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소개

기고문/칼럼

[조진석 변호사] 임상시험과 의학연구 정보공개, 법령을 통한 정보공개 강제화만이 능사는 아니다.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7.08.10 16:17 조회수 : 4632

임상시험과 의학연구 정보공개, 법령을 통한 정보공개 강제화만이 능사는 아니다.

 

법무법인 세승

조진석 변호사/의사

 

20177, 임상연구의 투명성 확보방안에 관한 토론회에서 임상연구에 관한 정보공개를 법제화하여 모든 임상시험이나 의학연구에 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도록 강제하자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의약품, 의료기기, 진단·치료법 등은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동물시험 등의 전()임상시험과 인간을 피험자로 하는 임상시험 및 기타 관찰연구 등의 의학연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의학적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하고 검증하여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의학연구(Medical research)논문이나 임상시험(Clinical trial) 결과를 토대로 체계적 문헌 고찰(Systemic Review)을 통한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고자 하는 근거중심의학(Evidence Based Medicine, EBM)이 의학계의 주류적 흐름으로 인식되면서 의사결정의 근거가 되는 의학연구나 임상시험의 객관성이 중요한 요소가 되었는데, 연구자가 연구 대상 의약품, 의료기기, 진단·치료법 등에 관하여 선별적으로 유의한 결과만 발표하는 출판편향(Publication bias)이 발생하거나 심지어는 의도적으로 데이터를 변조하여 도출된 결과를 발표할 수 있어서 경우에 따라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방해받을 수 있다.

 

실제로 외국에서 담배회사들이 담배의 유해성 관련 연구결과를 은폐하여 문제가 되고, 유명 제약회사의 지원을 받아 실시한 진통제나 항우울제에 관한 임상시험 결과가 조작되거나 은폐되어 문제가 된 사례가 있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제네릭 의약품(Generic medicine)에 관하여 조작된 생물학적 동등성(Bioequivalence, 생동성) 시험결과에 근거하여 허가를 받아 사회적 논란이 된 사례 및 줄기세포 관련 기술이나 새로운 수술법과 관련하여 연구결과 조작이 문제가 된 사례가 있었다.

 

또한 최근에는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과 관련하여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인 O사가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의 원인이라는 역학 조사를 반박하기 위한 목적으로 가습기 살균제의 흡입 독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하여 동물 흡입 독성 실험을 연구자에게 의뢰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실험 데이터 조작이나 불리한 자료 누락 및 유리한 자료 선별사용 등이 문제된 사건도 있었다.

 

이와 같은 연구부정 사건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연구자의 연구윤리의식 함양도 중요하겠지만 연구논문이나 임상시험 결과에 관하여 전문기관이나 제3의 연구자가 사후에라도 검증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인데, 의학연구 및 임상시험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의학연구 및 임상시험의 정보가 확보되어야 하므로, 사후 검증을 위해서는 의학연구나 임상시험의 정보가 공개되어 누구든지 접근하여 이용이 가능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세계적으로 의학연구와 임상시험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관련 자료를 공개하도록 하는 추세로서, 미국은 임상시험에 관하여 연구정보를 등록하여 공개하도록 하는 정보공개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하여 시행중이며,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도 권역내에서 수행되는 임상시험에 관하여 임상시험의 정보를 등록하여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2010년경부터 임상연구정보서비스(Clinical Research Information Service, CRIS)가 운영중이지만, 의학연구와 임상시험을 등록하는 것이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고, 그 필요성에 관한 인식도 낮은 수준이어서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의 현실에 관하여 최근 문제제기가 있었고, 관련 토론회에서 임상연구에 관한 정보공개를 법제화하여 임상시험이나 의학연구에 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도록 강제하자는 의견이 제시된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임상시험이나 의학연구의 모든 정보공개를 법령으로 강제할 경우 임상시험기관 또는 연구자의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보호 관련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개별 연구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보의 공개로 인하여 임상시험이나 의학연구에 의도하지 않은 편향(Bias)이 발생할 수 있으며, 광범위한 정보 공유로 인하여 공개된 정보가 재가공되거나 변조되어 정보공개의 목적과는 무관하게 오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법령으로 모든 임상시험이나 의학연구의 모든 정보를 공개하도록 강제하기 보다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세분화된 법 적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임상시험기관이나 연구자가 자발적으로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의학연구와 임상시험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고 시민의 건강권 보호 및 의학수준의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지만,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모든 임상시험이나 의학연구에 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지식재산권 침해, 정보공개 자체로 인한 편향 발생, 공개된 정보의 오용가능성 등의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으므로 신중하게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향후 의학연구와 임상시험 관련 정보 공개 법제화와 관련하여, 위에서 언급한 요소들을 감안한 논의가 이루어져서, 의학연구와 임상시험의 투명성 확보에 기여하면서도 연구자 및 피험자 측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수용 가능한 법령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