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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칼럼

[조진석 변호사] 외상성 골절 환자의 수술을 위한 마취 유도 중 발생한 심정지에 관한 판결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7.12.12 17:03 조회수 : 335

외상성 골절 환자의 수술을 위한 마취 유도 중 발생한 심정지에 관한 판결

 

법무법인 세승

조진석 변호사/의사

 

얼마전, 필자가 의료기관을 대리하여 수행하였던 의료분쟁사건에 관하여 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교통사고로 인하여 개방성 골절과 흉부 손상 등이 발생하여 이송된 후, 골절에 관한 수술을 받기 위하여 수술실에서 마취 유도를 하던 중 심정지가 발생하였고 이후 환자가 사망한 사건으로, 유가족이 해당 의료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었다.

 

사건의 경위는 다음과 같다.

 

환자는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근처 A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후 개방성 골절, 흉부 손상 등을 진단받았고, 이에 A병원 의료진은 환자 및 보호자에게 정형외과로 입원하여 외상에 관한 수술이 필요함을 설명하고 수술을 받을 것을 권유하였으나 환자측이 연고지 부근 병원에서 수술을 원한다고 하여 연고지와 가까운 B병원으로 전원하였다.

 

그런데 B병원에서 수술이 지연되자 환자측은 다시 즉시 수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시켜 줄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B병원 의료진이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가 좋지 않아 상태가 호전된 후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것을 권유하였으나 환자측이 원하여 C병원으로 환자를 전원시켰다.

 

한편 C병원 정형외과 의료진은 추가 검사를 통하여 환자에게 외상에 따른 급성 구획증후군(Acute compartment syndrome)과 횡문근융해증(Rhabdomyolysis)이 추가로 발생한 것을 확인하고 수액 증량 등의 조치를 취한 후 골절에 관하여 응급 수술을 시행하기로 하고 환자를 수술실로 옮겼다.

 

수술실에서 C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의료진은 환자에게 마취유도를 위한 진정제를 투여하다가 마취유도가 되자 투여를 중단하였는데, 그로부터 수 분 후 환자의 혈압과 심박수가 급격히 하강하고, 심전도 모니터상 무수축(Asystole)이 발생하여 C병원 의료진은 즉시 흉부 압박과 승압제를 투여하여 환자의 활력징후를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겨 집중 치료를 하였지만, 안타깝게도 환자는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하였다.

 

이에 관하여 환자의 유가족은 C병원을 상대로, 수액투여 등 횡문근융해증에 대한 조치 미흡, 마취 유도약제 과다 투여, 심정지 상태에서의 기도 삽관 지연 등과 마취유도에 관한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유가족들의 주장에 관하여 필자는 진료기록 검토 및 관련 의학 자료 확인을 통하여, 환자는 A병원 및 B병원에서부터 충분한 수액이 공급되어 C병원에서 횡문근융해증 대응을 위한 추가 수액 투여의 필요성이 없었고 횡문근융해증 발생의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외상에 대한 정형외과 수술이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이었다는 점, C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의료진은 마취유도를 위한 약제를 적정 용법에 따라 감량하여 투여하였다는 점, 마취를 유도하던 중 발생한 심정지에 대하여 C병원 의료진이 즉각적인 승압제 투여 및 흉부압박 등의 조치를 취하였고, 기도 삽관이 아닌 마취기에 연결된 마스크만으로도 충분한 산소포화도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을 주장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하여 진료기록감정촉탁 신청을 하고 진료기록부와 여러 의학 전문자료를 제출하였다.

 

또한 설명의무 위반 주장과 관련하여서도, C병원 의료진이 마취의 방식과 부작용, 위험성 등에 관하여 환자 본인에게 직접 설명하고 동의의사를 확인한 동의서를 제출하여 설명의무가 충분히 이행되었음을 주장하였다.

 

이 사건에 관하여 법원은 진료기록감정과 각종 증거 등을 종합하여 필자와 C병원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하여 유가족들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였다.

 

인위적으로 호흡과 의식을 통제하는 마취의 특성상, 마취가 의학적으로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환자에게 상당히 중대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지만 마취 도중 환자에게 의도하지 않은 나쁜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의료진에게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될 것이고, 과실여부에 관하여는 객관적인 증거를 통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마취기록지 등 진료기록이나 동의서가 적절하게 작성되어 있지 않다면 의료진의 과실이나 설명의무 불이행이 추정될 수 있으므로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 사건의 경우 응급실 기록지부터 마취 기록지, 중환자실 기록지 및 동의서까지 적시에 꼼꼼하게 잘 작성되어 보존되고 있어서, 이를 토대로 수술을 위한 마취를 유도하다가 환자에게 심정지가 발생하였지만 심정지의 발생은 불가항력적 상황이었고 심정지에 관하여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졌음을 밝힐 수 있었다.

 

마취와 관련하여 모든 마취통증의학과 의료진이 필자가 대리한 이 사건 C병원 의료진과 같이 환자에 대하여 의학적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환자의 안전을 도모함은 물론이고, 이를 적시에 기록함으로써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의료분쟁에 대비하여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