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마당

기고문/칼럼

[현두륜 변호사] 의료분쟁의 원인과 그 대처법 -소아청소년과 의료분쟁을 중심으로-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7.12.06 13:30 조회수 : 647

의료분쟁의 원인과 그 대처법

- 소아청소년과 의료분쟁을 중심으로-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

 

1. 소아청소년과 의료분쟁의 특수성

 

변호사로서 의료분쟁을 처리하거나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감정위원으로서 활동하다보면 다양한 유형의 의료분쟁을 접하게 된다. 그 중에는 의료인측의 과실이 분명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의료과실 여부가 불명확하거나 의료인측의 과실보다는 의료행위에 따르는 일반적 부작용이나 후유증 또는 환자의 기왕증이나 체질적 소인 등으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그 누구의 잘못도 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과실이 분명하지 않거나 의료인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의료행위의 결과가 중대하고 환자측의 사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어느 측에 있든 간에 심적으로 상당한 부담감을 갖게 된다.

 

특히, 그 환자가 어린 아이들일 경우에 그 부담감은 더욱 심하다. 어린 아이들의 경우에 아이들의 잘못을 탓하기는 어려운 데 비해, 아이들은 그로 인한 고통과 피해를 평생토록 짊어지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아이들을 평생동안 보살피고 책임져야 할 그 부모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환자의 부모들은, 앞으로 자신의 아이는 어떻게 되고 얼마나 살아갈 수 있을지, 그동안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고 그 치료를 통해서 호전이 될 수 있을지, 치료비는 얼마나 들고 그러한 치료비를 앞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부모들과 다른 자식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 등의 고민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이러한 고통과 번민, 불안은 간혹 그 부모들에게 합리적이고 냉정한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치료를 담당한 의료인의 잘못으로 악결과가 발생하였다고 의심하거나, 의료인에게 잘못이 있는 경우에도 그 잘못의 정도에 비해 훨씬 과다한 배상을 요구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소송 이외에 폭력이나 명예훼손과 같은 비합법적인 방법이 동원되는 경우도 있다.

 

소아청소년과는 다른 과목에 비해 의료분쟁이 많지는 않은 편인데, 이는 소아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질환이나 사고를 당하는 비율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질환이 있더라도 그 내용이 일시적이거나 경미하여 커다란 수술을 해야 할 정도는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소아청소년과 의료분쟁은 주로 선천적인 기형이나 유전 질환에 대한 진단 및 수술 과정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하에서는 본인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소아청소년과 분쟁 사례를 간단히 소개하고, 이러한 분쟁사례를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2. 분쟁사례

 

첫 번째 사례는 척추측만증 환자 수술 사건이다. 환아(내원 당시 6)는 백혈병을 진단받고 조혈모세포 이식 및 항암치료를 받은 과거력이 있다. 그러던 중 신경섬유종이 흉요추에 광범위하게 침범하였고, 이로 인하여 척추후측만증이 발생하였다. 피고병원에 내원할 당시, 피부의 다발성 병변, 뇌의 종괴, 요추의 척추강내 종괴, 우측 대퇴와 하퇴의 이상 소견 및 종괴, 변형각 90도의 척추후만증 및 측만증이 있었고, 척추 변형의 진행과 그로 인한 마비, 심폐기능 저하 등의 위험이 높았기 때문에, 피고병원 의료진은 척추후측만증을 개선하기 위한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피고병원 의료진은 수술에 따른 부작용과 위험성 등을 충분히 고지하고 척추수술을 시행하였는데, 수술 후에 좌측 하지의 통증, 운동저하, 감각저하가 발생하였다. 그러자, 환아의 부모는 집도의사의 수술상 과실로 인해 환아에게 장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면서 거액의 배상을 요구하였다. 병원은 위와 같은 증상은 수술로 인한 것이 아니라 환아의 기왕증으로 인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합의를 거부하였다. 하지만 이후 환자측이 계속 병원을 찾아와 행패를 부리고, 수술한 의사도 환자의 상태가 측은하여 도와주자는 의견을 제시하자, 병원은 입장을 바꿔 환자측에 상당한 금액의 보상을 제의하였다. 그러나, 환자측은 병원의 합의 제안을 거부하고, 피고병원과 집도의사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고, 민사소송과 별도로 집도의사등을 업무상과실치상, 의료법위반(진료기록부 허위기재) 등의 혐의로 형사고소하였다. 민사소송 진행 과정에서도 재판부를 통해 여러 차례 합의 시도가 있었으나, 환자측이 거액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바람에 합의는 결렬되었고, 현재 5년째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환자측은 그 외에도 심평원 등에 수술과 관련한 각종의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두 번째는 폐결핵 오진 사건이다. 환자(내원 당시 14)2014. 5. 30. 병원에 내원하여 폐기능검사, 흉부 및 부비동 방사선촬영후 천식 약제를 처방받았고, 이후 실시한 알레르기 검사상 양성이었고, 천식치료제를 처방받았다. 같은 해 7. 14. 8. 16. 기침이 지속되었고 같은 달 27. 천명음이 있었는데, 병원은 천식약을 증량처방하였을 뿐 결핵에 대한 검사를 하지 않았다. 같은 해 9. 25. 일주일 전부터 기침 및 가래가 악화되어 다른 병원에 내원하였고, 그 병원에서 실시한 흉부 CT 및 기관지내시경검사상 기관지결핵소견, 객담도말검사상 폐결핵으로 진단받고 격리입원하여 이후 항결핵제 등을 계속 복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환자측은 병원에 내원하여 천식진단으로 2014. 5. 30.부터 5개월 동안 매월 1회 가량 총 7회에 걸쳐 천식치료만 받았을 뿐 폐결핵에 대한 진단 및 치료가 없었다고 하면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하였다. 이 사건에 대해 감정부는 1-2개월 정도의 천식치료로 호전이 없으면 다른 질환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객담검사 등 좀더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였는데, 피신청인병원이 이러한 검사를 제대로 시행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인정하였다. 당사자들은 이러한 감정결과와 조정준비기일 및 조정기일에서 의료적, 법리적 사항에 대한 조정부의 설명을 들었다. 조정부는 신청인에게는 피신청인병원에 과실은 존재하지만 신청인의 기왕질환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 점, 소송 진행시 발생한 비용 부담 등을 설명하였고, 피신청인병원에 대해서는 진단상의 과실이 인정된다는 점을 설명하였고, 당사자들이 이에 수긍하여 결국 90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종결되었다.

 

세 번째는 모야모야병 진단 지연 사건이다. 환아(내원 당시 7)2017. 3. 18. 두통, 오심, 구토 증상으로 피신청인병원에 내원하여 약을 처방받았고, 3. 29.에도 두통 증상으로 병원에 내원하였다. 내원 당시 환아의 부모는 그 동생이 이전에 모야모야병 진단을 받고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의사에게 얘기하였고, 그에 따라 병원은 감별진단을 위해 3. 29. MRI, 4. 1. MRA 촬영을 각각 실시하였다. 그러나, 병원은 두 검사 결과 모두 정상이라고 판단하고, 환아에게 진통제 등을 처방하면서 소아정신과 진료를 받아보도록 권유하였고, 그 후 두 달 동안 환아는 소아정신과에서 외래 진료를 받았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두통과 분출성 구토 증상으로 환아는 응급실로 내원하였고, 응급실에서 실시한 뇌파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되자, 환아의 부모는 그 동생이 치료받고 있는 서울대학교병원을 방문하였다. 서울대학교병원 의사는 피신청인병원에서 실시한 MRI MRA 영상자료를 다시 판독하였고, 그 결과 모야모야병을 진단하였다. 환아는 같은 해 8. 17. 서울대병원에서 1차로 뇌경질막동맥간접문합술을 받았고, 앞으로 2차수술을 받을 계획이다. 환아의 부모는 피신청인병원을 상대로 모야모야병 진단을 하지 못한 과실을 물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하였고, 현재 분쟁 조정절차가 진행 중이다.

 

3. 시사점

 

위에서 세 가지 분쟁사례를 소개하였다. 세 가지 분쟁사례가 소아청소년과 의료분쟁의 모든 유형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위 사례들을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점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소아청소년과 의료분쟁의 특수성을 확인할 수 있다. 소아청소년과 분쟁사례들은 대부분 환아에게 중대한 기저 질환이 있었는데 이를 진단하지 못하였거나 이를 수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질환의 특성상 그 부모들은 환아의 운명이나 질병 경과의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극도의 불안감을 갖게 된다. 이러한 불안감에다가 질병과 그 치료행위에 대한 이해 부족까지 겹쳐지면, 의료진의 잘못에 대해서 지나치게 집착하게 되고, 그 결과 다른 의료사고 분쟁에 비해서 상황이 더욱 복잡하게 된다. 척추측만증 수술 사건에서 환아의 부모들이 의사의 잘못에 집착하게 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모야모야병 오진 사건에 부모들이 특히 화가 난 이유는, 그 동생이 모야모야병으로 진단받고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의사에게 얘기하고, 의사들이 이를 진단하기 위해서 MRI MRA 검사를 실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모야모야병을 진단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부모들은 그 기간 동안 환아가 엉뚱하게도 소아정신과에서 정신과치료를 받았다는 것이 너무 속상하다고 하였다. 만약 피신청인병원이 검사 초기에 모야모야병을 진단하였더라면, 환아의 예후가 훨씬 달라졌을 것이라고 부모들은 생각하고 있다.

 

두 번째는 이러한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환자나 그 부모는 의료에 관한 전문지식이 없고, 분쟁의 당사자인 병원의 진술을 별로 신뢰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분쟁 해결에서 있어서 중립적이고 공정한 전문가의 의견이 더욱 필요하다. 폐결핵 오진사건에서 의료분쟁이 조기에 종결되었던 이유는, 양 당사자가 법률 및 의료전문가들로부터 전문적이고 중립적인 설명을 듣고, 그 설명을 수긍하고 합의를 하였기 때문이다. 반면, 척추측만증 수술 사건의 경우, 환자측은 자신들이 제기한 형사고소사건에서 수술의사가 무혐의처분을 받았고, 이후 민사재판 과정에서도 전문가의 감정의견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견을 수용하지 않음으로써, 장기간에 걸쳐 법정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소송은 그 결과를 떠나 그 과정 자체가 너무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의료사고로 인한 악결과 못지않게 당사자들에게 큰 부담과 상처를 준다.

 

세 번째는 소아청소년과 의료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위 사례에서 우리는 수술전에 충분한 설명의 필요성과 적극적인 검사 및 검사결과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다. 이는 다른 진료과목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특히 소아청소년과 의료분쟁에서 더욱 강조하는 이유는, 아픈 아이들의 미래 때문이다.

 

 

  <출처 : 의료분쟁조정중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