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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 변호사] 의료법 단속 특별사법경찰제도 과연 필요한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7.07.25 13:22 조회수 : 4603

의료법 단속 특별사법경찰제도 과연 필요한가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김선욱


정부는 2017. 3. 30.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이하 사법경찰관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현행 사법경찰관법은 보건의료분야에 관하여는 식품위생법, 약사법, 공중위생관리법 등 관련 사안에 한하여 행정공무원(보건복지부, 지방자치단체)에게 특별히 사법경찰권을 주어 수사를 할 수 있게 하였다. 그런데 의료법 관련 행정 공무원(보건복지와 그 소속기관 및 지자체)에게도 사법경찰권을 주겠다는 것이 의료계가 관심을 갖는 금번 정부 개정입법안의 요지이다. 복지부 또는 지자체 내에 의료법 단속 수사팀이 생긴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일반적인 사법경찰 이외에도 ‘특별사법경찰관리제도’를 두고 있다. 이러한 사법경찰관리는 행정업무의 특수성 및 전문성으로 인해 일반경찰이 수행하기 어려운 전문적인 분야에 대해 예외적으로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행정공무원을 지명해 수사 등 사법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최근 사례를 보자. 2017. 6. 서울특별시 소속 공무원인 특별사법경찰관리(이하 특사경이라 줄여서 부른다)이 미용업 신고 없는 무자격미용시술소나 피부관리실 업주를 검거하고 증거인멸을 한 자를 구속 수사한 사례가 있다. 미용사 자격을 가진 사람만이 개설할 수 있는 미용업은 공중위생관리법이 규율하는 대상이다. 특사경은 현행 법제도에서도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형사 사건을 조사할 수 있는 것이다.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위 특사경은 수사 당시 무자격 미용실에서 광범위한 무면허의료행위(미용문신 등)가 있었는데 그 부분은 의료법 대상이어서 조사권한이 없어 더 수사를 할 수 없었다고 하며 특사경 수사범위를 의료법 위반까지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현재 사법경찰관법 개정안을 놓고 의료계는 크게 두 가지 걱정을 하고 있다. 하나는 일반 경찰 이외 특사경이 무리하게 병원 현장에 나타나서 의료법 위반 여부에 관하여 과도한 수사를 하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또 하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심평원이 특사경 자격으로 사무장 병원 단속한다는 이유로 병원의 청구에 대하여 수사를 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다.

 

첫 번째 걱정 부분은 의료법 위반 사안에 대하여 특사경제도가 필요한 가에 대한 논의이다. 특사경제도는 특수한 사회 영역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여 일반 경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제도이다. 전문적 지식은 특수 사회 영역의 용어나 관리체계 등에 대한 것이다. 의료법은 의료인과 의료업을 규율하는 법으로 의료라는 특수한 사회 영역을 다루고 기본적으로 행정법에 해당된다. 어찌 보면 행정법적 영역이라 일반 경찰보다는 행정을 하는 복지부나 지자체 보건담당 공무원이 이해도가 빠를 수도 있다.

 

그런데 실제 의료법 위반 사건을 실질적으로 보면 사실은 그와 같지 않다. 앞서 예를 들은 무자격 미용실 사건은 혐의자에게 미용사 자격이 있냐 없냐 등 획일적이고 형식적 판단만으로도 수사가 가능한 매우 간단한 사례이다. 의료법 사안은 대개는 이해당사자가 있다. 환자의 의료사고나 동업자 간의 분쟁, 리베이트 사건, 허위 진단서, 보험사기, 사무장 병원 건 등이다. 수사경험이 많은 일반 경찰도 서로 대립되는 이해당사자의 일치되지 아니한 진술들을 청취하고, 사실을 밝히기 위해 국과수나 의학협회, 다른 국가기관에 사실조회나 감정을 의뢰하는 등으로 실체 파악을 하는 것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든다. 다양하고 노련한 수사 경험이 있어야 실체적 진실을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의 인권이나 수사범위에 대한 재량 판단, 수사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특사경이 필요한 전문영역이 있다는 견해는 일면 맞기도 하지만 일면 틀리기도 하다. 의료사건이 사기, 폭력, 절도 등 일반적인 사회영역에서 두루 발생되는 범죄는 아니라는 면에서는 맞은 이야기이다. 그러나 전문이라는 부분은 동의가 되지 않는다. 특사경이 하나 일반인 경찰이 수사를 하나 직관적으로 위법 여부가 명확히 확인되는 간단한 사안에 굳이 일반 사법 경찰력을 동원할 필요가 없다는데 오히려 특사경의 역할과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 부분이 현재 의료법 위반에 특사경을 도입하자는 취지와 다른 입장인 것이다. 특사경이 될 행정 공무원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반 경찰이 되는 과정과 행정 공무원이 되는 과정은 근원이 다르다. 형사소송법에 대한 이해도도 다르고, 수사기법의 이해나 수사나 조사 시 지켜야 하는 인권 배려에 대한 인식도 매우 다르다. 인력도 문제이다. 보건복지부만 보더라도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행하는 현지조사 조차 담당할 복지부인력이 부족하여 현장에는 나타나지도 못하고 심평원이나 공단직원에게 위임장 들려줘서 조사를 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에 이미 경찰에는 지능경제팀이 의료법 위반 사안을 특별히 담당하고 있다. 리베이트는 서울중앙지검의 리베이트 특별단속반이 구성되어 현재는 서울서부지검 검사들이 특별팀을 구성하고 있다. 동아ST리베이트 사건을 보더라도 부산동부지검이 전국을 망라하여 수사를 몇 해간 하고 있다. 보험사기와 의료법 위반 단속은 이미 지방경찰청 단위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경찰의 수사에 있어서 필요한 경우 복지부나 지자체 관련 공무원이 현재에도 특사경이나 수사요원의 자격으로 경찰이나 검찰수사팀에 파견되어 근무하고 있고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현행 의료법은 보건복지부나 지자체 관련 공무원에게 광범위한 행정명령이나 조사권을 부여하고 있다. 의료법을 강제할 실질적인 도구는 대부분 벌금에 금치는 형사처벌이 아닌 의료기관에 엄청난 타격을 주는 업무정지처분이나 면허자격정지 등 행정처벌이다. 의료법위반 사안 단속이 그동안 부족해서 행정조사권 이외에도 형사 수사권을 함께 주자는 것은 본말이 전도되어 있다. 부족한 것은 수사권이 아니라 행정조사인력일 수도 있다. 만일 현실이 이러한데도 행정공무원에게 사법수사권이라는 완장을 채워주는 경우 속된말로 완장질로 인하여 발생할 민간의 피해나 일부 행정공무원과 지역 병원간의 유착관계로 인한 비리도 솔직히 염려된다. 재고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의료계에서 걱정하는 점이다. 공단직원이 경찰이 되는 것에 관한 문제이다. 최근 공단직원도 특사경으로 사무장병원 등을 단속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공청회가 개최된 바가 있다. 금번 사법경찰법 개정안은 이런 주장과는 관련이 없다는 점을 우선 알아야 한다. 공단이나 심평원은 법령상 보건복지부 소속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단 측의 주장이 입법화 되려면 복지부 소속기관에 공단을 넣어야 하는 대통령령을 개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법리나 국민건강보험법의 체계나 행정조직 체계상 가능할지는 매우 의문이다. 공단이 복지부 소속기관으로 되어야 할 내부적 외부적 이유도 없을 것이다. 당연히 건강보험제도의 대등한 당사자 중 하나에게 수사권을 주는 것이 법리를 떠나 말도 안 된다는 상식적 주장은 부연할 필요조차 없다.

 

경찰권력은 기본적으로 전제 군주의 사회 장악력을 위해 동원되고 활용되었다. 경찰권력을 제한하고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사법기관이 필요하였다. 법원과 같은 사법기관이 수사 시에도 관여를 하겠다고 하는 것이 준사법기관인 검찰이나 검사의 지휘를 받는 사법경찰관 제도이다. 검찰이나 사법경찰관은 이러한 인권 배려와 전제 군주가 행정공무원을 동원하여 부리는 횡포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행정 공무원은 본질상 사법 또는 준 사법 기관이 될 수 없다. 사법경찰관법을 통하여 제한적으로 어쩔 수 없이 필요에 따라 행정공무원도 사법경찰관처럼 권한을 줄 수 있을 뿐이나 행정공무원으로서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위 사법경찰관법 개정안은 이러한 법리나 제도론을 놓치고 경찰국가를 강화하기 위한 후진적 시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개정안에 대하여 국민의 대의 기관인 국회가 법안 심의과정에서 엄정한 판단을 하기 바란다.



<출처: 병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