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한 방법에 의한 보험급여와 보험급여비용의 지급
법무법인 세승
정재훈 변호사
국민건강보험법상의 등장인물은 환자, 병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이라고 할 수 있다. 병원과 환자 사이에서는 진료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고, 환자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이에서는 보험급여가 이루어지며, 병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이의 관계에서는 보험급여비용 지급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처럼 보험급여와 보험급여비용은 문언적으로 다른 의미를 지니는 것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국민건강보험법의 해석에 있어 2심인 서울고등법원과 3심인 대법원의 결론이 달랐던 사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하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거나 타인으로 하여금 받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과거 과태료 부과에 불과했던 것을 징역 또는 벌금형으로 처벌하게 된 것이다. 문언상 ‘보험급여를 받거나 타인으로 하여금 받게 한 자’를 처벌하는 것이므로 이는 ‘가입자·피부양자 또는 가입자·피부양자이었던 사람이 자격을 잃은 후 자격을 증명하던 서류를 사용하여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이거나 또는 ‘건강보험증 또는 신분증명서의 양도·대여나 그 밖의 부정한 사용을 통하여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 등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즉 환자가 서류 또는 신분증의 부정한 사용 등을 통하여 부당하게 보험급여를 받거나 타인으로 하여금 보험급여를 받게 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인 것이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은 그렇지 않았다.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거나 타인으로 하여금 받게 한 자’에는 소위 사무장병원을 개설·운영하여 의료법상 의료기관이 아니어서 보험급여비용 지급을 받을 수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보험급여비용을 청구하여 이를 지급받은 경우에도 처벌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거나 타인으로 하여금 받게 한 자’에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지급받거나 타인으로 하여금 지급받게 한 자’도 포함된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의 이러한 판결은 대법원에서 파기되었다. 이 사건 처벌규정은 ‘환자’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고, 병원이 보험급여비용을 지급받은 경우에는, 비록 보험급여비용 청구와 지급이 불가한 사무장병원의 경우라도,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고 판결하였다.
앞서 예를 들었던 ‘가입자·피부양자 또는 가입자·피부양자이었던 사람이 자격을 잃은 후 자격을 증명하던 서류를 사용하여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와 ‘건강보험증 또는 신분증명서의 양도·대여나 그 밖의 부정한 사용을 통하여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는 과태료 부과 사유로서 구법상 법률에 규정되었던 사항이다. 과태료 부과에 그치던 것을 징역 또는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것으로 법을 개정하면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이라는 보다 포괄적인 표현으로 바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보험급여비용이 포함된다는 해석 하에서 기소를 하였고, 서울고등법원 또한 같은 해석 하에서 판결을 하였던 것이다.
의료법상 의료기관이 아닌 사무장병원에 관한 것이었던 점과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고려해본다면,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에도 나름의 이유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처럼 짧은 한 문장의 해석에 있어서도 법률적 관점에 따라서 그 해석이 정반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법률전문가가 아니면 상상하기도 힘들 것이다. 따라서 법률적 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가급적 이른 시점에서 법률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출처 : 보네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