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 이슈-면허취소 사유 확대 방안
법무법인 세승
대표변호사 김선욱
문민정부라 불리는 김영삼 정부는 우리 사회에 전반에 걸쳐 국민의 자율과 창의를 저해하고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정부의 각종 규제를 폐지하거나 정비하기 위해 행정규제기본법을 제정하였다.
이전 정부가 국가개발 독재에 따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상당 부분 제한하고 있었다는 반성적인 고려에서 비롯된 선진적 입법이었다. 이러한 규제완화정책은 김대중 정부 때에도 이어졌다. 김대중 대통령은 행정규제기본법에 의한 규제정비계획에 따라 의료에 관해서도 과거의 규제를 폐지하거나 합리적으로 개선하고자 했다.
2000. 1. 12. 개정 공포한 법률 제6157호 의료법 개정법률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에 대한 의료인의 결격사유 및 면허취소사유를 의료법 또는 보건의료와 관련되는 법령을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경우로 조정하여 규제를 대폭 완화하였다.
사견이기는 하지만, 1999. 12. 7. 정부가 강행한 의약분업 정책이 약사법 개정으로 시행되었는데, 당시는 의약분업 사태로 불릴 만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심했었다. 정부는 의약분업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의료계의 여러 요구사항 중 하나인 의료법 규제완화를 받아 주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세월이 흐르고, 행정규제기본법에 따른 규제 폐지나 완화의 정책은 어느 사이 잊혀졌다. 더불어 의약분업정책 시행을 결사 저지하던 의료계의 대응도 희미해졌다.
그사이 특이한 의료사고가 언론에 집중 조명되면서, 반 의료계 정서는 포퓰리즘이 되었다. 급진적 여론은 국회의원들에게 땜질식 입법을 부추기게 하였다. 사회여론이다, 국민의 눈높이다라는 이유로 입법 정책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아니한 ‘특정 사건 해결형 입법’이 폭증했다.
신해철법, 민식이법, 주사기재활용금지법, 대리수술금지CCTV법안 등이 그러한 유형이다. 출처가 불확실하고 객관적이거나 과학적이거나 전문적이지 아니한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법안 중 하나가 이른바‘의사면허법’이다. 의사면허법은 2015년 이후 지속해서 추진되어왔다.
앞서 본 2000년 ‘면허취소규제완화법’이후, 별다른 규제 입법은 없었으나, 2016년 주사기 재사용이 사회문제화되자 국회는 의료법을 개정하여 일회용 의료기기의 재사용으로 인하여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한 경우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제를 강화하였다.
그 다음이, 2020년 의료법 개정이다. 무면허 또는 면허 외 의료행위를 교사하는 일이 관행적으로 이어지고 있어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하여 수술, 수혈이나 전신마취에 있어 사람의 생명ㆍ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의료행위를 교사한 경우에는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2021년이 되자마자 모든 금고형 이상의 범죄를 선고받은 의사에 대하여도 면허를 취소하여야 한다는 면허취소 사유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규제 끝판왕 의료법 개정안이 나왔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어 검토되고 있다. 대강의 개정안 내용은 의료관련법 위반 이외에도 일반적인 형사벌을 위반하여 기소되어 법원으로부터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유예를 받은 의사는 선고유예기간 동안, 집행유예를 받았을 때‘집행유예기간+2년’동안, 실형을 받으면 형이 종료된 후 5년 동안 취소된 면허를 재교부받지 못한다.
또 금고 이상의 형으로 2차 면허취소 땐 10년 동안 재교부 금지, ‘1차 면허취소+재교부’에 이어 자격정지 사유 행위 땐 면허취소(현행대로 최장 3년)라는 제재를 받게 된다. 다만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해 위험한 수술 등을 하다가 환자가 상해를 입거나 사망해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의료인은 면허취소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사위를 통과하면 현재 국회의 상황상 법률로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규제의 정점을 찍는 의사면허법을 발의한 국회의원은 국민 여론이 절대적으로 지지한다는 것을 법안의 합리적 사유로 들며 자랑하고 있다. 국민여론으로 의사면허를 관리하자는 생각 자체에 경악감을 느낀다. 전문가 직종을 국민의 눈높이라는 불명확한 개념으로 관리하자는 것은 전문가 직종에서 전문을 빼고자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연장 선상에서 그러면 향후 의사 등 전문가도 국민의 눈높이나 여론으로 뽑아야 할 것이다.
면허는 일반인에게는 허가되지 않는 특수한 행위를 특정한 사람에게만 허가하는 국가의 행정 처분을 의미한다. 이는 직업으로 보면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정청의 규제 설정적 행정행위에 해당한다.
다만 의료행위가 국민의 보건 등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어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자의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여 면허주의를 도입한 의료법의 기본권 제한이 수긍되고 있다(헌법재판소 94헌가7 결정 등). 의과대학교에서 교육을 받아 학위를 받은 이후 국가고시를 통과하여야만 면허를 받을 자격을 갖추는 것이어서, 의사가 되고 싶은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국가가 만든 교육 및 국가 시험제도를 모두 거쳐야 한다. 아무리 명의라도 제도 밖에서 배출될 수는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일단 면허를 취득한 이후 국가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또 다른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 이는 헌법상 직업‘수행’의 자유에 해당하는 규제 영역이다.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 비해 직업수행의 자유는 비교적 폭넓은 기본권 제한이 이루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직업수행의 자유를 법에 따라 박탈하거나 사실상 박탈에 가까운 제한을 하는 규제는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제한 방법의 상당성이 있어야 한다. 택시나 버스 운전기사도 모두 면허를 받은 국민이다.
이러한 근로자나 자영업자가 업무관련성 범죄(예: 음주운전 등) 이외의 잘못을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법으로 생업을 못 하게 할 방법은 없고 법률적이나 헌법적으로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쉽게 설명하자면, 생업박탈을 강제하기 위해서는 그럴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국민의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되지 아니한 범죄행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다고 했을 때 공직 박탈은 상식적으로도 가능하다.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등 국민의 세금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는 직업은 당연히 직무와 무관하더라도 범죄를 저지르면 옷을 벗을 법적 도의적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규제를 국민이 주장하여 공직자의 직업의 생사여탈권을 갖는 것은 지나치지 않으며 이에 대하여는 위헌의 시비는 없다.
하지만 수십 년간 자신의 노력과 비용으로 면허를 받아 직업을 얻은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공무원에 준하는 법적 제한을 적용하는 것이 과연 정당할지는 좀 더 고민해보아야 한다.
변호사나 의사도 우리의 이웃이고 보호되어야 할 근로자이거나 자영업자일 뿐이다. 국회의원이나 공무원처럼 꼬박꼬박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아가는 직업이 아니다. 단지 특정한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군에 해당할 뿐이다.
이들에게 면허를 부여한 것은 전문적 지식이나 기술이 있기 때문이지 일반 국민보다 윤리적이거나 도덕적으로 우수해서가 아니다. 만일 그렇다면 국민 중에서 더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또 다른 사회적 신분을 만드는 것이어서 헌법에 위반될 수도 있다.
변호사도 그렇지만 의사도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면허를 받을 때, 사전에 도덕 시험을 본다던가 과거 행실을 탐지하여 개인의 도덕성이나 윤리성평가를 하지는 않는다.
이들 특수 전문직의 직업적 윤리성이나 자질에 관하여는 의사협회나 변호사협회 등 전문직 단체의 자체적인 규율이 더 중요하다. 대다수의 자유민주주의 선진국들은 전문가를 다룸에 있어 국가가 선제적으로 나서는 방식이 아닌 전문가단체가 소속 전문가들의 자질을 평가하고 징계를 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변호사나 회계사도 지금 제시되는 의사면허규제법과 같은 방식으로 직업수행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으니, 의사만 특별대우를 받고 있어 현행 변호사 면허취소 사유처럼 규정하는 것에 형평성의 측면에서 무리가 없다고 한다. 틀린 말이다.
변호사가 한때 사법연수원에서 2년간 국민의 세금으로 급여를 받으며 국가로부터 연수의 기회를 부여받은 시절에는 변호사 개업을 한 이후에도 공무원과 같은 면허취소 기준을 갖는 것에는 수긍할만한 이유는 있었다. 로스쿨제도가 도입된 지금은 아니다.
변호사나 회계사도 과도한 규제에 기본권을 제한당하고 있다고 보아야 합헌적이며 덜 규제적이고 합리적이다. 현행 의료법의 의사면허취소 사유와 같이 직무관련 범죄의 경우만 면허가 취소된다는 2000년 개정 의료법의 내용이 합리적이고 덜 규제적이다.
김영삼, 김대중 정부 때 보다 더 규제적으로 되어 가고 있어 개탄스럽다. 현 국회의원들 대다수가 혐오하고 있는 문민정부 이전 시절의 규제가 더 좋았다는 것인가 되묻고 싶다.
전문직은 윤리적으로 일반 국민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의견은 편파적이며, 선민의식을 내세우는 봉건적이거나 후진적 사고에 기인한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군인이나 소방대원이 존경받아야 하는 이치와 마찬가지로 의사 직업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미는 그 업무의 전문성과 사회적 가치 때문이다. 2021년 현재 의사 개인의 인격이나 윤리성이 일반 국민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의사도 일반 국민과 같은 인간이며 생활인이다.
특정 직업군에 대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이미 20여 년 전에 철폐된 규제를 부활시키고자 한다는 것은 다수의 국민이 소수인 의사를 시기하고 미워한다는 감정적 이유 이외에 다른 원인을 찾기 어렵다. 정말로 다수의 국민이 이런 편협하고 부정적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지만, 사실이 그렇다면 좋지 아니한 감정을 법으로 객관화하면서 정작 아플 때는 좋은 진료를 받기를 원한다면 이율배반적이고 모순이다.
연기 같은 정치적 인기를 위해 국민 사이를 갈라치고 상처를 주는 입법은 지양되었으면 한다. 또한, 과거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정책 이해당사자 간에 합의된 묵계도 관련 정책의 근본적 변화가 없는 이상 잊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행정부가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나비효과처럼 다른 곳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출처 : 병원신문(http://www.khanews.com)
이전 정부가 국가개발 독재에 따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상당 부분 제한하고 있었다는 반성적인 고려에서 비롯된 선진적 입법이었다. 이러한 규제완화정책은 김대중 정부 때에도 이어졌다. 김대중 대통령은 행정규제기본법에 의한 규제정비계획에 따라 의료에 관해서도 과거의 규제를 폐지하거나 합리적으로 개선하고자 했다.
2000. 1. 12. 개정 공포한 법률 제6157호 의료법 개정법률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에 대한 의료인의 결격사유 및 면허취소사유를 의료법 또는 보건의료와 관련되는 법령을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경우로 조정하여 규제를 대폭 완화하였다.
사견이기는 하지만, 1999. 12. 7. 정부가 강행한 의약분업 정책이 약사법 개정으로 시행되었는데, 당시는 의약분업 사태로 불릴 만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심했었다. 정부는 의약분업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의료계의 여러 요구사항 중 하나인 의료법 규제완화를 받아 주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세월이 흐르고, 행정규제기본법에 따른 규제 폐지나 완화의 정책은 어느 사이 잊혀졌다. 더불어 의약분업정책 시행을 결사 저지하던 의료계의 대응도 희미해졌다.
그사이 특이한 의료사고가 언론에 집중 조명되면서, 반 의료계 정서는 포퓰리즘이 되었다. 급진적 여론은 국회의원들에게 땜질식 입법을 부추기게 하였다. 사회여론이다, 국민의 눈높이다라는 이유로 입법 정책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아니한 ‘특정 사건 해결형 입법’이 폭증했다.
신해철법, 민식이법, 주사기재활용금지법, 대리수술금지CCTV법안 등이 그러한 유형이다. 출처가 불확실하고 객관적이거나 과학적이거나 전문적이지 아니한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법안 중 하나가 이른바‘의사면허법’이다. 의사면허법은 2015년 이후 지속해서 추진되어왔다.
앞서 본 2000년 ‘면허취소규제완화법’이후, 별다른 규제 입법은 없었으나, 2016년 주사기 재사용이 사회문제화되자 국회는 의료법을 개정하여 일회용 의료기기의 재사용으로 인하여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한 경우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제를 강화하였다.
그 다음이, 2020년 의료법 개정이다. 무면허 또는 면허 외 의료행위를 교사하는 일이 관행적으로 이어지고 있어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하여 수술, 수혈이나 전신마취에 있어 사람의 생명ㆍ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의료행위를 교사한 경우에는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2021년이 되자마자 모든 금고형 이상의 범죄를 선고받은 의사에 대하여도 면허를 취소하여야 한다는 면허취소 사유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규제 끝판왕 의료법 개정안이 나왔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어 검토되고 있다. 대강의 개정안 내용은 의료관련법 위반 이외에도 일반적인 형사벌을 위반하여 기소되어 법원으로부터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유예를 받은 의사는 선고유예기간 동안, 집행유예를 받았을 때‘집행유예기간+2년’동안, 실형을 받으면 형이 종료된 후 5년 동안 취소된 면허를 재교부받지 못한다.
또 금고 이상의 형으로 2차 면허취소 땐 10년 동안 재교부 금지, ‘1차 면허취소+재교부’에 이어 자격정지 사유 행위 땐 면허취소(현행대로 최장 3년)라는 제재를 받게 된다. 다만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해 위험한 수술 등을 하다가 환자가 상해를 입거나 사망해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의료인은 면허취소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사위를 통과하면 현재 국회의 상황상 법률로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규제의 정점을 찍는 의사면허법을 발의한 국회의원은 국민 여론이 절대적으로 지지한다는 것을 법안의 합리적 사유로 들며 자랑하고 있다. 국민여론으로 의사면허를 관리하자는 생각 자체에 경악감을 느낀다. 전문가 직종을 국민의 눈높이라는 불명확한 개념으로 관리하자는 것은 전문가 직종에서 전문을 빼고자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연장 선상에서 그러면 향후 의사 등 전문가도 국민의 눈높이나 여론으로 뽑아야 할 것이다.
면허는 일반인에게는 허가되지 않는 특수한 행위를 특정한 사람에게만 허가하는 국가의 행정 처분을 의미한다. 이는 직업으로 보면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정청의 규제 설정적 행정행위에 해당한다.
다만 의료행위가 국민의 보건 등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어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자의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여 면허주의를 도입한 의료법의 기본권 제한이 수긍되고 있다(헌법재판소 94헌가7 결정 등). 의과대학교에서 교육을 받아 학위를 받은 이후 국가고시를 통과하여야만 면허를 받을 자격을 갖추는 것이어서, 의사가 되고 싶은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국가가 만든 교육 및 국가 시험제도를 모두 거쳐야 한다. 아무리 명의라도 제도 밖에서 배출될 수는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일단 면허를 취득한 이후 국가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또 다른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 이는 헌법상 직업‘수행’의 자유에 해당하는 규제 영역이다.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 비해 직업수행의 자유는 비교적 폭넓은 기본권 제한이 이루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직업수행의 자유를 법에 따라 박탈하거나 사실상 박탈에 가까운 제한을 하는 규제는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제한 방법의 상당성이 있어야 한다. 택시나 버스 운전기사도 모두 면허를 받은 국민이다.
이러한 근로자나 자영업자가 업무관련성 범죄(예: 음주운전 등) 이외의 잘못을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법으로 생업을 못 하게 할 방법은 없고 법률적이나 헌법적으로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쉽게 설명하자면, 생업박탈을 강제하기 위해서는 그럴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국민의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되지 아니한 범죄행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다고 했을 때 공직 박탈은 상식적으로도 가능하다.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등 국민의 세금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는 직업은 당연히 직무와 무관하더라도 범죄를 저지르면 옷을 벗을 법적 도의적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규제를 국민이 주장하여 공직자의 직업의 생사여탈권을 갖는 것은 지나치지 않으며 이에 대하여는 위헌의 시비는 없다.
하지만 수십 년간 자신의 노력과 비용으로 면허를 받아 직업을 얻은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공무원에 준하는 법적 제한을 적용하는 것이 과연 정당할지는 좀 더 고민해보아야 한다.
변호사나 의사도 우리의 이웃이고 보호되어야 할 근로자이거나 자영업자일 뿐이다. 국회의원이나 공무원처럼 꼬박꼬박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아가는 직업이 아니다. 단지 특정한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군에 해당할 뿐이다.
이들에게 면허를 부여한 것은 전문적 지식이나 기술이 있기 때문이지 일반 국민보다 윤리적이거나 도덕적으로 우수해서가 아니다. 만일 그렇다면 국민 중에서 더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또 다른 사회적 신분을 만드는 것이어서 헌법에 위반될 수도 있다.
변호사도 그렇지만 의사도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면허를 받을 때, 사전에 도덕 시험을 본다던가 과거 행실을 탐지하여 개인의 도덕성이나 윤리성평가를 하지는 않는다.
이들 특수 전문직의 직업적 윤리성이나 자질에 관하여는 의사협회나 변호사협회 등 전문직 단체의 자체적인 규율이 더 중요하다. 대다수의 자유민주주의 선진국들은 전문가를 다룸에 있어 국가가 선제적으로 나서는 방식이 아닌 전문가단체가 소속 전문가들의 자질을 평가하고 징계를 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변호사나 회계사도 지금 제시되는 의사면허규제법과 같은 방식으로 직업수행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으니, 의사만 특별대우를 받고 있어 현행 변호사 면허취소 사유처럼 규정하는 것에 형평성의 측면에서 무리가 없다고 한다. 틀린 말이다.
변호사가 한때 사법연수원에서 2년간 국민의 세금으로 급여를 받으며 국가로부터 연수의 기회를 부여받은 시절에는 변호사 개업을 한 이후에도 공무원과 같은 면허취소 기준을 갖는 것에는 수긍할만한 이유는 있었다. 로스쿨제도가 도입된 지금은 아니다.
변호사나 회계사도 과도한 규제에 기본권을 제한당하고 있다고 보아야 합헌적이며 덜 규제적이고 합리적이다. 현행 의료법의 의사면허취소 사유와 같이 직무관련 범죄의 경우만 면허가 취소된다는 2000년 개정 의료법의 내용이 합리적이고 덜 규제적이다.
김영삼, 김대중 정부 때 보다 더 규제적으로 되어 가고 있어 개탄스럽다. 현 국회의원들 대다수가 혐오하고 있는 문민정부 이전 시절의 규제가 더 좋았다는 것인가 되묻고 싶다.
전문직은 윤리적으로 일반 국민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의견은 편파적이며, 선민의식을 내세우는 봉건적이거나 후진적 사고에 기인한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군인이나 소방대원이 존경받아야 하는 이치와 마찬가지로 의사 직업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미는 그 업무의 전문성과 사회적 가치 때문이다. 2021년 현재 의사 개인의 인격이나 윤리성이 일반 국민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의사도 일반 국민과 같은 인간이며 생활인이다.
특정 직업군에 대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이미 20여 년 전에 철폐된 규제를 부활시키고자 한다는 것은 다수의 국민이 소수인 의사를 시기하고 미워한다는 감정적 이유 이외에 다른 원인을 찾기 어렵다. 정말로 다수의 국민이 이런 편협하고 부정적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지만, 사실이 그렇다면 좋지 아니한 감정을 법으로 객관화하면서 정작 아플 때는 좋은 진료를 받기를 원한다면 이율배반적이고 모순이다.
연기 같은 정치적 인기를 위해 국민 사이를 갈라치고 상처를 주는 입법은 지양되었으면 한다. 또한, 과거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정책 이해당사자 간에 합의된 묵계도 관련 정책의 근본적 변화가 없는 이상 잊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행정부가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나비효과처럼 다른 곳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출처 : 병원신문(http://www.khanews.com)