨터 정보화 및 자동화 생산시스템이 주도한 3차 산업혁명 이후의 새로운 산업상의 변화시대를 의미하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우리 사회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울러 의료에 있어서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왓슨(Watson)이 우리나라 병원에서 암 진단을 하기 시작했다는 보도는 이제 낯설지도 않다. 4차 산업혁명이 이끄는 주된 산업 분야는 의료를 중심으로 하는 헬스케어 산업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을 주된 구성요소로 하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의료현장의 모습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으며 그 변화의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디지털 헬스케어는 이종(異種) 산업간의 컨버젼스(융합)을 가속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징이 있다. 의료의 관점에서 스포츠, 자동차산업, 미용, 패션, 건축 등 타 산업과 연계되거나 복합될 것이다. 알파고로 유명해진 딥러닝 기술이 의료와 연계되어 수많은 의료영상을 지속하여 반복적으로 학습하게 됨에 따라 의료영상 분석이나 진단이 이미 산업화되어 있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은 과거 또는 현재의 산업계의 패러다임과는 다른 특성이 있다. 의료만을 놓고 보자. 현행 우리 의료제도는 의료공급자 위주로 고안되어 있다. 건강보험고시로서 의료의 공급이 획일화 집단화되어 있다. 의료공급자 위주의 보편적이거나 정형화된 서비스의 제공이 3차 산업혁명의 의료제도의 본질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의료의 개별화, 특성화, 의료소비자 위주의 맞춤의료 및 정밀 의료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아직 우리 의료제도는 3차 산업혁명의 수준을 지지하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물론 개별적인 입법이나 의료제도를 이루는 법규의 몇몇 조항에는 이러한 차세대를 대비하는 규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환자안전법이나 전자화 된 의료정보의 전달 등을 규정한 의료법 개별 규정이 그 예이기는 하다. 하지만 의료공급자 위주로 규정된 현행 의료법 등 보건의료관련 법령은 앞으로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쉽게 답을 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법규화 된 의료제도가 새로운 시대의 걸림돌이 될 소지가 농후하다.

차세대 의료를 환자 중심의 맞춤의료시대라고 전망한다면 그에 맞게 법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 소극적으로 이런 저런 규정을 두어 환자를 보호하여야 한다는 식의 현재의 규제 방식이 아니라 법제도의 프레임이 바꿔져야 할 수도 있다. 법규화 된 제도는 사회질서가 무질서하게 나가지 않도록 제어하는 순기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새롭고 변화된 사회질서가 생기는 것을 막는 역기능도 한다. 현재 의료제도의 큰 틀은 국가의 전 방위적 개입을 통한 허가주의가 핵심이다. 의료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민간의 역할을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국가나 정부의 사전 허가를 통하여만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그러한 대원칙은 의료행위의 면허주의, 의료업의 의료인 독점주의 그리고 의료업(수가)의 국가 개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일제 강점기와 전쟁을 거치고 난 후 국가 제도가 정비되어야 하고 무질서한 사회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서 국가의 우월한 정보 분석에 따른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였던 시대가 있었다. 최선은 아니지만 안전한 차선책이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을 앞둔 아니 이미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새로운 변화를 긍정적으로 모색하여야 할 필요를 어떤 의미에서는 강제하고 있다. 의료에 있어서 공급자 시장이 아닌 수요자 시장으로의 패러다임 변경이 이미 시작되었다. 의료와 비 의료간의 차이나 개념이 모호해 지고 있다. 의료업에 대한 범위가 확대되고, 의료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 확대되는 시대에는 현재 70살이 가까운 의료제도는 변화가 필요하다.

한 예로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심박수를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 워치가 의료기기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법의 기습에 따라 출시가 문제된 경우가 있었다. 물론 산업적 이유로 정책이 변화되었다. 타액 등으로 DNA를 분석하는 사업에 대하여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일반 기업도 사업화 할 수 있도록 정책이 변경된 것이 시대의 방향성을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그 외에 환자편의를 증진하기 위한 여러 정책적 시도가 의료공급자의 이해관계나 정치적 이유로 금지되거나 금기시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러한 사이에 우리 보다 후진적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졌던 다른 나라들은 큰 기술적 진보를 통하여 사업적 성공을 이루고 있다. 모 대학병원이 해외에 진출하면서 병원의 전산을 우리 기술로 할 것이라 몇 해 전 전망하였다. 그러나 불과 2~3년 지난 지금 우리 기술은 진보성 경쟁에서 뒤쳐지고 가격이 비싸다는 등의 이유로 해외병원이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의료선진국은 고령화와 만성질환을 대비하여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는 등 환자 맞춤형 진료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또한 환자 맞춤형 진료가 되려면 환자의 의료정보를 환자가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의료기관들의 의료정보 제공에 대한 금기 분위기, 병원 간 정보시스템의 교류의 기술적 어려움, 막연한 개인정보의 유출 위험, 산업화 주체의 애매함 등의 이유로 이러한 논의는 기술 개발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빅데이터를 통한 의료정보의 활용이나 이용가능성은 우리 현행제도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4차 산업혁명의 거센 물결을 이겨내고 더 나아가 우리 의료가 세계의 수준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부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나 제도 정비를 위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우선, 의료에 대한 고정적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의료 공공성의 패러다임 틀에 막혀 새로운 시도와 기술혁신을 통한 산업화를 무조건 의료 영리화로 보아 금기시하는 선입견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 국민의 수준이 높아졌다. 50-60년대의 국민을 대상으로 하던 의료허가주의로 모든 것을 정부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관료주의나 예방적 원천 간섭주의는 지양되어야 한다. 정부는 의료에 있어서 양보할 수 없는 원칙적 제한을 위한 제도만을 남겨두고 나머지 영역은 민간의 창의와 자율을 믿어 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전 방위적인 규제 정책 하에도 의료사고 등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사전적 억제가 과연 효과적이었는가를 되짚어 보아야 한다. 오히려 사후적 처벌이나 손해배상이 비교적 경한 것이 현재의 의료위험을 조장한 것으로 생각한다. 국회가 일정한 방향성이 없이 규제를 양산하는 입법태도도 문제된다. 특정 행위에 대한 처벌 입법의 양산은 너무도 고루하다 못해 후진적이다. 오히려 환자의 안전을 위한 의료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정책을 개발하고 지원하는 거시적인 미래지향적 입법이 절실하다.

다음으로, 환자 지향적 의료를 위한 관련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좀 더 실용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환자의 자기정보 접근 및 관리가 가능하여야 한다. PHR(Personal Health Record)의 개념이 중요하다. 현행 의료법은 환자 정보의 사본 교부 정도로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소극적으로 환자 정보를 보여 주는 수준이다. 중요한 것은 환자가 그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끔 하여야 한다. 다른 의료기관이나 타 산업군에도 활용 가능한 형태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정보의 호환성이나 표준화라는 기술적 지원 뿐 아니라 의료정보가 환자의 권리라는 인식 변화도 요구된다.

세 번째로, 개인정보가 침해되지 아니하는 한도 또는 개인의 현재 건강정보가 향후 미래세대를 위하여 유용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됨을 전제로 개인의 정보가 빅데이터로 활용되어 연구되거나 개발될 수 있는 사회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 영국 등 선진국은 이미 이에 대한 공감대가 이루어져 보다 미래적인 발전에 개인의 정보가 활용되고 있다.

네 번째로, 새로운 의료기술이 보다 잘 개발되고 연구될 수 있도록 보상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새로운 기술에 대하여 유연한 보상체계를 지원해 줘야 한다. 의료인간의 원격의료가 제도적으로 가능하게 되었지만 10년 넘게 그에 대한 수가가 개발되지 아니하여 현실적으로는 활용되지 않는 것이 우리가 처해진 현실이다. 인공지능에 의한 진단이나 새로운 기술에 의한 의료에 대하여 건강보험이 수가로 뒷받침을 해주지 않거나 그 결정이 늦어지면 우리는 언젠가 선진국에 비해 수십 년 뒤쳐진 의료 후진국으로 전락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의료업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만을 남기고 새로운 산업과 융합적인 사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사업의 장을 마련하여야 한다. 과거 만성질환 관리를 통신사업체와 협력하여 수행하려는 여러 시도가 결국 의료업은 의료기관만 해야 한다는 형식논리에 막혀 더 이상 진행하지 못했던 사례들이 많다. 그만큼 발전할 수 있고 어찌 보면 4차 산업혁명에서 우리가 선점할 수 있었던 여러 기술들이 사업화가 제한되는 바람에 개발되지 못하고 명멸했던 사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기술들은 의료생태계에서 자연스럽게 필요에 따라 개발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술들이 의료영역에 들어오면 바로 수가의 장벽, 의료업 제한의 장벽, 무면허의료행위 규제 등 본의 아닌 제도적 걸림돌에 막히게 되는 것이 현 우리 의료제도의 함정이다. 기술만 발전하여서는 아니 되고 제도를 이루는 의료법이나 국민건강보험법 등 법규의 변화가 연구되고 개발되어 뒷받침을 해주어야 할 대표적인 4차 산업혁명의 영역이 의료이다.


<출처: 병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