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관련 치료행위에서의 기망 및 정보 왜곡에 따른 법적 책임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의사 조진석
2017년 12월경, 줄기세포 시술 후 사망한 환자에 관한 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해당 판결에서 법원은 피고의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원고들에 대한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위 판결 대상 사건의 경우, 전이가 동반된 유방암 환자에 대하여 피고 측이 환자로부터 자가줄기세포를 채취하여 배양·보관하였고, 환자는 피고 측이 보관하던 자가줄기세포를 투여받는 시술을 받았는데, 이 같은 줄기세포 시술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암세포의 전이가 진행되어 사망하였다.
줄기세포(Stem cell)란 하나의 세포가 여러 종류의 다른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다중분화능을 가진 미분화 세포로, 줄기세포 치료 또는 줄기세포 시술(이하에서는 ‘줄기세포 치료’라고 통칭함)은 지금까지 치료가 어려웠던 여러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의학적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줄기세포 치료의 경우 재생불량성 빈혈(Aplastic anemia)이나 백혈병(Leukemia)과 같은 혈액질환에서는 유효성과 안전성이 검증되어 표준적인 치료법으로 인정되고 있지만, 대다수의 고형암이나 퇴행성 질환 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유효성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아니한 단계이다.
따라서 대다수의 질환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는 아직까지 유효성과 안전성이 인정되지 않은 ‘연구단계’ 혹은 ‘치료적 시도 단계’에 해당한다. 또한 상당수의 질환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는 신의료기술평가의 대상으로,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지 않았거나 평가 중이라면 환자에게 실시하더라도 비용을 받아서는 안 되고 의료광고도 할 수 없다.
한편 유효성과 안전성이 인정되지 아니한 치료수단 또는 의약품 등에 관하여 환자에게 유효성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아니한 점을 설명하고 표준적 치료법과 비교하여 설명한 후 환자의 동의를 받아 ‘임상시험’ 또는 ‘치료적 시도’로써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유효성과 안전성이 인정되지 아니한 치료법 또는 치료제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치료법 또는 치료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인정되지 않았음을 소극적으로 설명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환자를 현혹하여 환자로부터 시술대가로 거액의 금전을 받기 위하여 환자에게 해당 치료법 또는 치료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인정되었고 표준적인 치료보다 우수하다고 적극적으로 속이는 것은 기망 행위, 즉 ‘치료를 빙자한 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위 판결의 대상 환자의 경우 자가줄기세포 투여 당시 기준으로 줄기세포를 이용한 유방암 치료가 연구단계에 불과하고 우리나라에서 항암제로 허가받은 줄기세포 치료제가 없음에도, 피고 측으로부터 줄기세포 시술에 관하여 치료효과 및 부작용 등에 관하여 제대로 설명받지 못한 상태에서 피고 측이 제작한 홍보자료의 치료 성공사례를 신뢰하여 줄기세포 시술을 받았는데, 이에 관하여 법원은 피고 측은 환자에게 줄기세포 시술의 치료효과를 보장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및 당시까지 알려진 의학적 결과 등을 상세히 설명하여야 함에도 피고 측이 이러한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줄기세포 시술에 따른 치료효과와 가능성을 과장함으로써 환자에게 과장된 기대를 가지게 한 결과 표준적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하여 환자의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면서 법원은 통상적으로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로 인정되는 정신적 손해뿐만 아니라, 줄기세포 시술에 관하여 환자 측이 지출한 비용까지 피고 측의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로 인정하였는데, 이와 같은 법원의 판단은 피고 측의 설명의무 위반 내지 승낙 취득 과정에서의 잘못이 기망이나 과장 등으로 인하여 상당히 중대하다고 평가한 것에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환자들은 자신에게 적용되는 의료기술이 새롭고 특별하기를 원하는 경향이 있고, 특히 암이나 신경계 질환과 같이 삶의 질이 극도로 저하되는 난치성 질환자의 경우 생존을 위한 절박한 심정으로 자신이 진료를 받을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을 선택할 때 새로운 의료기술 사용에 관한 사항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은데, 이와 같은 절박한 환자들은 새로운 의료기술에 관한 홍보물이나 치료자의 설명 등을 신뢰하여 치료 결정을 하게 된다.
그런데 새로운 의료기술을 환자에게 적용함에 있어 ‘눈 미백수술’ 사건이나 ‘줄기세포 치료 한의원’ 사건 등 환자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하여 기망이나 왜곡 등을 통하여 금전적 이득을 취하여 ‘치료를 빙자한 사기’로 평가받을 만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앞에서 소개한 줄기세포 시술 관련 판결을 통하여 의료계 및 사회 일반에서 경각심을 가지고, 유효성과 안전성이 인정되지 아니한 치료법 또는 치료제와 관련하여 합법적 ‘임상시험’이나 건전한 ‘치료적 시도’와 악의적인 ‘치료를 빙자한 사기’를 명확히 구분하여 ‘임상시험’이나 ‘치료적 시도’는 보호받되, 거액의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목적의 ‘치료를 빙자한 사기’는 민사 손해배상책임 뿐만 아니라 행정 처분이나 형사 처벌 등의 응분의 법적 책임을 모두 부담하도록 하여 생명권 및 자기결정권 등 환자들의 권리를 보호함과 동시에 선량한 의료진 및 연구진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의학의 발전을 도모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