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감염과 의료인의 형사책임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
2017년 12월 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의 인큐베이터 내에 있던 미숙아 4명(남아 2, 여아 2)이 연이어 심정지를 일으키고, 80여분 만에 모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당시 환아들은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기는 하였지만, 심각한 선천성 기형이나 중대한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은 아니고, 일반적인 미숙아 상태였다고 한다.
이런 신생아들이 짧은 시간에 동일한 증상을 보이며 연쇄적으로 사망한 사건은 매우 이례적이고 국내에서도 전례가 없는 사건이었다. 불의의 사고로 소중한 생명을 잃은 신생아들과 그 가족들의 충격과 분노, 슬픔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의료계의 ‘세월호사건’에 비유하기도 하였다.
사고 발생 직후 수사기관은 이 사건에 대한 전담팀을 구성해서 집중적인 수사에 착수하였고, 질병관리본부에서도 역학조사를 실시하였다. 워낙 이례적인 사건이다 보니, 집단 사망의 원인에 관해서 많은 추정이 제기되었고 이에 대한 논란도 뜨거웠다.
2017년 12월 19일 질병관리본부는 사망한 신생아 3명이 사망하기 전에 채취한 검체(혈액)로 배양검사를 하여 항생제 내성이 의심되는 시트로박터 프룬디균를 검출했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2018년 1월 1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신생아들의 사망 원인이 시트로박터 프론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임을 발표하였다. 감염의 경로는 신생아들에게 투여된 수액영양제를 나누어 투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구체적인 감염원인으로는 신생아 중환자실 내에서의 감염관리상의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그에 따라, 수사기관은 담당 간호사, 전공의, 주치의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하였고, 3월 30일 그 중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였다. 수사기관은, 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의 잘못된 관행에 따라 지질영양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감염되었다고 하면서, 이러한 “잘못된 관행을 묵인·방치해 지도·감독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한 사람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하였다. 의료계의 강력 반발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4월 4일 신생아중환자실 주치의를 포함한 의료진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였다. 법원의 밝힌 구속사유는 증거 인멸의 가능성이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고 언론 보도를 통해서 사건의 내막을 전해듣는 제3자적 입장에서 이번 구속영장 청구와 그에 대한 법원 판단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서 구체적인 언급을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의료진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적절하였는지에 대한 의문은 떨쳐 버리기 어렵다.
이미 이 사건은 발생 직후부터 수사 전담팀이 구성되어 의무기록에 대한 압수수색, 국과수에 의한 부검,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등 필요한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안다. 국과수에서 사망 원인이 시트로박터 프론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발표한 때가 2018. 1. 12.인데, 그로부터 70여일이 지난 후에 의료진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때늦은 감이 있다. 이미 관련 의무기록은 모두 압수되어 있고 역학조사와 부검결과까지 발표된 상황에서, 피의자들이 인멸할 증거가 남아 있는지도 의문이다. 재판과정에서는 사망의 원인은 물론 감염 경로, 감염과 사망과의 인과관계 등에 대한 치열한 의학적 논쟁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번 구속은 피의자들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제한할 수도 있다.
물론 이번 사건은 4명의 신생아가 연쇄적으로 사망하였다는 점에서 사안이 매우 중대하고 우리나라 의료계의 감염관리실태를 점검하고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속영장 청구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견해도 많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병원의 감염관리실태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앞으로 이러한 불행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그러나, 이번의 구속영장 발부가 병원 감염사건에 있어서 선례나 기준으로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은 병원 감염 중에서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병원 감염은 병원에서 상당히 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1년에도 수천건씩 병원 감염으로 인한 분쟁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러한 분쟁의 대부분은 민사적인 방법으로 해결되고 있다. 일부 형사고소가 제기된 경우라도 병원 감염으로 해당 의료진이 유죄판결을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특히 의료진이 구속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의료법 등에서도 병원 감염에 관한 관리와 책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병원 감염을 100% 방지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리고, 병원 감염은 의료진뿐만 아니라 환자, 면회객 등 의료기관 이용자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정부, 관련 기관 등이 모두 긴밀히 협조해야 해결이 가능한 구조적인 문제이다. 이를 의료진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수 없다.
<출처 : 의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