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와 관련된 법적 쟁점들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임원택
과로사는 근로자가 장시간의 근무나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하여 뇌심혈관 질환이 발생한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카로시(過労死)라는 일본 말에서 유래하였다. 과로사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 일본, 대만에서만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세 나라 모두 단기간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근로자의 근면성과 희생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원인이 되어 과로사라는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래에서는 과로사와 관련된 법적 쟁점을 소개하겠다.
과로사는 법적으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어 산업재해보상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근로자가 뇌심혈관 질환 등으로 사망하거나 질병을 얻은 경우 근로자측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을 청구할 수 있는데, 이때 육체적 과로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질병이나 사망의 원인이라고 판명되면 산업재해보상법상의 보험급여를 받게 된다.
근로복지공단이 보험급여 지급을 거부하면 근로자측은 법원에 그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업무상 재해는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한다. 법원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이 때의 상당인과관계는 규범적 판단이지 과학적 증명의 대상이 아니다. 아울러 장시간 근로 등에 사용주의 고의, 과실이 개입될 필요도 없다.
고용노동부 고시는 근로복지공단으로 하여금 과로사를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첫째 발병 전 24시간 이내에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 등이 발생한 경우, 둘째 발병 전 1주일 이내 업무량이나 업무시간이 30% 이상 증가하였거나, 동종근로자로도 적응하기 어려운 정도로 업무강도가 바뀐 경우, 마지막으로 발병 전 3개월 이상 연속적으로 과중한 육체적 부담을 발생시킨 경우이다. 특히 3개월 이상 과중한 육체적 부담을 발생시킨 요건과 관련해서는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일주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일주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면 발병과의 관련성이 강한 것으로, 그 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라도 업무시간이 길면 관련성이 서서히 증가하였다고 판단한다. 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라도 근로자측이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입증하면 보험급여를 청구할 수 있다.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 질병이라 하더라도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 과도한 업무가 유일한 원인일 필요가 없으며, 기존 질병을 가진 근로자도 과로사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보통 평균인이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의 업무라 하더라도 기존 질병을 가진 근로자에게는 과도한 업무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판례를 보면 고혈압이나 부정맥을 가진 근로자도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흡연 및 음주 습관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 내지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되었고 그러한 상태에서의 자살하는 경우, 즉 과로자살도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
<출처 : 월간안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