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의 복수의료기관 진료
법무법인 세승 최민호 변호사
의료인은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않고는 의료업을 할 수 없고, 응급환자 진료 등 일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그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해야 한다(의료법 제33조 제1항). 이를 위반한 경우 벌금 500만 원 이하의 벌금과 자격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에 처할 수 있다(의료법 제90조, 제66조 제1항 제10호). 다만, 의료기관의 장은 그 의료기관의 환자를 진료하는 데 필요한 경우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의료인에게 진료하도록 할 수 있다(의료법 제39조 제2항).
한편, 보건복지부는 2009년 12월경부터 「신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규제개혁」 추진의 일환으로 의료기관 개설자를 제외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복수의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1심과 2심의 판단이 엇갈린 사안이 있다.
A의사는 전주시에 안과의원을 개설하였는데, 2014년 7월경부터 같은 해 10월 말경까지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정기적으로 서울 소재 B의사가 개설한 안과의원에 방문하여 총 환자 58명에 대한 안과 수술을 하였다.
이에 대해, 1심은 ① 의료법이 의료행위와 의료업을 구분하고 있는 점, ② ‘업’은 생계유지를 위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는 점, ③ 의료인이 의료기관에 고용되어 보수를 받고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의료업 영위로 볼 수 없는 점, ④ 의료기관의 장은 그 의료기관의 환자를 진료하는 데에 필요하면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아니한 의료인에게 진료하도록 할 수 있는 점을 근거로, 의료인이 의료업을 영위한 것으로 보기 위해서는 의료행위를 통한 성과가 그 의료인에게 귀속됨이 요구되는데, A의사는 B의사로부터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았으므로 의료업을 영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2심은 의료법 제33조 제1항 및 관련 제반 규정 등을 고려할 때, 의료인이 자신이 개설한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의료업을 영위하였는지는, ① 해당 의료행위로 인한 권리의무 귀속 관계뿐만 아니라 계속적·반복적으로 특정 시기에 내원하는 환자를 상대로 일률적으로 의료행위를 하였는지, ② 해당 의료인이 단순 지시·종속관계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주도적인 위치에서 의료행위를 수행하는지, ③ 해당 의료기관에 근무의로 관할 관청에 신고가 이뤄졌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하면서, A의사의 진료행위는 의료법 제33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하고 A의사가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A의사는 이 사건 판결에 대해 상고를 제기한 상태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그 판단에 개설 의료기관 외 장소에서의 의료행위를 금지하는 의료법은 의료의 공백을 막고, 의료사고 발생에 따른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는데 그 입법 취지가 있는 점,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활용과 의료기술 발전 도모를 위해 복수 의료기관 진료 허용의 필요성이 존재하는 점 등이 충분히 고려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처 : 의료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