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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칼럼

[정혜승 변호사] 민간보험사와 환자, 그리고 의료기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7.08.10 16:15 조회수 : 421

민간보험사와 환자, 그리고 의료기관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정혜승

 

우리나라 건강보험에는 전 국민이 가입했을 뿐 아니라 모든 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 진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에게 의료기관 방문 시 보험 적용은 기본값처럼 인식된다. 그리고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의 청구를 환자가 아닌 의료기관이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당연히 환자보다는 의료기관이 보험 적용 여부에 대해 잘 알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민간보험회사가 내놓은 상품인 의료실비보험은 각 보험 약관에 따라 달라지는 보험 적용 요건도 환자가 스스로 알아내야 하고, 보험금의 청구도 환자가 직접 해야 한다. 의료실비보험은 어디까지나 환자와 민간보험회사의 관계에 그치는 것이다. 그러나 건강보험제도에 익숙해진 환자들은 의료실비보험 역시 의료기관이 적용여부에 대해 잘 알 것이라는 점, 건강보험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받은 진료에 대해 의료실비보험이 폭넓게 적용될 것이라는 점 등의 착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진료 후 민간보험사가 실비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이에 대해 도리어 의료기관에게 왜 보험이 적용되는 방향으로 진료를 하지 않았는지 항의하거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문서를 작성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이처럼 민간보험의 경우 환자와 보험사 간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환자들은 자연스레 의료기관으로 가져와 해결(?)을 요구한다. 민간보험회사도 마찬가지다. 민간보험이 잘못 지급되었다면 그 책임은 1차적으로는 보험사가, 2차적으로는 잘못된 보험금을 지급받은 환자가 져야 한다. 의료기관은 그야말로 제3자인 것이다. 그러나 민간보험회사들은 잘못 지급된 보험금을 환자로부터 회수하는 것에 소극적인 듯하다. 오히려 의료기관에게 왜 잘못된 보험금이 지급되도록 외양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의료기관으로부터 비용을 보전 받는 경우가 있다. 민간보험사가 보험을 판매할 때 보험 적용이 가능한 범위를 명확히 알리고, 환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면 스스로 그 적정성을 심사한 후에 신중하게 지급하여야 함에도 고객인 환자들에게는 최대한 아량을 베풀고 혹시 문제가 발생하면 제3자인 의료기관을 문제 삼는 형국이다.

 

국민건강보험제도에 따르면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직접 시행할 요양급여를 각 의료기관이 대신 시행하고 요양급여비용도 직접 지급받으니 당연히 의료기관도 보험제도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그러나 민간보험의 영역에서 의료기관 또는 공공 영역을 불필요하게 당사자화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의료기관은 환자를 진료할 때 민간보험을 의식할 필요가 전혀 없다. 잘못된 청구는 보험사 스스로 걸러내야 하며, 보험사가 이에 미흡하여 보험계약자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경우 그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져야 한다. 그러나 민간보험인 자동차보험의 심사를 공공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담당하는 것도 모자라 의료실비보험 역시 각 보험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심사업무를 넘기고자 기회를 살핀다. 자동차보험을 심사하며 건강보험을 통해 수집된 국민의 건강정보를 사용하겠다고 법안을 만드는 시도도 한다. 또한 잘못 지급된 보험금을 환자로부터 환수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으로부터 돌려받을 구실을 찾는다.

 

사기업 및 가입자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민간보험의 부정청구를 막는 것을 공공영역이 대신해줄 이유는 없다. 그리고 각 환자가 자신의 계산 하에 민간보험사와 자유롭게 맺은 보험계약에 대하여 의료기관이 불필요한 책임을 질 이유도 없다. 만약 환자 또는 의료기관이 명백하게 거짓으로 보험금을 지급받았다면 그에 대하여 사기죄의 죄책을 지는 것은 별론, 의료기관의 고유한 진료행위나 업무방식이 사기업에 의하여 좌우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미 기존 법률에 따라 민간보험사를 기망하여 보험금을 지급받는 행위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고, 수사기관에서도 민간보험사의 의뢰에 따라 수사를 개시하며 이들의 의견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 기소여부를 판단하고 있음에도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라는 옥상옥의 법률까지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건강보험제도를 지키는 것은 공공의 영역이지만, 민간보험은 어디까지나 사적인 영역, 환자와 보험사 간의 문제라는 아주 기본적인 원칙을 상기해야만 민간보험이 마치 공보험인 것처럼 비추어지는 것을 막고 민간보험과 환자 사이의 분쟁에서 의료기관이 불필요한 희생을 당하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